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고 나니까 취미 생활을 할 시간이 별로 없다. 게다가 나처럼 취미가 좀 여러 갈래로 다양하면 더더욱 그렇지. 나는 한우물을 파는 것은 쉽게 질려서 쉽게 그만두기 때문에 대신 여러 가지를 동시다발적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혼자 있을 때 매우 바쁘고, 제발 혼자 있는 시간이 좀 길었으면 좋겠다. 일단 평일에는 회사 다녀오는 것만 잘해도 내가 해야 할 인간 구실과 도리를 다 하는 것이니까 딱히 취미생활까지 할 시간은 없다. 요즘에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전공책을 읽거나 히라가나 공부까지 하니까 자기 발전을 위한 취미는 그 정도면 충분해. 그런데 주말이나 쉬는 날에는 좀 내가 할 것을 하면서 놀고 싶다. 최근에 추가된 빵 굽기부터, 식물 돌보기, 뜨개질, 그림 그리기, 글쓰기, 책 읽기, 드라마 보기, 등 할 것이 많은데 할 시간이 부족하다.
이번 주말에는 남편이 왔다 갔고, 목요일에 술파티도 있었어서 술병 나서 거의 2박 3일을 골골댔고, 토요일엔 친구들과 요리모임이 있었고, 김치도 담갔고... 너무 바빠서 취미 생활을 거의 못했다. 너무 답답해서 남편이 돌아가고 나서 두 시간 정도 그림일기를 그렸다. 말이 그림일기지 한 장 그리는데 13일 정도 걸렸다 ㅋㅋㅋㅋㅋ 총 9컷짜리 스토리 쓰기(1시간), 첫 장 스케치(1시간), 그리고 중간에 의욕이 사라지고 동백꽃 피던 날 보느라 까먹어서 보낸 시간 (10일 정도), 그 이후에 오늘에서야 1시간 정도 들여 채색을 하고 저 위의 첫 장을 완성했다. 중고등학생 때 도대체 어떻게 손으로 스케치 수십장 해서 스캔해서 포토샵으로 색칠하고 하는 짓을 통해 일러스트를 그리고, 막 만화 원고도 만들고 했는지 모르겠다. 어른이 안 좋은 점도 있다는 걸 오늘 깨달은 것 같다. 그림 한 장 그리고 다음 장 스케치하고 나니 밥 할 시간이 되어서 가열하게 요리를 했다.
오늘 밀프렙을 해두지 않으면 내일부터 회사 다녀와서 내가 먹을 식량이 없다. 요리와 뒷정리 후 옆집 고양이들과 우리집 고양이들 밥을 차례로 챙겨줬다. 운동을 하고 씻었다. 오늘은 일찍 잠들어야 지난주에 술병 나서 포기한 공부 진도를 내일부터 다시 따라갈 수 있다. 술 하루 왕창 마시면 48시간은 꼬박 회복하는데 쓰고, 운동 안 하면 똑바로 서거나 앉지도 못하고, 소화력도 떨어지고 숙면도 못 취한다. 진짜 어른으로 살기 너무 빡세다. 피부도 너무 건조해서 마스크팩을 하는 중인데 다행히 아이패드가 마스크팩 붙인 나를 알아봐서 조금 덜 속상한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