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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요를레이의 모험 1

부엌 창 틀에 앉아있는 고양이와 정물

요를레이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집사가 다른 도시에 방문 하기 위해 집을 비우는 24시간 동안 그 동안에 차마 집사 눈 앞에서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씩 해 봐야 했다. 모든 책상 위에 올라가서 집사가 미처 치우고 가지 못한 물건들을 하나씩 밀어서 떨어뜨려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또 집사가 새로 산 작업용 의자에 올라가 등받이를 감싼 오돌토돌 한 천에 손톱을 시원하게 긁는 것도 보람 있을 것 같다. 집사는 알지 못하지만 이미 주방 싱크나 위험한 전기 레인지 위는 다 탐험했다. 종종 주방 창 틀에 앉아서 발코니를 굽어 보기도 했다. 집사가 주방 창틀에 놔 둔 꽃에 고양이 털이 늘 묻어 있다며 의아해 하는 꼴을 보는 것은 그의 소소한 즐거움이다.

 

하지만 그는 배운 고양이 답게 배변이나 구토 실수는 하지 않는다. 그건 못 배운 어린 냥이들 아니면 아픈 고양이나 하는 일이라고 집사가 믿고 있는 듯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궁금하기는 하다. 낮동안 따사로운 햇빛이 들어와 덥혀 주는 뽀송한 이불 위에 헤어볼을 게워 내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모르긴 몰라도 평소보다 몇 배는 시원하게 묵은 체증(헤어볼)이 쑥 빠져나오는 기분일 것이다. 아직 헤어볼을 토해낸지 2주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요즘 유난히 털이 빵실히 차오르고 있으니 열심히 털 정리를 하며 목구멍에 털을 모으면 오늘 안에 토해 낼 만큼 충분한 양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집사가 집을 나가며 내가 좋아하는 캔 대신 지겨운 건사료만 잔뜩 담아두고 갔지만 이거라도 먹고 힘과 아밀라아제를 충전해야 원활한 그루밍이 가능하다. 그래서 일단 건사료를 먹었다.

 

건사료를 먹고 나면 늘 그렇듯이 몸이 나른해진다. 얼른 잠자리에 가서 몸을 혀로 싹싹 씻고 자고 싶어진다. 식품 첨가제 때문인가? 아무튼 집사가 게으를 때는 끼니를 건사료로 대충 때워야 할 때가 많다. 요를레이는 계속 이런식이면 언젠가 집사를 교환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잠자리로 갔더니 떡하니 동생 노르망디가 누워있다. 이녀석이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던 걸까? 하지만 잘 되었다. 이 녀석이 뎁혀 둔 자리에 누우면 따뜻하겠다. 요를레이는 노르망디에게 다가가서 이 녀석이 질색하는 궁둥이쪽 털과 똥꼬를 노골적으로 냄새맡으며 콧김을 불었다. 어쭈. 노르망디는 반항하며 몸을 잽싸게 돌려 요를레이의 목을 잡고 헤드락을 걸었다. 이럴 때는 요를레이는 큰 발과 튼튼한 이빨로 사정없이 노르망디를 때리고 목덜미를 꽉 물어버린다. 오늘도 노르망디는 기껏 체온으로 뎁혀 둔 자리를 요를에게 내주며 더러워서 비켜 버린다. 자리를 잡고 누운 요를레이는 방금전 사투로 인해 약간 피로해졌고, 뜨뜻한 잠자리에 더더욱 나른함을 느낀다.

 

앗. 자신도 모르게 잠에 들었었나보다. 어느새 창 밖에는 해가 넘어가고 풍경이 푸르스름하게 변하고 있었다. 지금이 저녁인가 아니면 다음날 새벽인가. 잘은 모르겠지만 아직 다행히 집사가 돌아오지는 않았다.

 

... 갑자기 왜 이런 걸 쓰고 있지 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