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19년! 20 뒤의 숫자가 엄청나게 빠르게 변하는 느낌이다. 올 해도 가족사진을 찍어 연하장을 만들었다. 주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 그룹채팅방, 지인들에게 새해인사를 하며 말 한번 걸 때 쓰인다. 우리는 잘 지내고 있고, 올 해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라고 알려주는 용도다. 결혼하고 그 다음 해인 2013년 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벌써 일곱번째다. 7년간 나의 헤어스타일의 변화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매년 찍어 공개하긴 했지만, 아직 전부 모아서 공개한 적은 없다. 2022년에 10장이 모이게 되면 한번 모아봐야지.
12월 31일과 1월 1일은 늘 바쁘게 지나가버리고, 막상 새해가 왔음을 깨닫고 올 한 해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은 1월 2일부터 갖는 것 같다. 사실 나는 새해를 맞아 계획을 세우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올 해는 이렇게 전개될 것 같다'라는 예고편은 머리속에 그려보게 된다. 사실 연말과 연시가 아니면 이런 총정리를 할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듣고, 나도 생각해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한 해를 시작하는 지겨운 클리셰의 풍경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국인이면 토정비결을 봐야죠. 올 해는 아주 어마어마하게 운이 좋은 한 해라고 나왔으니(내가 보는 곳에서는 사실 매년 좋은 말만 나온다.), 기분이 좋은 채로 자질구레한 걱정거리는 잊어버리기로 한다.
작년에는 조용하지만 그래도 착실하게 살았다. 상반기에는 독일어를 열심히 배워서 B1까지 수업을 다 들었다. 아직 잘 하진 않지만 그래도 생활하며 가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순간에 이제 독일어로 볼 일을 보는 수준이 되어 좀 사는게 편해졌다. 4월부터 시작한 운동이 이제 거의 습관이 될 만큼 생활에 자리잡은 것은 가장 큰 수확같다. 군살이 빠지고 체력이 조금 좋아진 것은 보너스. 대신 식사량이 늘어서 장을 자주 봐야 한다거나 남들과 먹을 때 민망하다거나 하는 작은 불편함도 생겼다. 내가 무슨 책을 읽는지도 4월부터 기록하기 시작했는데, 연말까지 총 25권을 읽었더라. 여기서 단편은 포함했고, 만화책은 제외했다. 리스트를 죽 훑어보니 기록을 하지 않았으면 내가 읽었는지 조차 까먹었을 법한 책도 있더라. 대부분 추리소설과 오쿠다 히데오의 장난스러운 소설들이었고, 덕분에 아주 재미있는 한 해를 보냈다. 주로 전자책 리더기를 통해 전자도서관에서 빌려 읽었고, 거기서 찾기 어렵지만 읽고 싶은 히가시노 게이고나 오쿠다 히데오 소설은 알라딘에서 전자책을 사서 읽었다. 웃기는 점은 지인을 통해서나 한국 방문 시에 사온 종이 책은 아직 끝까지 읽은게 별로 없다. ㅋㅋㅋ
워킹스튜던트로 일년간 일을 그래도 잘 했는지 매니저가 외주계약으로 이 팀에서 계속 일해보겠냐는 제안을 해서 별 다른 기회가 제발로 굴러들어오지 않는 한 그렇게 할 것이다. 지금 쓰고 있는 논문을 이번달 안에 다 써버리고, 무사히 졸업을 하게되면 3월부터는 아마 다시 직장인의 삶을 살게 되겠지. 그러면 당분간 일 열심히 하면서 독일어 공부도 다시 시작하고, 바쁘게 보내다 보면 여름이 오고, 올 여름에는 1-2주 휴가를 다녀오고 싶다. 9월이 되면 남편이 새 학기를 시작할테고, 새로운 도시에 또다른 거처를 마련하느라 분주할거다. 그러다보면 다시 연말이 돌아오겠지.
큼직큼직하게 집중할 일들이 있어서 오히려 열심히 달릴 수 있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부디 몰랐던 맛있는 것도 많이 발견하고, 운동 하는 것 게을러지지 않길. 운동은 정말 선순환 같다. 게으름을 꾹 참고 하고나면 에너지가 생겨서 게으름을 덜 피우는 사람이 된다. 올 해도 잘 부탁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