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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기이한 꿈 여러개

간밤에 자면서 꿈을 엄청나게 많이 꿨다. 하나같이 이상한 꿈이었다. 다 연결되지 않는 단편영화 같은 조각들이었다. 디테일은 이미 대부분 휘발되어서 기억나지 않지만 큰 줄거리가 기억나서 적어보려고 한다.

 

벽을 통과하는 엄마

현실의 나의 가족과는 다른 모습의 가족이었다. 엄마는 건강한 상태셨고, 할머니도 계셨다. 할머니는 휠체어에 앉아 계셨다. 할머니의 병이 어떤 병인지는 모르지만 생명 유지를 위해 계속해서 처치를 받고 계셨다. 집안은 처치물과 온갖 부산물로 끔찍하게 지저분했다. 아빠는 다 포기한 것처럼 보였다. 남동생은 나오지 않았다. 할머니를 돌보는 사람은 주로 엄마였다. 짜증을 많이 내셨다. 그러던 어느 밤 엄마 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그 이상한 소리가 할머니가 낸 것이라 생각한 나는 걱정이 되어 들여다 보러 갔다. 그리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엄마가 방의 벽, 콘크리트 벽을 통과해서 온몸을 비틀고 접어가면서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온 몸이, 몸 속이 너무 근지러워서 그렇다고 했다. 이후로 방문으로 안다니고 아주 기괴하게 몸을 해체하다시피 해서 늘 벽을 통과해서 다니셨다. 점점 무서워졌다. 경악하며 보는 나와 달리 아빠는 정말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처럼 덤덤해 보였다. 아빠가 걱정되었다. 엄마는 콘크리트 벽을 통과 할 때마다 아 시원하다 하면서 좋아하셔서 뭐라고 말릴 수도 없었다.

 

아빠 카페에서 아르바이트

꿈 속에서는 아빠가 독일인지 모르겠지만 유로화를 쓰는 나라 중 한군데에서 좌판보다 조금 발전한 형식의 카페를 하고 계셨다.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그 가게를 도왔다. 주로 커피를 내려서 테이크아웃 손님에게 파는 것이었다. 쿠키나 다른 주전부리도 팔고 있었던 것 같다. 제법 손님이 끊이지 않고 다녀갔다. 어떤 잘 차려입은 한국인 커플이 왔다. 나에게 이런 저런 말을 걸고, 커피 두 잔을 테이크 아웃으로 주문했다. 만들어서 드렸고, 가격을 말했다. 그리고 그 분들이 지갑을 꺼내서 동전을 찾는 동안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다른 손님에게 말을 걸었다. 한국인 커플은 나에게 동전 뭉치를 잔뜩 주고 급히 떠나버렸다. 옷을 잘 차려입고 교양있는 말투였어서 나는 크게 의심하지 않았고, 유럽 여행중인 사람이 동전 쓸 일이 없으니 동전을 잔뜩 모아 준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돈을 살펴보니 그건 유로가 아니었다. 파운드같은 마크가 그려져 있었지만 확실치 않아서 검색을 해 봤다. 유로보다는 약간 환율이 낮은 다른 국가의 돈이었다. 전체 얼마를 받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환전을 할 수도 없는 동전을 나에게 버리고 갔다는 생각에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 이 꿈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면서 끝난 것 같다.

 

술을 잔뜩 마신 나

주점인지 술을 파는 가게인지 모르겠지만 술이 너무 당기는 날 갈 곳이 없어서 그 곳에 갔다. 아이보리 색으로 온 가게 인테리어가 굉장히 모던하고 미니멀하게 되어 있었다. 처음 보는 주인이 나와서 이 것 저 것 권해 주었다. 한 잔 마셔보니 난생 처음 맛보는 술이었다. 술에서 감칠맛이 났다. 자꾸자꾸 마시고 싶은 술이었다. 한 잔만 더 달라고 나도 모르게 말했고 주인이 더 따라 주었다. 이건 사야겠다는 생각에 병 값을 지불하고 다 마시고 가겠다고 했다. 주인이 아무 말 없이 계속 따라 주었다. 그 병을 다 비우니까 새로운 병을 가지고 나왔다. 이번에는 매실주처럼 새콤달콤한 술이었다. 이미 취기가 오른 상태에서 더없이 좋은 선택이었다. 그 것도 다 비웠다. 이미 거나하게 취했지만 어차피 취한 것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다른 술도 찾았다. 평소에 취했을 때 마시고 싶어하는 술은 위스키인데 큰 맘 먹고 위스키도 한 병 따자고 했다. 주인이 그건 추천하지 않는다고 하며 또 소주같이 맑은 술을 가지고 나왔다. 내 간이 좀 걱정이 되었지만 에라 모르겠다 싶었고 계속 계속 마셨다. 아침에 숙취로 고생할 것이 걱정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어제 밤에 누워서 부터 느꼈던 어지럼증이 아침에도 느껴졌다. 자세를 바꾸거나 일어 날 때마다 느껴지는 걸로 봐서는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닌 것 같기는 한데, 간밤에 꿈을 잔뜩 꾸고 잠을 푹 못자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