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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다 같이 하는 브레인스톰

네덜란드로 휴가 다녀온 동료가 건네준 생산 과정에서 '노예 없는' 공정무역 초콜릿

나는 우리 팀 동료들을 참 좋아하는데 그 사실은 이 직업을 택한 가장 큰 두가지 이유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사람이 세가지는 동시에 가질 수 없다고 했던가, 사실상 이 직업의 큰 장점은 딱 두가지이다. 대화가 통하고 코드가 맞는 동료들, 유연한 근무시간과 비교적 자유로운 재택근무. 한국에서 직장생활 한 곳에서 밖에 안해보긴 했는데 거기에도 그럭저럭 같이 일하기 즐거운 동료가 있었고, 근무 환경은 빡센 대신 일이 흥미로웠다. 매번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면서 배울 것이 많았고 재밌엇던 것 같다. 여기에는 아쉽게도 흥미로운 일은 없다. 재미 없는걸 어거지로 재미있게 인지하려는 노력이 따로 필요하다.

 

그 노력이 수, 목요일에 있었다. 지금은 미국에서 큰 행사가 진행중이어서 미국에서 일하는 동료들의 관심이 전부 그 곳으로 쏠려 있다. 따라서 이번 주 내내 미국에서 걸려오는 전화(주로 아주 사소하고 논의하는 것 자체가 시간낭비인 것이지만 그들의 체면을 위해 중요하 문제들)가 없었다. 나로썬 원어민과 통화하는 것도 꽤나 부담이라 그 스트레스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덕분에 독일에 있는 팀원들과 새로운 개선안에 대해 같이 머리를 굴렸다. 프로덕트 오너인 브리타가 적극적으로 주도했다. 브리타의 약간 독단적이라고 할 수도 있는 방식이 나는 마음에 든다. 모두가 그걸 마음에 들어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뭔가를 kick start 하려면 분위기를 조성하고, 사람들이 의견을 내 놓을 수 있도록 미끼가 되는 하나의 예시를 두려움 없이 던질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 역할을 우리 프로덕트 오너가 잘 해주고 있어서 영어로 자신있게 하는 커뮤니케이션이 좀 아쉬운 나로써는 너무 고맙다.

 

여러 사람들이 머리를 모아 짧은 시간 안에 수많은 아이디어를 냈고, 그 중에 좋은 것도 있고, 안 좋은 것은 왜 안좋은지에 대해 열렬히 토론했다. 다같이 말과 생각을 동시에 하면서 두려움 없이 아이디어를 내다보니 정말 많은 이야기가 오갈 수 있었다. 그리고 내 역할이자 특기중 하나인 그 아이디어 중에 합이 맞고 진짜 문제를 해결 할 것들을 모아 결합시키는 목업을 뚝딱 만들었다. 아주 빠르게 스탠드업 프리젠테이션을 했고, 다들 환호를 지르며 이거다! 이걸로 가자! 다른 안은 필요없다 라는 말이 나왔다. 오랜만에 느끼는 쾌감이었다.

 

사실 이건 리모트로는 느낄 수 없는 협업이기 때문에 팀의 매니저들이 미국에, 개발자들은 러시아에 있는 우리 팀의 특성상 정말 쉽게 느낄 수 없는 경험이기는 하다. 다음주에는 미국 직원들이 업무에 복귀한다.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