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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배르벨 바르데츠키,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벚꽃인지 모를 꽃

요즘들어 정신 건강이 위태위태한게 느껴져서 필사적으로 책을 읽고 있다. 생각해보면 마음이 불편한 원인은 늘 스스로도 잘 눈치채고 있지 않은 무언가에 대한 공포 때문인 듯 한데, 보통 공포란게 실체가 뭔지 모를 때 더 커지고, 막상 깨부수고, 분석하고, 알고나면 좀 견딜만 해진다는 것을 삼십여년 살면서 배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 30% 정도만 읽은 책이지만 여기서 배운건, 스스로에게 엄격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렇게 힘들고 뾰족한 시기가 찾아오는 것 같다. 나는 실수를 하는 것이 당연한 그냥 사람이고, 뭐 하나 잘하는게 없는 것 같은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존중받고 인정받고 사랑받아야 마땅한 존재다. 라고 책은 말한다. 그리고 저자가 여성이어서 본인이 여성이기 때문에 받아 마땅한 대우를 못받는 상황을 덤덤히 묘사한다거나 해서 좀 위안이 많이 되었다. 특히 이렇게 뾰족해진 마음 상태일 때는 내가 차별대우를 받는 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조차 내가 스스로 바꿀 수 없는 이른바 인종, 성별 등에 대해 스스로 사회적 우열을 인정하는 느낌이라 더욱 상처받을 것 같아서 인정을 안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치지 않고 이건 내 문제가 아니고 이 사회가 가진 문제이며 언젠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믿고 이야기 하는 편이 건강한 상태일 것이다.

 

끝없이 마음이 불편하고 작은 것에도 쉽게 치이는 이유를 스스로 진단해 보건데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중에 겪는 자연스러운 스트레스 같다. 아마도 한 육개월 지나고 보면 별 것 아니었다고 쉽게 이야기 해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잘 떠오르지 않지만 예전 회사에 처음 입사 했을 때 첫 몇개월은 정말 힘들었다. 상대 할 사람이 몇 명 없는 깜짝 놀랄 만큼 작은 회사였는데도 사람 때문에 힘들어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편해졌고, 3년쯤 다닌 시점에는 일 때문에 힘들면 힘들었지 사람 때문에 힘든 일은 없었다. 사실 이 팀에서 일한지는 1년이 넘었는데, 왜 새로 적응하는 사람처럼 이러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받는 돈이 달라졌고 그만큼 책임감을 많이 느끼기 때문이겠지. 사실 회사 외에 다른 문제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씩 집중해서 적응해 나가야 할 것 같다.

 

이 작가 글이 좋아서 다른 책도 읽어보려고 한다. 본격적인 심리학 저서도 있던데 전자책으로는 구할 수가 없으니 택배나 7월말에 놀러오는 친구들 도움을 받아야지. 아니면 독일어 원서나 영어본을 찾아 볼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읽는 속도가 300배쯤 느려서 문제다. 휴. 영어랑 독일어만 잘해도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고 살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요즘에 많이 든다. 이런 생각이 들 때 계획을 세워서 거북이처럼이라도 공부를 시작 해야지 싶다.

 

난생 처음 오디오 북으로 다른 책도 한권 읽고(듣고?) 있는데 줌파 라히리라는 작가의 '축복받은 집'이란 단편 모음집이다. 뜨게질 하면서 들으면 그나마 내용에 집중이 잘 된다. 한시간 정도만 집중하면 단편 한 단락이 끝나기 때문에 그 점도 마음에 든다. 그런데 장편소설이나 비소설을 오디오 북으로 듣는 것은 어떨지 아직 감이 전혀 안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