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기점으로 좀 더 나은 삶을 살겠다고 다짐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내 생각에는 12월쯤이 그런 결심을 할 마음이 설렁설렁 드는 시기인 것 같다. 여름-가을 동안 외부 활동도 많이 하고, 성찰 같은 것을 할 시간 없이 바쁘게 살았다면 날이 추워진지 한 달 정도 된 이 시점에는 슬슬 몸과 머리가 심심해지는 거다. 다만 뭔가를 시작하기로 결심하고서, 그걸 바로 실행에 옮기기에는 연말이라 약속도 많고 바쁘다 보니 다들 1월 이후로 미루고, 그래서 1월부터 깔끔하게 맞아떨어지는 숫자와 함께 뭔가 시작하는 기분을 즐기고 싶은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나는 뭘 시작하고 싶냐면, 몇 번째 시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침에 좀 더 일찍 일어나고 싶다. 아무래도 나는 체질, 유전자, 그동안의 습관, 커피를 즐기는 식성 등등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해 이게 특히 어려운 사람이다. 시도를 정말 수 없이 했고 수 없이 실패했다. 보통은 일요일 저녁에 마음을 먹고 월요일부터 일찍 일어나고자 다짐하지만 일찍 일어나려면 준비해야 할 '일찍 잠들기'를 늘 실패한다. 주변 아침형 인간들의 조언을 모아서 이번에는 일찍 자는 것을 목표로 삼아 보기로 했다. 이번 주는 월화수 실패하고 목요일에 가까스로 약간 성공했다. 확실히 자정 전에 잠드니 7시 30분에 맞춰져 있는 알람을 듣고 깨는 것이 훨씬 쉬웠다. 목요일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첫째, 하루 종일 심지어 오후에는 커피 마실 시간도 없을 만큼 굉장히 바쁘게 일했다. 두 번째는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지는 부서 올핸즈에서 발표를 했고,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하게 지친 상태에서 저녁에 육체노동도 좀 했다. 세 번째는 저녁을 소화가 잘되는 것으로 먹어서 잠자리에 들 때쯤 배가 살짝 고픈 상태였다. 늘 업무량을 늘려 지쳐 나가떨어질 때까지 일할 수는 없기에 커피와 저녁밥을 오늘도 조절해보려고 한다.
그래도 운동을 시작하고 두 달 넘게 꾸준히 하고 있는 덕분에 요즘 체력도 좋고 성취감도 있다. 어제는 머리 감고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다가 내 어깨와 이두 삼두 근육들이 뚜렷하게 모양을 잡은 것을 보고 무진장 뿌듯했다. 사실 어깨 운동은 이게 운동이 되는 건가 싶을 만큼 자극을 제대로 느끼기도 힘들고 되게 어렵다고만 생각했는데 결과는 착실하게 나타나니 기분이 좋다. 혹시나 싶어서 등을 봤는데 확실히 군살은 많이 줄은 것 같지만 근육의 자취를 눈으로 찾기는 힘들었다. 원래 어려운 거라고 하니까 아주 조금만 실망할게. 허벅지와 둔부는 눈으로 보이는 뿐만 아니라 의자에 앉았을 때의 느낌이 달라질 만큼 변했다. 늘 하체에 가장 우선순위를 두고 운동해서 그렇다. 유난히 하체가 부실했던 엄마가 아프기 시작하실 때 자꾸 넘어지고 고생하시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고, 엄마 체형을 닮은 내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들었었다. 몸을 단련하면서 내 안의 공포심을 극복하는 그런 과정인 건가 싶다. 신체활동을 할 때 시도하는 것조차 겁내고 딱딱하게 굳어서 마음처럼 잘 못하는 내가 점점 변했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 그리고 1월 말에 스키 배우러 가니까 그때 대비해서도 하체 운동을 열심히 하게 된다. 그렇게 금방금방 효과를 눈과 촉감으로 체험할 수 있다니. 올해 들어 가장 잘한 일이 체육관 등록한 거다. 면조가 제안하고 비용도 내서 시작한 거라 엄청 고맙다.
최근 르방 키우는 것에 성공해서 사워도우 빵 굽는 것에 푹 빠져있었는데, 2월부터 전기료가 사용하는 킬로와트당 2배가 넘게 오른다고 해서 이 취미는 1월까지만 해야겠다. 🥲 연봉이나 확 오르면 모를까. 아마 그럴 확률은 굉장히 낮겠지. 올해 안에 이직은 그른 것 같고, 승진을 했으면 좋겠다. 의외로 이직 준비하면서 배운 게 많아서 일도 열심히 했고, 자잘하게 인정도 받았다. 올핸즈 같은 큰 미팅에서 얼굴 까고 (일과는 관련 없는 거지만) 발표하는 것도 다들 엄청 잘한 거고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해줬다. 어떤 영향이 있을지 상상은 잘 안되지만 제발 그랬으면.
그 외에는 독일어 수업 들으려고 인강 결제도 했고 뭔가 작은 의지들은 있는데 마음속 우선순위에서 좀씩 밀려서 그런가 열심히 안 하게 된다. 소셜미디어나 한국 뉴스 들여다보는 것을 좀 줄이려고 노력하니 시간이 좀 많아진 기분은 드는데 그 시간에 주로 고양이들이랑 놀거나 주방정리를 한다. 공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 것들도 유익한 행동이니 오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