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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요를레이의 모험 2

요를레이 프사

요를레이의 모험 1

 

... 이불 빨래 하고 왔음 ... 이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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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가 돌아오지 않았다는건 바닥의 진동으로 알 수 있지만 확신하기에는 이르다. 집사는 종종 현관문을 열고 들어 오자마자 화장실로 뛰쳐들어가서 한참을 숨어 있다가 별안간 문을 열고 나오는 놀이를 하기 때문에 혹시 집사가 죽었나 문 틈으로 새는 냄새로 확인중인 요를레이를 깜짝 놀라게 만든다. 그럴 때마다 적절히 '우걐!!!!' 하며 놀라주면 집사는 자지러지게 기뻐한다. 집사는 그 놀이를 제법 좋아한다. 요를레이는 그가 깜빡 잠든 사이에 집사가 와서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숨어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너무 귀찮지만 일단 일어나서 확인하는 편이 좋겠다. 그는 이 동네에서 알아주는 주의 깊고 조심성 많은 고양이이기 때문이다.

 

화장실 문 틈으로 열심히 냄새를 맡았지만 아직 알 수 없었다. 숨어 있는 집사가 언제 문을 열까 내심 기대가 되었다. 오늘도 놀라는 척을 해 줄까. 그러면 분명히 기뻐하며 박수를 치고 호들갑과 아양 섞인 목소리를 내면서 간식 창고로 갈 것이다.

'아. 아니다. 목적을 잊지 말자. 나는 놀이를 하려는게 아니다.'

그는 침착하게 앉아서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에게는 오늘 중요한 할 일이 있었다.

'나는, 집사가, 집에 오기 전에, 갓 빨아서 보송보송한 이불 위에, 헤어볼을, 토해야만, 한다.'

오랫동안 품어 온 궁금증을 오늘 안에 해결 해야만 할 것이다. 만에 하나 집사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꿀럭꿀럭 토하려고 폼잡는 그를 번쩍 들어서 평범한 마룻 바닥에 내려 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모르지만 집사는 요를레이가 마룻바닥에 토하는 것을 좋아한다. 가끔 칭찬도 하고 간식을 주기도 한다. 방금 토한 고양이에게 먹을 것을 주다니 배려심이라고는 고양이 눈곱 만큼도 없는 것이 그의 집사였다.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이 남아서 간식을 받아먹지 않으면 자기가 뭘 잘못한 줄도 모르고 고양이 종 전체에 대한 모욕적인 일반화의 말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내뱉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그런건 그가 상관할 바는 아니었다. 그는 집사가 조금 멍청해도 본인이 선택한 이상 언제까지고 같이 살아주는 것이 반려인에 대한 도리임을 알고 있는 고양이였다.

 

이대로 화장실 앞에서 집사의 귀가 여부를 추리하고 있기에는 너무 지루했다. 마침 사람 화장실 문 앞에 있는 고양이 화장실에서 베이비 파우더향을 물씬 풍기며 노르망디가 나왔다. 참, 요를레이는 귀가 들리지 않아서 같은 고양이가 움직이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고양이는 인간처럼 기품 없이 쿵쿵 대며 걷지도 않기 때문에 진동도 느껴지지 않아서, 노르망디가 어디에서 뭘 하는지는 요를레이에겐 늘 수수께끼였다. 하지만 코만은 누구보다 뛰어난 요를레이는 바로 노르망디가 싸고서 모래로 파묻지 않았을게 뻔한 응가의 잔향을 맡았다. 요를레이가 평생을 가르쳐 왔지만 발전이 없는 노르망디는 요를레이에게는 늘 모자라서 애처롭지만 귀찮은 존재였다. 화장실에서 나와 쾌변 세리모니를 하며 방 안을 뛰어다니는 노르망디의 뒤를 재빨리 쫓아가서 뒷통수를 한 대 때려주었다. 한창 카타르시스와 아드레날린을 만끽중인 노르망디는 신경쓰지 않고 온 방안을 뛰다가 거실로 튕기듯 뛰쳐 나갔다. 요를레이는 따라서 뛰어가려다 말고 다시 멈췄다.

 

그에게는 오늘 중요한 할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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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 먹어야 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