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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돈, 체력, 그리고 시간

이 세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중에 제일은... 이 아니고, 이 세가지는 한 개인이 인생을 꾸려 나가는 데 있어서 항상 한정적이니까 우선순위를 잘 정해서 아껴 써야 하는 것들이다.

 

누군가는 돈이 있으면 체력도 시간도 살 수 있다고 딴지 걸 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르겠다. 과연 내가 가진 돈이 충분하다고 느낄 날이 올까? 체력이나 시간의 경우는 ㅁㅁ하는 데에 필요한 체력/시간 이라고 애초에 목적에 한정지어 말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에 돈의 경우는 인간의 욕심에 기대어 창조된 결과물이라 그런지 그렇지가 않다. 결론적으로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 많은 돈을 유지하기 위해 또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부자가 돈을 벌기는 더 쉬운 법이니까) 내 시간과 체력을 쓰게 될 것이다.

 

중요도에 따라 업무를 위한 시간 배분을 하다가 생각이 멀리 멀리 흘러 왔다.

 

나는 비교적 젊으니까, 돈, 체력 그리고 시간 중에서 가장 한정된 자원은 역시 돈이다. 최근 대학원 동기들이 졸업과 취직을 하면서 대화 주제가 평범한 어른의 그 것으로 바뀌었는데, 역시나 가장 큰 화두는 '돈 모으기'와 '집 사기'이다. 대부분 대기업에 다니니까 좋은 조건에 대출을 받을 수도 있고, 곧 결혼을 앞둔 커플들은(내년에 결혼하기로 약혼한 커플만 셋이다.) 난생 처음 큰 돈을, 그 것도 더블인컴이니까 되게 큰 돈을 벌어보니 들떠있는게 보인다. 한국에서부터 집을 사는 것은 포기한 우리 둘은 여기서도 역시 지루해 하며 그 이야기들을 듣고만 있다. 그래도 관심이 아주 없지는 않아서 '내가 얼마나 손해보고 있는지는 알자'라는 심정으로 리서치를 좀 해 봤다. 놀라운 점은, 인터넷 정보 기준이기는 하지만, 하이델베르크(근방 그나마 큰 도시)에서 40km 떨어진 시골 우리 동네랑 하이델베르크랑 아파트 구매 가격은 비슷하다. 그런데 렌트 할 경우 월세는 1.5-1.8배가 차이난다. 따라서 이 동네에 쭉 살거면 렌트가 이득이고, 도시에 살거면 집을 사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다. 집 사는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은 다 도시에서 우리 집의 1.5배 이상의 월세를 내며 살고 있다. 하지만 내 기준에서는 이 근방 도시들의 인프라가 충분히 크지도 않고, 도시의 단점만 다 가진 상태라(소음, 교통체증, 주차난, 찌린내...) 별로 고려 대상이 아니다. 경영석사 답게(...) 엑셀로 연 2%의 물가상승률을 가정하고, 20년간의 월세를 매년 물가 상승률만큼 복리로 올려 계산해서 종합해 현재 가치로 판단 해 봐도 여전히 20년간 월세를 내는 편이 아파트를 사는 것보다 훨씬 적은 돈이 내 주머니에서 빠져 나간다. 물론 목돈을 마련하고 대출을 받아 갚아가며 산 아파트는 20년 후에 큰 자산으로 남는 것이긴 하지만, 그러면 매 년 주거에 써야 하는 돈이 지금의 2배 가까이로 늘어나므로(세금을 빼고 생각해도) 현재의 삶과 자유를 희생해야 한다. 지금으로썬 쓰거나 모아지는 돈에 집착 말고 마이너스만 피하면서 연봉 앞자리수 바꿀 궁리나 하는게 낫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체력

회사에서 멀리 살기 때문에 출퇴근에 시간을 조금 더 쓰게 되었다. 다행히 차를 산 뒤로는 매일 두시간씩 왕복 운전을 하지만 그래도 몸은 편하다. 재택 근무 등으로 시간을 아끼는 날에는 집에서 운동을 한다. 시간을 쪼개 운동 하는 것의 장점은 내가 구지 말 할 필요가 없지만 귀찮음을 무릅쓰고 하게 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입맛이 돌고 잠을 잘 잔다. 전반적으로 순환이 좀 더 원활하게 되는 느낌이다. 둘째, 똑바른 자세를 하고 있기가 더 쉬워졌다. 근력은 진짜 중요하다. 삼십대 중반 이후에는 뼈에서 칼슘도 많이 잃어버린다는데 근육이 탄탄히 버텨주는 몸을 만들고 싶다. 셋째, 제대로 살고 있는 느낌이 든다. 돈 이야기에서 느낄 수 있지만 나는 이미 고효율 초고속 질주를 위한 인생 트랙을 한참 벗어난 관광객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가끔씩 '이렇게 막 살아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운동을 하고 조금씩 체력이 붙을거라 믿는 행위를 꾸준히 하다보면 이 것 자체가 믿는 구석이 된다. 그리고 집중력이나 지구력은 돈벌이에도 연결된 능력이니 단련해야 한다.

 

시간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고양이를 잘 관찰하면 시간배분을 기가막히게 한다. 일주일을 기준으로 얘네들이 쓰는 시간 비율을 생각 해보면 사냥을 대신하는 놀이 또는 우다다에 20%정도를 쓴다. 먹고 싸는 생명 유지에 가장 짧은 대략 10% 정도를 쓰고, 위생에 20%, 그리고 나머지 50%는 잔다. 사람도 일 20%만 했음 좋겠다. 하지만 나는 돈 벌어오고 집안일 해 주는 집사가 없다. 나는 하루를 8/8/8로 나눴을 때 8시간은 자고, 8시간은 돈을 벌기 위해 노동을 하고, 2시간 정도는 생명 유지에 쓰고, 2시간은 출퇴근에 쓴다. 그러면 4시간이 남는데 그 중 2시간은 운동, 샤워, 품위유지(드레스업, 집안일, 피부관리 등)에 쓰고, 나머지 2시간은 이렇게 일기 쓰거나 게임하거나 책 읽거나 트위터 하는데 쓴다. 자기발전 등을 위해 시간을 좀 쓰려면 결국 출퇴근 시간이나 노는 시간을 줄여야 하는데, 전자는 돈에서 언급한 이유로 기각이고 후자는 싫다. 줄이기 싫어. 싫다!!!

 

결론은 어떤 부분을 어떻게 개선해야 삶의 질이 장기적으로 올라갈 지 알 수 없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