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tz
넷플릭스 발 작품으로, 인상 깊게 본 영화 '머니볼'을 감독한 조나 힐이 자신의 상담심리사인 필 스투츠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다. 최근에 역시나 넷플릭스에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1970년대 초 멕시코를 배경으로 한 흑백으로 찍은 영화를 인상 깊게 봤는데, 이 다큐멘터리도 커버가 흑백이길래 무심코 틀었던 것 같다. 조나 힐 감독과 그의 테라피스트인 필이 나와 대화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하고, 머니볼이 저렇게 어린 감독이 찍은 영화였구나 생각하다가, 필이 파킨슨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환자가 자신의 상담심리사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찍는다는 컨셉에서 선한 의지력을 느꼈고, 그렇게 끝까지 홀린 듯이 다 봤다. 다 보고 나서는 경외의 마음에 저절로 기립박수를 (...) 혼자 있는 방에서 쳤다. 영화의 구성이 너무나 멋지기도 했고, 그 안에 담긴 내용이 장난 아니었다. 보수적이고 조심스러운 접근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천천히 진전시키는 기존의 상담법에 불만이 있던 필은 몇 가지 '툴'을 통해서 환자 스스로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식의 상담을 하는데, 이 방법을 고안하게 된 계기는 첫날 상담을 받은 환자더라도 뭔가를 가지고 상담실을 나가서, 어떻게든 '변화'를 통한 희망을 느끼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상에는 배운 대로 하면 되는 일을 그대로 하는 사람과, 왜 그렇게만 해야 하는지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있는데, 나 역시 약간 후자에 속하는 입장에서 이 의사의 태도가 너무나 멋지다고 생각했다. 영화는 필의 다섯 가지 툴을 짚어 설명함을 통해서 막연하게 느낌으로 존재하는 줄만 알았던 감정과 생각의 고리를 언어와 단순한 드로잉으로 구체화해서 설명해준다. 설명이 명쾌하면서도 적용의 여지가 매우 열려있어서 이 것들을 '툴'이라고 부르기로 한 의사의 명석함에 감탄했다. 보는 내내 생각을 많이 했고, 본지 며칠이나 지난 지금도 계속 생각하고 있다. 책이 있던데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다 읽어갈 때쯤 주문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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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프라이데이
필요한 것을 사기 위해 인터넷에 상품을 검색 할 때마다 모든 사이트가 대대적으로 준비한 블랙프라이데이 딜을 마주친다. 나는 처음에 A를 사기 위해 그 사이트에 들어갔는데, 이것 저것 구경하다 쓸만해 보이면서 세일 중인 제품들을 하나 둘 장바구니에 같이 담는다. 여러 개 사서 최소 주문금액을 맞추면 4-7유로 정도 하는 배송비를 면제해 주기 때문에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결제를 하려고 보니 원래 사려던 것에 배송비를 합한 금액의 서너 배는 넘는 금액을 결제해야 한다. 망설인다. 세일을 하기 때문에 담았던 다른 상품들을 보면 딱히 필요하지도 않은 것들이다. 디자인이나 기능이 마음에 드냐고 하면 100%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세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결코 사지 않을 것들이다. 저 것을 샀는데 생각보다 안 쓰게 될 경우 보관할 곳도 문제다. 결국 결제창을 중간에 닫아버린다. 이런 식으로 시간만 허비한 적이 몇 번인지 모른다.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 아무것도 안 사면 손해 보는 기분이 들기는 하지만 얼른 이 시기가 지나가 버리기를 기다렸다가 필요했던 것을 주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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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토돈
코끼리보다는 몸집이 작았다고 하는 코끼리와 비슷하게 생긴 동물로 3세기인가 4세기인가에 지구에 살다가 멸종한 동물이라고 한다. 왜 멸종한 동물의 이름을 따서 플랫폼의 이름을 지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마스토돈은 트위터의 대체제로 종종 언급되어왔던 짧은글 기반 개인 미디어 플랫폼이기도 하다. E. 머슷구가 트위터를 인수해서 거의 깽판(...)을 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피난을 가듯 이 서비스로 넘어가고 있다고 한다. 나는 아주 약간 이전부터 이 플랫폼을 좋아했다. 연합 우주라는 표현을 쓰는데, 내가 속한 행성의 사람들, 그리고 다른 행성에 있지만 같은 연합 우주에 있는 사람들이 쓰는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시작은 이 개념이 멋져서 좋아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대이주를 하기 전에는 연합 우주에는 주로 외국어 글이 올라왔다. 한국어를 쓰는 유저가 비교적 소수였기 때문이다. 이해를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영어와 독일어로 쓰인 너드들의 이야기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지금은 거의 한국어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국사람들은 정말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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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디빌딩
6주차 초보 운동인으로서 보디빌딩에 점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유튜브에서 강경원 님이 주인공인 채널을 통해 초급자 운동법이나 다양한 팁을 배우고 있다. 또 다니고 있는 짐에서 일정 기간 단위로 운동 프로그램을 짜주고 운동법을 알려주는 담당 선생님도 계신다. 원래 이것저것 찾아보지 않고, 좀 공신력 있는 인물(?)의 채널을 찾으면 그것만 마르고 닳도록 돌려보는 편이라 다른 채널은 본 적이 없는데 아직까지는 이대로도 충분할 만큼 많은 정보와 도움을 얻고 있다. 나는 당연히 보디빌더가 될 생각도 없고, 운동의 목표는 '그냥 계속 하기'이지만 자세가 좋다는 칭찬을 계속 듣고, 근력이 타고난 집안에 태어나서 그런지 제법 잘해나가고 있기 때문에 점점 흥미가 간다. 그러나 거창한 목표는 만들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강경원 님이 정의하는 초보자는 운동을 1-2년 이상 하고 있는 사람도 포함되기 때문에 (나 같은 6주 차는 대체 뭐란 말인가. 갓난아기?) 일단은 중급자가 되는 게 목표다. 그만두지 않고 계속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은 없기 때문에 이미 충분한 목표라고 생각한다. 측정도 일부러 안 하고 있다. 너무나 궁금하지만, 궁금함을 참을 때마다 나는 눈에 보이는 결과가 목적이 아니라고 상기하게 되는 효과가 아직까지는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벌써 많은 변화를 느끼고는 있다. 배에 힘주고 똑바로 곧게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늘어난 것 같고, 허벅지랑 둔부가 되게 탄탄해졌다. 등 운동을 할 때 등에 힘을 어떻게 준다는 건지 이해도 못했었는데 점점 더 등힘으로 당길 수 있게 되었다. 못하던 것을 할 수 있게 되는 데에 집중하다 보니 정말 시간이 잘 가고 재밌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