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스위치를 사서 동숲을 플레이한 지 한 달이 되었다. 아침에 눈을 떠서 기지개 켜고, 물 한잔 마시고서 여울이의 아침 인사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오전 오후 무 가격과 섬 친구들 안부를 묻고 다니고, 그 날 그 날 마일리지를 주는 퀘스트도 좀 하고, 섬이나 집안 꾸미기를 하고 망해서 치우고 하다 보면 하루가 휙 가버린다. 다른 게임처럼 집중해서 플레이하는 시간이 없고 틈틈이 하기 때문에 정말 현실과 동숲 속의 섬(엇-섬)에서 사는 것 같다. 사운드 디자인이 넘 좋아서 플레이를 하지 않을 때도 켜놓고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진짜로 같이 생활하는 느낌이다. 지금도 파도치는 소리랑 모닥불 소리 들으려고 켜 놓고 있다.
코로나 아웃브레이크 이후로 나 뿐만은 아니겠지만 인간적으로 살이 너무나 쪘다. 사실은 눈에 보이는 살보다 몸무게가 많이 늘었다. 집에 체지방 제는 체중계가 있어서 참고하자면 근육량이 늘었기 때문에 몸무게가 는 것은 아니다. 근육과 지방이 고루 늘었다. 근력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고 있는데 근손실이 적은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잘 먹어서 손실이 덜한가. 움직임이 확 줄어들었으니 소화도 잘 안되고, 나는 소화가 잘 안될 때는 반드시 두통이 함께한다.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못하면 금세 피로감과 두통 때문에 생활에 지장이 생겨버린다. 어릴 때부터 그랬어서 다들 나보고 몸이 약하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면역력도 썩 튼튼하지 않은지 계절마다 감기고 달고 산다. 다만 코로나 이후로 워낙 집에만 있고, 조심하고, 손을 열심히 씻어서 그런지 환절기에다가 독일의 악명 높은 4-5월 날씨의 변덕에도 독감은 걸리지 않았다.
요즈음엔 근력 운동은 게으름 피우느라 주 1회 정도만 하고, 평소에는 스트레칭과 베드타임 요가를 하고 있다. 예전 지구의 날 경험이 좋았어서 요즘 자기 전에 요가를 할 때는 집안의 불을 끄고 촛불만 켜놓고 한다. 어제 본 유투버 밀라논나님의 저녁 루틴 영상을 보니 이 분도 향초를 켜 두고 자기 전 요가를 하시더라. 나보다 훨씬 유연하고 힘 있는 몸이셔서 부러우면서 같은 취향을 가진 부분을 찾아서 기뻤다. 사실 많은 부분에 취향이 겹쳐서 좋았다. 집에 오자마자 액세서리 풀고(내 경우는 시계) 좋아하는 잠옷과 가운으로 갈아입는 것 등. 요가를 할 때 초만 켜 두면 가장 좋은 점은 의외로 눈을 감고 뜨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어진다는 점이다. 마지막쯤에 늘 명상처럼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는 마무리 동작을 하는데, 왠지 모르게 눈을 감는 눈꺼풀의 동작조차 버거울 때가 있다. 얼마나 힘에 부친 상태인지는 몰라도, 이럴 때 눈을 뜨고 천장을 응시해도 편안해서 좋다. 그리고 확실히 집중이 잘 된다. 시각을 포기하니(?) 내 몸의 부위의 무게, 위치, 자극 점 등에 비로소 신경이 간다. 또, 어둡게 있는 것에 익숙해진다는 지점도 좋다.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힘을 빼는 연습을 하는 생활을 하는 귀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새삼 든다. 왜냐하면 지난주는 정말 힘들었거든. 내가 싫어하는 생일파티에 온갖 걱정을 하면서 다녀와야 했고, 다음날은 파터탁이라 맥주를 잔뜩 마셔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면조의 바람을 따라주느라 강가에 가서 맥주를 마셨다. 어마어마하게 오랜만에 이틀 연속 외출을 하고, 술을 마시니까 엄청 많은 양을 마셨다 볼 순 없어도 몸이 힘들었다. 그리고 다음날에는 이케아에 긴급 물품 수혈을 하러 다녀왔는데 비가 많이 오고 바람 불고 추운 날씨여서 감기 기운까지 느껴졌다. 그래도 다행히 오늘 하루 잘 쉬었더니 감기로 발전시키지는 않고 지나가는 것 같다. 운동을 해도 왜 면역력은 좋아지지 않는 걸까. 불어난 몸무게는 또 어찌할 것인가. 압박감 느끼기 전에 그만 쓰고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