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한 번 쓴 적 있는 아침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접은 그에 써놓아야지.
아침루틴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다. 주말 부부 생활을 시작한지 벌써 거의 두달이 다 되어간다. 처음 3주정도 동안 크게 느낀 점은 내가 남편에게 집안일을 많이 의지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저녁밥, 주방정리, 아침 고양이 챙기기(맛사지, 밥주기...), 청소기 돌리기 등. 개별 업무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지만 하루에 한 번, 하루에 두 번씩 해야 하는 일들을 나눠서 하니 생각보다 긴 시간을 절약하고 있었다. 덕분에 나는 저녁에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할 수 있었고, 주말에는 각종 취미생활이 가능했다. 하지만 첫 홀로 자취 3주간은 그러지 못했다. 집의 청결도나 쾌적함이 떨어지면 크게 화내는 고양이들이 있어서 청소를 게을리 할 수 없고, 이유야 어찌 되었든 남편이 하는 것보다 내가 할 때 청소시간이 약간 더 걸린다. 그리고 식사 챙겨먹고 치우는 것도 상당히 시간을 요하는 일이었다. 밥과 물 챙겨주고, 화장실 치워주고, 맛사지 하고 같이 놀고 하는 육묘(?)도 혼자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그 와중에 건강은 해야 하니까 밥도 잘 해먹고, 운동도 하고 하면서 한 주를 바쁘게 보내고 나도 빨래, 시트교체, 우편물 정리 등의 집안일이 또 잔뜩 남아 있다. 주말동안 그 것들을 처리하면서 매일 해야 하는 집안일도 하고, 남편이 오는 주는 같이 놀기도 해야하고 하다보면 정말이지 내 시간은 하나도 없는 기분이었다.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지 않으면 좀 불안하기 때문에 3주쯤 되니까 많이 불안해졌다. 그래서 적어도 매일 책이라도 몇 장 읽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10월 마지막주부터 아침루틴 만들기를 시도해보았다.
시간을 만드는 방법은 역시 슬롯을 정해놓는 방법 뿐이다. 아침에 집정리 시간을 30분으로 정해 놓고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만 하는 것이다. 저녁시간도 사실 마찬가지다. 이후 30분은 책 읽는데 쓴다. 그다음에는 출근 준비를 하는데 쓴다. 내가 행동이 빠릿빠릿 한 편이 아니어서 30분을 초과 할 때도 있으니 출근 전 적어도 2시간은 확보한다는 생각으로 침대에서 나온다. 그래서 8시 30분 출발을 해야 하니까 그 2시간 전인 6시 30분에 침대에서 나오고, 그러기 위해서 눈 뜨는 시각은 6시로 정했다. 나는 알람이 울리면 끄고 30분 정도는 괴로움에 몸부림 쳐야만 침대에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8시간정도는 자고 싶으니까 침대에 들어가는 시간은 늦어도 10시로 정했다.
이론상으로 정한 루틴은 다음과 같다.
6:30 - 7:00(30분): 물마시고 화장실 다녀오기 - 설거지통에 있는 그릇들 정리 - 고양이 밥 챙겨주기 - 커피 내려 마시고 잠깨기
7:00 - 8:00(60분): 책 읽기
8:00 - 8:30(30분): 출근 준비
하지만 진행하면서 더 늦게 일어날 때도 있고, 집중력이 안 따라 줄 때도 있고 해서 책 읽는 시간은 최소 20분, 최대 40분 정도로 귀결되었다.
보통 자정쯤 자서 해가 떠야만 깰 수 있는 나로써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요즘은 해 뜨는 시각이 7:50분 쯤이다. 알람이 울리면 침대 옆에 가져다 둔 등부터 켰다. 빛의 도움이라도 좀 받아야지 쌍욕을 덜 하면서 침대에서 기어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것을 3주간 계속 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충족감이 컸기 때문이다. 20-40분간 그 때 그 때 여건이 되는 대로 책을 읽었는데, 읽고 있는 책이 재미있기도 하고, 진도가 나가는 자체가 감격스러워서 좋다. 좋으니까 지속하게 되더라. 지금은 챕터1 읽고서 거의 반년 째 덮어뒀던 책을 벌써 절반정도, 챕터 4까지 읽었다.
사실 시간을 확보한 것도 좋지만 그게 가능했던 것은 역시 아침 6:30부터 30분간 해야 할 일의 스텝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뇌가 덜 깬 상태로 좀비처럼 움직이면서도 일을 다 하기 위해서 심지어 잠들기 전에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도 하고 메모도 해봤다. 둘 다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루틴의 좋은 점은 역시 '뭐 해야 하지?' 질문을 떠올리며 답을 생각하는 시간의 시퀀스를 통채로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시간을 엄청 효율적으로 쓰게 되는 것 같다. 미션 하나를 마치고 다음에 할 미션이 정해져 있다는 것은 마음의 평안이기도 하다.
오늘은 일기 쓸 시간이 조금 났는데 사실 약간 일찍 일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제 너무 피곤해서 운동은 생략하고 조금 일찍 잔 덕분이다. 6시에 깼고, 6시 15분쯤 침대에서 나왔다. 이제 일기는 그만 쓰고 책읽기로 넘어가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