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1711) 썸네일형 리스트형 글을 써야만 생각을 할 수 있다. 꽤 오랫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글쓰기를 게을리했다. 내가 글을 쓰는 직업도 아니고(직업적 글쓰기는 유저스토리 쓰기 뿐...) 이 정도 쓰면 많이 쓰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아무런 부채감도 없었다. 그런데 나는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사람이다. 기억이 나는 어린 시절부터 매일은 아니어도 일기를 쓰며 살아왔다. 하루에 있었던 일이 발생 순서대로 나열되는 방식의 글은 아니고, 하루 종일 내 머릿속을 사로잡은 생각에 대해서 쓰고 싶었던 것 같다. 그것은 주로 찜찜하거나 억울하거나 괴로운 감정에 대한 관찰과 탐구이길 바랐다. 좋지 않은 기분이 들면 그 기분을 빨리 떨쳐버리고 싶은데, 찬찬히 생각할 수 있는 여러 각도에서 들여다보려고 노력하면 기분의 정체를 조금씩 알아갈 수 있다. 그리고 한 생각과 연이어 이어지는.. 기록의 효과 하루 일과를 그려낸 그림일기는 지난 화요일날 그렸다. 지난주 초반만 해도 나는 일찍일어나기 연습을 하고 있었고, 그나마 순조롭던 날이었다. 식탁 위에 연습장을 두고서 커피나 식사시간에 쉴 때마다 조금씩 시간단위별로 뭘 했는지 그려나갔다. 기록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해서 그렇기도 하고, 유독 방문자도 있고 벌어진 일이 평소보다 많은 날이었다. 덕분에 기록의 의의를 하나 더 발견한 것 같다.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 보고 평가하고 반성하고 계획 할 구실을 만들어준다. 나는 현재 총 세가지의 방법으로 뭔가를 기록하고 있다. 첫번째는 지난 10월 21일에 새로 쓰기 시작한 매일 짧막하게 쓰는 일기. 4-5문장 정도로 아주 짧다. 5년간 쓴 내용을 일별로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한 페이지에 5칸을 그려서 프린트해서.. 혼자 살아간다는 것 10월 중반쯤부터 19박 20일간 시아버지가 다녀가셨다. 10월 동안 이곳에는 글을 하나밖에 못 썼다. 전반적으로 책도 별로 읽지 못했고, 글도 전혀 쓰지 못했다. 정신이 붕 떠 있는 상태로 10월은 그렇게 지나가버렸다. 시아버지가 계시는 동안 면조가 나름대로 많이 준비한 프로그램(?)을 따라서 재택근무하는 틈틈이 근교 관광을, 마지막 주는 휴가를 쓰고 알프스 지역 여행을 다녀오고 이후에 쉬엄쉬엄 프랑크프루트 나들이도 다녀왔다. 처음에는 코로나로 인해 한국에서 외출도 잘 못하시고 너무 답답하신 참에 여기에 오셔서 우리 사는 것 구경도 하시고 정원일을 도와주시겠다고 하셔서 가벼운 마음으로 결정한 독일행인데, 결과적으로 셋 다 힘든 시간을 보냈다. 여기까지 오셨으니 관광을 하지 않을 수도 없고, 빠듯한 시간.. 루틴의 재설정 사는 환경이 바뀌었고, 새로 발견하게 된 나의 습성 때문에 삶의 루틴을 재설정하고 있다. 청소 루틴 월요일 음쓰(음식물 쓰레기) 처리하는 방식을 바꿨는데, 보카시 빈을 이용해서 음쓰를 모아 퇴비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생각보다 음쓰가 많이 나오지 않아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음쓰통 안의 것을 보카시 빈으로 옮긴다. 주말 동안에 요리를 많이 하는 편이니까 주로 월요일에 비우고 있다. 보카시 빈에 음쓰를 담고 꾹꾹 눌러서 공기를 최대한 뺀 다음에 보카시 브랜을 흩뿌려주고 뚜껑만 꼭 닫아두면 된다. 날이 덥지 않아서 주로 원두 찌꺼기인 우리 집 음쓰통 냄새도 지독하지 않고, 생각보다 더 좋은 시스템인 것 같다. 보카시빈에서 나오는 액비는 오늘 한 번 물과 희석해서 장미 쪽 땅에 줘봤다. 평소에는 그냥 하.. 집안일을 하는 휴가 날씨가 추워지고 있다. 일기예보를 보니 이번 주가 화창한 가을날의 마지막일 것만 같다. 다음 주부터는 주중 대부분의 날이 흐리고 비가 온다. 윈터 이즈 커밍. 