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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Visual Journal

기록의 효과

하루 일과를 그려낸 그림일기는 지난 화요일날 그렸다. 지난주 초반만 해도 나는 일찍일어나기 연습을 하고 있었고, 그나마 순조롭던 날이었다. 식탁 위에 연습장을 두고서 커피나 식사시간에 쉴 때마다 조금씩 시간단위별로 뭘 했는지 그려나갔다. 기록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해서 그렇기도 하고, 유독 방문자도 있고 벌어진 일이 평소보다 많은 날이었다. 덕분에 기록의 의의를 하나 더 발견한 것 같다.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 보고 평가하고 반성하고 계획 할 구실을 만들어준다.

 

나는 현재 총 세가지의 방법으로 뭔가를 기록하고 있다. 첫번째는 지난 10월 21일에 새로 쓰기 시작한 매일 짧막하게 쓰는 일기. 4-5문장 정도로 아주 짧다. 5년간 쓴 내용을 일별로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한 페이지에 5칸을 그려서 프린트해서 바인딩했다. 두번째는 지금 여기에 쓰고 있는 일기. 대충 한달에 두세번 정도 이렇게 긴 글을 쓴다. 주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쓴다. 생각이 너무 많이 떠오르는 와중에, 즉 현실을 살고 있는 와중에는 쓰기가 어려워서 오늘처럼 하루를 통채로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휴일이 있을 때만 쓸 수 있다. 세번째는 주간 계획표의 형태를 한 업무용 to do/done 리스트 플래너이다. 재택근무를 하다보니 회사 업무 외에도 개인적인 꼭 해야 하는 일 또는 한 일을 써둔다.

 

어려서부터 '게을러 터졌다'라는 평가가 스티커처럼 온 몸 곳곳에 여기저기 붙어 자라와서 그런지 몰라도, 난 쭈욱 게으르지 않게 사는 법에 관심이 있다. 대강의 이미지는 이렇다.

 

  •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기상과 출근 전에 '꼭 하지 않아도 되는, 남들은 안하고도 잘 사는' 그런 자기 계발적인 뭔가를 하나 하는 것.
  • 식사를 잘 챙겨 먹고, 일과 집안일을 말끔히 처리하고, 매일 운동을 하는 것.
  • 타인을 만나고 돕는 것을 자진해서 하고, 본인의 커리어 계발을 위한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며, 동시대의 문화 생활도 열심히 캐치업 하는 것.
  • 기록하고, 돌아보고, 계획하고, 명상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

마지막 두 항목은 나는 잘 못하고 있는데, 그래서 앞의 두 항목이라도 잘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그런데 하고싶다는 마음만 가진지 수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어렵다. 본성의 힘이 너무나 강력해서인지, '안 그래도 되는 이유'를 떠올리고 거기에 너무나 쉽게 설득당해서인지 아무튼 나와 생활을 함께 해 본 사람이면 이런 나를 한심해 하는 경우가 많다. 주로 어른들이.

 

그럼에도 나의 장점 중 하나는 딱히 기대를 안해서 포기도 하지 않는다는거다. 바꿔 말하면 '내가 달라질 것'에 아무런 기대가 없는데, 동시에 '내가 달라지지 않고 이대로 쭉 같을 것'에 대해서도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 그래서 매 주말마다 새로운 결심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일주일에 삼일정도 '내일은 꼭 일찍 일어나야지' 마음을 먹으면 적어도 하루정도는 진짜로 일찍 일어난다. 물론 내가 일어나는 시각은 반드시 7시 이후니까 누군가의 기준에는 오히려 늦게 일어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잠은 8시간정도 잔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게임이나 드라마에 푹 빠져서 새벽에 자는 날에는 되게 늦게 일어난다. 요즘같이 해가 네시 반이면 넘어가는 때에는 자괴감이 너무 커져서, 내일은 꼭 일찍 일어나고 싶다. 그리고 신체적으로 노화가 시작되고야 깨달았는데, 일찍 일어나려면 일찍 자야 한다. 잠을 줄이는 것은 일찍일어난 효과를 전혀 이용 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니까 의미가 없다. 그래서 오늘의 목표는 일찍 자는거다.

 

내가 일찍일어나지 못하는 또다른 큰 이유가 있다. 바로 일찍 일어나도 할 일이 없다. 정확히는 하고 싶은 일이 없다. 업무를 시작하면 비로소 '재미'가 시작되는데, 아침에 뇌도 잘 안돌아갈 때 뭘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아침에는 추운 바깥 공기를 쐬기도 싫고, 집안 운동조차도 너무 하기 싫어서 커피를 정성스럽게 내려 마시고 배도 안고픈데 뭔가 먹을 것을 준비하는 것이 전부다. 최근에는 일찍 일어나서 차라리 청소를 하자! 마음을 먹고 계단청소 및 빨래감 정리를 하고 있다. 차라리 좋은 전략인 것 같다. 아침에 할 일을 만들어두지 않으면 아침잠이 많은 나는 계속해서 일어나지 않고 버틸 것이다. 그러니 해가 완전히 져버리기 전에 나가서 산책을 하면서 아침에 할만한 일, 해서 내게 이득이 되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되는 일이 뭐가 있을지 고민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