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을 계획 할 때 나의 마음가짐은 챗바퀴처럼 굴러가는 타성에 젖은 삶 대신에 도전을 하고 결과적으로 시간이 갈 수록 발전하는 삶을 추구하고 싶었다. 결론부터 성급히 말하자면 더 어려운 삶을 살려고 온 것이 맞다. 문화도 자연도 전혀 다른 곳에서 외국어로 사람을 사귀고, 일을 하고 사는 것이 쉬울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겁 먹었던 것 보다는 어떻게든 잘 해나가고있다. 좋은 기회를 얻어 취직도 했고, 남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괴롭히지만 않는다면 비교적 괜찮은 조건이고, 나와 남편 그리고 고양이 둘을 부양하기에 적당하다.
이번주는 미국에서 온 보스와 보스의 보스, 그리고 베를린에서 온 동료들을 만나서 한 주 내내 하루종일 회의를 하고, 같이 밥을 먹고, 저녁도 두번이나 같이 먹었다. 한국처럼 회식 후 볼링치러 2차까지 갔다. 믿을 수 없을만큼 피곤했다. 스카이프 통화로 회의 할 때 목소리만 듣던 사람을 직접 만나서 좋은 점은 많았다. 이제 스카이프 너머로 그들이 나를 하나하나 재단하고 있을거라는 상상은 더이상 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보스의 보스는 부서장이고 높은 편에 속하는 사람인데다가 조금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기는 했다.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 앞에서는 유독 더 쫄게 되는 감도 좀 있어서 더 어려웠다. 말을 빠르게 하고, 영어가 아주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이 미처 배우기 어려운 표현을 자유자재로 쓰니까. 베를린에서 온 동료 한명도 미국에서 유학온 친구인데 말이 정말 빨랐다. 키도 크고, 학생이긴 하지만 이 팀에서 일한지는 나보다 훨씬 오래된 친구라 처음에는 조금 쫄았다. 그래도 막상 이야기 하면서 솔직하게 일하면서 느낀 점, 독일 생활 하면서 어려웠던 점 등 공감대를 나누다 보니 조금씩 편해졌다. 역시 어디서나 사람 사는 것은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스들과 이야기 하면서 내가 영어를 잘 못알아 듣거나, 대답을 이상하게 하거나 하는 이불킥 모먼트도 여럿 있었다. 그건... 그냥 정신 건강을 위해 잊어버리려고 노력중이다. 구지 안써야겠다. 아무튼 매일 퇴근 후 집에와서 '소셜라이징 너무 싫어... 고양이가 최고야... 생각하며 잠들었다.'
어제는 힘든 한 주가 끝난 금요일을 기념하며 독일에서 알고 지내는 친구중에 만나면 가장 마음이 편한 친구들과 루마니아 레스토랑에 가서 푸짐하고 정말 끝내주게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힘들었지만 그 시간이 많이 위로가 되었다. 오늘은 눈이 내리고(...) 너무 추운 가운데 장도 보고 주말에 해야 할 일들을 했다. 주중에 쌓인 피로가 가시지 않은 상태라 낮잠을 느러지게 자고 일어났다. 이제 또 준비하고 나가야지. 토요일 저녁을 재밌게 보내보자. 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