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된다. 내일부터 시작하는 새로운 주에는 미국에서 보스와, 보스의 보스가 함께 오기 때문에 묘하게 긴장감이 돈다. 미국인 보스(매니저)는 작년에 한 번 만나봤지만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라 서로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었다. 이번이 두번째 인상이니 조금 기대되면서 긴장도 된다. 보스의 보스인 부서장 정도 되는 분은 이번에 만나면 언제 다시 만날지 잘 알 수 없는 상태이다. 게다가 이번에 우리 팀이 약간 덜 중요한 취급을 당하는 사건이 있었어서 팀원들이 부서에 대해 불만도 있고 아무튼 긴장감이 돌 수 밖에 없는 상태다. 내 영어는... 아 모르겠다.
요즈음에는 일이 힘들다기 보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눈치 보는 것이 힘들다. 이게 내가 한국인이라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눈 앞에 클리어하게 서열이 보이지는 않는 조직이다. 나이도 상관 없고, 직급도 사실 큰 상관은 없이 전부 colleague라 칭하고, 팀을 관리하는 매니저가 있지만 그렇다고 매니저한테 별 큰 권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나는 이제 막 시작한 뉴비에 어떻게 보면 나홀로 기술직이므로 내가 가진 능력으로 날 고용해준 이 팀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이른바 신입으로써의 열정은 넘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열심히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인 것 같은 직감이 든다. 예를들어 조직이 조금 바뀌었으니 내 분야 일을 하면서도, 누군가가 하던 일을 가져와야 하는데, 그걸 넘겨주는 상대방 입장이 좋을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상대가 흔쾌히 넘겨 줄 경우에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약간 껄끄러워 하는 것이 느껴질 때는 도무지 어떻게 얼마나 조심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무튼 말조심을 해야 하는 때이다.
영어로 말조심하기가 요즘 제일 큰 과제다. 한국어로도 잘 못하는데. 내 캐릭터대로 살고 싶다. 근데 내가 평소에 한국어로 표현하던 생각을 외국어로 번안해서 말하려니 진짜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받고, 그나마도 잘 전달이 안된다. 그리고 진짜 디자이너건 개발자건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제일 중요하다. 그 커뮤니케이션에 해당 언어 구사력도 당연히 포함이 되니 이 핸디캡이 진짜 막막하다. 내가 선택한 길이고, 잘 헤쳐 나가야 하겠지만, 요즘 유난히 무겁다. 겨우 한 달 되었다. 언젠가 익숙해지는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