지난번 일기에도 썼지만 이 집으로 이사 오고 할 일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났기 때문에 더 이상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날씨 욕만 하고 살 수는 없다. 월동준비를 슬슬 해나가야 한다. 집 정리가 아직도 되지 않았다. 가구들 배송도 여전히 다 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내가 상상한 그림대로 꾸며놓고 살려면 해가 두 번은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심지어 내가 상상한 모습이 별게 있는 것도 아닌데. 아무튼 지금은 텅 빈 거실에 우두커니 놓여 있는 얻어온 poang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이번 주는 휴가다. 계획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그냥 쉬고 싶어서 휴가를 신청.. 새 집에서의 일주일 주택에서의 삶은 아파트의 삶과는 다른 점이 정말 많다. 그럴 것이라 예상은 했었지만 이렇게 하나씩 체험하다 보니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느낀다. 일단 가장 큰 차이점은 내가 관리해야 하는 구역이 많이 넓어졌다는 것. 지하, 1층, 2층과 함께 2층 테라스, 앞뜰과 뒤뜰까지 외부공간도 상당히 크다. 기존에 살던 곳에 비해 서너 배 정도는 늘어난 면적이어서 주택 치고는 큰 집이 아닌데도 많이 벅차게 느껴진다. 게다가 외부 일은 해가 떠있는 시간에 모두 끝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낮동안 회사일을 하는 나는 집의 안과 밖을 관리할 시간이 이른 오전과 저녁식사 이전밖에 없다. 따라서 해가 떠있는 시간에는 정말 부지런히 움직이게 된다. 지금은 이사 약발로 좀 더 부지런해진 감이 있지만 하루해가 점점 짧아.. 이사를 마쳤고, 너무나 많은 할 일이 남았다. 원래는 이사를 위해 약 3주간의 여유기간이 있었다. 기존 아파트의 계약이 9월 15일까지였기 때문에 큰 짐만 옮겨두고 나머지는 천천히 가구가 완성되는 대로 하나씩 옮기려고 했는데, 계획이 틀어졌다. 다음에 들어올 입주자가 살고 있는 WG에 코로나 확진자가 생긴 탓에 입주자가 순식간에 갈 곳 없는 처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일찍 입주하게 해 달라는 그분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사실 그 아파트에 들어갈 때 우리도 그랬다. 하루라도 빨리 입주해야만 하는 상태였고, 그래서 집안의 온갖 고쳐지지 않은 부분을 억셉트 하고 들어갔었다. 고양이가 긁어둔 벽을 우리가 최선을 다해 복구해놨지만 기타 벽에 긁힌 자국들은 미처 다 칠하지 못했지만 다음 입주자분은 흔쾌히 남기고 가라고 하셨다. 이사 당일에 친구 커플이 도와.. 자꾸 이불속으로 기어들어가게 되는 날씨가 돌아왔다. 오전형 인간이 좀 되어보려고 시도한 지 오래되었는데, 날씨가 추워지면서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물론 따뜻한 날 포함해서 아직까지 성공한 날이 며칠 없기는 하다. 나는 왜 이다지도 좋은 습관을 기르기 어려운 걸까? (또는 나쁜 습관을 고칠 수 없는 걸까?) 미라클 모닝 수준은 결코 바라지도 않고, 적어도 일 시작하기 한 시간 반쯤 전에 일어나서 차도 한 잔 마시고, 스트레칭도 하고, 차분하게 글을 쓰거나 하는 내 시간을 갖고 싶은데 실행이 너무나 어렵다. 요즘같이 아침 기온이 차가울 땐 이불속에만 소중하게 간직된 내 체온으로 만들어진 천국 같은 공간을 벗어날 수 없다. 그냥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계속 다시 잠에 들어버리고 그 추가된 아침잠이 너무나 달콤해서 도저히 깨지지가 않는다. 요즘 집중력이 너무나.. 이전 1 ··· 7 8 9 10 11 12 13 ··· 2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