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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Zeit, die man mit Katzen verbringt, ist niemals verlorene Zeit. - Sigmund Freud

약간 의역을 해보면, '고양이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면, 그 시간은 결코 의미없이 흘려 보낸 시간이 될 수 없다.' 맞는 말이고요, 일단 주말에 한 게 없어서 뭘 써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이걸 제목으로 정했다. 오늘은 짧막한 토막일기를 쓰기로 했다.


생일선물

뒤늦은 생일선물을 두개 받았다. 하나는 이런 고양이가 주제인 인용구가 적힌 손바닥만한 책이었다. 받고 돌아오는 기차안에서 실실대면서 다 읽었다. 내 독일어가 썩 높은 수준은 아닌데도 고양이, 라이프스타일 관련된 관심있는 내용은 제법 잘 읽힌다. 또 하나는 저금통이다. 고양이인지 토끼인지 잘 모르겠는 형태로 되어 있다. 나의 고양이 사랑이 전 세계에 널리 퍼진거라 사람들이 '민희=고양이 관련을 선물하면 좋아할거야'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나를 떠올려주고 내가 좋아할만한 것이 뭔지 생각해준 그 시간과 마음이 고마웠다. 나도 좀 더 big heart를 가진 사람이 되어 더 크게 보답하고 싶지만 사실 살다보면 잘 안된다. 가끔은 별 것 아닌 일이긴 하지만 타인을 위해 시간, 돈, 에너지등을 더 쓸지 말지 가치판단해야 할 때 후자로 귀결이 될 때가 많고, 더 시간이 지나서 약간 후회하고는 한다. 뭐하러 그렇게 째째하게 굴었을까 싶기도 하고.


영어사전

주말동안 한국인이고, 독일에서 일하고 있는 공감대가 있는 친구를 둘이나 금요일에 한 번, 일요일에 한 번 만났다. 정말 좋았고,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대화했다. 그러다가 아무래도 영어 또는 외국어로 업무를 하는 어려움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왔다. 테크니컬한 의미전달은 가능한 수준이지만 아무래도 원어민과 같이 일 할 때 그들이 쓰는 오만가지 표현을 다 알지 못하니 답답한 점이 많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일상적인 표현에서 비즈니스적 표현으로 바꿔 말하는 능력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점 등. 나는 지금 과외를 하는 편이 효율적일지, 아니면 그냥 계속 영어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책을 읽고 하면서 어휘와 사고능력을 키우는게 나을지 잘 모르겠어서 망설이고 있다. 일단 책을 두 권 샀다. 한 권은 이미 한국어로 읽어 본 적 있는 디자인 전공의 기초기초기초 교양서. 또 다른 한권은 사실상 책이나 학문으로는 처음 읽는 UX 디자인 전공 첫 시간에 읽을 법한 책이다. 일단 읽기 쉬울 것 같은 이미 한국어 버젼으로 한 번 읽은 책을 펼쳤는데 30년 전에 쓰여진 책이 리바이스 되면서 작가가 언급한 새로 쓴 부분, 다시 쓴 부분 등을 읽다보니 이 것은 예전에 내가 읽은 책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스타워즈 - A new hope (4)만 보고서 몇 년 전에 나온 A force awaken 본 것 같은 느낌이었다. 게다가 그 30년 사이에 아카데미커였던 저자가 다양한 비즈니스 경험을 가진 자문가, 컨설턴트, 큰 테크기업의 임원진으로 거듭나 있었다. 다행히 전공책이다 보니 모르는 단어는 거의 없지만 그래도 두세장 넘길 때마다 한두개씩 사전을 찾아보고 싶은 단어가 나온다. 그런데 최근에 내가 더이상 영-한 사전을 찾지 않고 있음을 깨달았다. 영어 공부 할 때 강사들이 아무리 영-영 사전을 보라고 했지만 그 필요성을 못느껴서 나는 꾸준히 영-한 사전을 찾고는 했었는데, 최근에는 영-영 사전을 봐야만 좀 더 제대로 의미가 파악되는 탓이었다. 결국은 영-영사전을 보게 되기까지도 어느 수준의 실력이 필요한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사실 요즘에는 영-영사전을 보기 좀 귀찮을 때 그냥 유의어 사전을 본다. synonym 중에 보통 반드시 아는 단어가 있고, 가끔은 antonym을 보고 의미를 파악하기도 한다. 이러면 그냥 단번에 아는 단어로 바꿔 전체 문장을 이해 하게 되어서 독서 할 때는 흐름도 끊기지 않고 되게 편리하다. 찾은 단어가 기억에 잘 남지는 않는데 그건 어떤 사전을 찾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냥 그 단어를 반복해서 다른 컨텍스트로 자꾸 접하면 자연스럽게 알게되니까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투덜거림

위에서 언급한 다시 읽고 있는 개정판 책의 저자는 Don Norman이다. 나랑 똑같이 투덜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일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래서 그런 작가의 책은 유난히 더 재미있게 읽힌다. 대표적인 사람으로 번트런트 러셀이 있다. ㅋㅋ 남편은 내 투덜거림을 들어야 하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 지겨워하지만, 사실 투덜거림은 나의 삶과 발전의 원동력이다.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있다면 뭐가 왜 마음에 안드는지 곰곰히 생각해보고 그걸 어쩌다보니 소리내게 되어서 투덜거림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상 내가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정확히 무엇이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알고나면 대게는 해결책이 떠오르게 마련이다. 문제의 발견과 해결책을 떠올리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인간이 배우는 과정이다. 그걸 성급하게 미리 판단해서 'ㅇㅇ 하면 되잖아'라고 되도 않는 해결책을 말해버려서 날 분노하게 만드는 남편은 수 년째 왜 배우는게 없는지 모르겠다. 그가 배울 것은 아주 간단한데. 1. 해결책을 나 대신 생각해 주려고 하지 말 것, 2. 구지 생각해 주고 싶다면 좀 더 면밀히 조사해서 제대로 내 문제를 파악 후 생각 할 것. 어서 커서 Don Norman이나 러셀처럼 시덥잖은 것으로 투덜대거나 꿍시렁대도 사람들이 '아 저 석학이 또 뭔가 배우려 하나보다'라고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럴 일은 당연히 없을 것 같기는 하다. 적어도 그들의 가족이나 파트너로부터는 그런 인정 평생 못받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