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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좀비꿈 (흥미진진함)

요즘 좀비 꿈을 종종 꾼다. 서사는 내가 본 좀비영화들이랑 되게 비슷하고, 어제밤에 꾼 꿈에는 어린아이 셋을 지켜야 하는 임무까지 주어졌었다. 꿈을 꾸다보니 세계관도 점점 발전한다. 어젯밤 꿈에 의하면, 좀비에게 물리면 서서히 좀비 바이러스가 몸에 퍼지며 좀비화가 진행되는데 보통 3일에서 일주일정도 걸린다. 이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고 상황에 따른 정신력에 따라서도 다르다. 그리고 이 속도를 늦출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는데 바로 어린 아이의 피를 계속 주입받는 것이다. (혈액형은 상관 없는 것 같다) 나는 좀비화된 도심에서 도망쳐서 숲속을 헤매며 다른 안전한 마을이나 쉘터를 찾고 있었는데, 그러다 마구 도망중인 소년을 만났다. 그 소년이랑 무작정 같은 방향으로 뛰다가 오두막보다는 조금 큰 3층정도 되는 고택을 발견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같은 처지로 도망친 듯한 어린 여자아이 둘이 당황해서 우릴 보며 도와줄 수 있냐고 했다. 넷이서 힘을 합쳐서 고택 출입구를 안에서 단단히 봉쇄했다. 그리고 아래가 내려다보이는 2층 창가에서 몸을 숨기고 숨어있었다. 숨어서 들으니 그 남자애는 자기 동네 지주의 딸 같은 사람이 좀비에게 물려서 소년의 피를 필요로 해서 잡혀서 몇 번 피를 빼앗기다가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도망쳤다는 것이다. 설명을 듣고 있는데 그 지주의 딸과 하녀들이 열댓명정도 우리가 숨어있는 고택의 정원으로 들어왔다. 우리가 이미 잠근 대문을 열려고 시도하다가 누군가 굳게 잠근 것을 알고, 소년이 이 곳에 숨었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했는지 정원에 진을 치고 나오라고 소리를 질렀다. 지주 딸의 변해가는 피부색으로 보건데 좀비가 되기까지 길어야 이틀정도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창가에서 몸을 꼭꼭 숨기고 관찰해보니 상상과는 달리 되게 친절하고 하녀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보이는 사람인 듯 해서 안쓰러웠다. 그녀의 오른팔인 듯한 하녀는 내가 현실에서 아는 사람인데 눈 뜨고 나니 누군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튼 아가씨가 좀비가 되어도 자신이 바로 옆에 있으니 걱정없다고, 아가씨에게는 물려도 좋다고 아부를 떨었다. 아부인지 진심인지는 모르겠다. 그 아가씨는 심성이 곧고 착한 사람인지 안간힘을 쓰고 정신력으로 좀비가 되지 않으려고 버티는 것처럼 보였다. 다른 하녀들에게 의지하면서도 좀비가 될 자신의 곁에 위험을 무릅쓰고 붙어 있음을 미안해 하는 것처럼도 보였다. 그러면서 내 옆에 있는 소년에게 뽑은 듯한 피를 계속 주입받고 있었다. 밤이 되었고, 그녀의 발작은 점점 심해지고 있었지만, 아이들은 오랜 긴장상태로 인해 너무 피곤해서 잠이 들었다. 나도 꾸벅꾸벅 졸다가 깨면서 그들을 계속 감시했다. 그 아가씨가 좀비가 되면 적어도 주변 4-5명은 물릴텐데, 여차하면 거기 있는 모두가 좀비가 될 수 있다. 그러게 되면 그들의 막강해진 파워로 이 고택의 문을 뿌시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리고 내 옆에 있는 세 명의 어린아이.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좋지? 나랑 전혀 관계도 없는 아이들인데, 나는 언제까지 이 아이들과 함께 여기에 숨어 있어야 할까? 만약의 사태에 나는 이 아이들을 미끼로 버리고 도망쳐야 살 수 있을텐데, 인간이 그래도 되나? 아니 누군가 살아야 한다면 그건 이 아이들이 아니라 나 인편이 좀 더 살 가능성과 이 사태를 해결 내지는 돌파할 방법을 강구하고 실행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아니지, 인류가 제작한 대부분의 영화나 이야기에서 처럼 나는 역시 이 아이들을(잘 기억은 안나지만 백인이었던 것 같음) 보호하고 죽는 아시아 여자 1인이 되어야 하는건가? 3층에는 뭐가 있을까? 아직 조사하지도 못했는데, 위에 좀비나 어쩌면 더 끔찍한 것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지주의 딸이 좀비가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정말 대단한 정신력으로 잘 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모든 꿈이 그렇듯이 결말은 없다. 기억이 안난다. 다른 등장인물을 더 만났고, 남편도 잠깐 나와서 나한테 잔소리 하고 -_- 갔는데, 이 부분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남편이 한 잔소리는 '어차피 다 죽게 되어 있어, 좀비가 되거나 되기 전에 다른 이유로 죽거나. 열심히 도망 다닐 이유가 없어~' 였다. 이 부분은 현실에서 내가 이 인간에게 가진 불만이 고대로 드러난 것 같아. 하지만 꿈에서 나는 '그래도 좀비에게 물려서 죽기만은 싫어! 아니 누구에게도 물려서 죽고 싶진 않아! 그들의 이빨이 너무 비위생적으로 보이고, 물린 부분이 너무 아플테고 기분나빠!' 라고 반박했다. 내가 반박하니까 남편은 사라졌다. 이 부분마저도 현실과 비슷해.


아무튼 꿈속에서도 내내 긴장하고 도망다녀서 너무 힘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나오니까 남편이 간밤에 악몽을 꿨냐고 물었다. 어떻게 알았냐고 하니 자면서 엄청 끙끙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