본문 바로가기

독서

(5)
돌아오는 계절들을 반복해서 준비하는 삶 남이 쓴 여행기를 재밌게 읽지 못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여행기는 재미있다. 여행을 대하는 자세나 깜냥이 비슷해서일 것이라 생각한다. 왜 내가 감히 스스로를 초유명한 작가랑 같은 여행깜냥을 가졌냐고 하는지는 여행기들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 아저씨는 나 못지않게 게으른 편이다. 그래서 한 여행에 한 가지 이상의 테마를 잘 설정하지 않는 듯하다. 나도 예를 들어 피자를 먹으러 떠난 이탈리아 여행에선 어지간하면 피자만 먹는다든지, 뉴욕에서도 내내 피자만 먹고 다녔다든지, 맥주 마시러 떠난 여행에선 양조장만 죽어라 가고 밥은 대충 때운다든지 한다. 도무지 한 가지 이상의 목표 이상은 세우기도 달성하기도 어렵다. 피자랑 맥주를 그렇게까지 좋아해서라기보다는 안 그래도 낯선 환경에서 오..
엄마의 말뚝(을 읽기 전에) 아빠가 추천한 알릴레오라는 프로그램을 유투브에서 몇 개 봤다. 책을 소개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인상 깊었던 내용을 언급하면서 토론하는 구성이어서 내가 굳이 그 책의 독자가 아니어도 보는 재미가 더 있길래 몇 편 골라봤다. 그중에 박완서 작가의 엄마의 말뚝을 두 편에 걸쳐서 다룬 것을 보고 어제와 그제 한 편씩 봤다. 박완서 작가님이 타계한 지 벌써 10년이 되었다. 방송국 채널에서 유투브에 오래전 인터뷰나 티비 출연 방송분을 편집해서 올렸길래 몇 개 재미있게 보기도 했다. 엄마의 말뚝이 자전적인 소설이고 개성 근처에서 서울로 굳이 나와서 딸을 교육시켰던 이상하고 대단한 엄마에 대한 이야기임을 알고 있었다. 언젠가 읽어봐야지 했는데 알릴레오에서 다룬 것을 보고 당장 결제해서 전자책으로 다운로드하였다. 토론..
배르벨 바르데츠키,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요즘들어 정신 건강이 위태위태한게 느껴져서 필사적으로 책을 읽고 있다. 생각해보면 마음이 불편한 원인은 늘 스스로도 잘 눈치채고 있지 않은 무언가에 대한 공포 때문인 듯 한데, 보통 공포란게 실체가 뭔지 모를 때 더 커지고, 막상 깨부수고, 분석하고, 알고나면 좀 견딜만 해진다는 것을 삼십여년 살면서 배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 30% 정도만 읽은 책이지만 여기서 배운건, 스스로에게 엄격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렇게 힘들고 뾰족한 시기가 찾아오는 것 같다. 나는 실수를 하는 것이 당연한 그냥 사람이고, 뭐 하나 잘하는게 없는 것 같은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존중받고 인정받고 사랑받아야 마땅한 존재다. 라고 책은 말한다. 그리고 저자가 여성이어서 본인이 여성이기 때문에 받아 마땅한..
여행과 독서와 음악감상 단어의 나열만 보면 아주 진부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짧은 인생 통틀어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삶의 방식이다. 여기에서 독서는 인쇄된 페이퍼백 책에 한정하고 싶다. 스크린 위의 글씨는 내용을 떠나서 시각적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 가장 즐겨보는 책의 종류는 역시 수필이다. 요새는 간간히 시집도 보긴 하지만 수필만큼 재미난건 없다. 소설은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재미있는 소설은 좋다. 하지만 영화화 되어서 영화로 보는 편이 더 좋다 ㅎㅎ; 긴 여행을 한동안 못갔다. 여럿이서 서울을 떠나 여가를 즐기러 가는 것은 나에겐 여행이 아니다. 하지만 예전에 내일로 기차를 타고 OOP 친구들과 전국을 떠돌았던건 여행이었다. 올 여름에도 기차타고 떠돌아 다녀볼 생각이다. 동반인은 적을 수록 좋지만 OOP친구들과 간..
오감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본 에피소드는 장혁이 나오는 his concern 밖에 없었고, 정식으로 돈을 주고 본 것도 아니다. 오감도 감독 오기환,유영식,허진호,민규동,변혁 (2009 / 한국) 출연 장혁,차현정,김수로,김강우,차수연 상세보기 장혁의 에피소드는 재미있었다. 마지막에 여자 집의 그림을 통해 남자의 시선과 여자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교차해서 보여주는 아이디어도 재밌었다. - 나는 늘 영화를 볼 때, 특히 별로 집중해서 보지도 않고, 썩 재밌다고 느끼지 않는 영화일수록 '나라면 이 주제를 가지고 어떤 이야기를 쓸까?'란 생각을 해본다. 실컷 그 주제를 가지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떠올리다가 '만약 몇 년 후의 나라면 이 주제를 가지고 또 무슨 이야기를 만들까?' 라는 일종의 기대를 하게 된다.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