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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고양이가 나랑 같이 자고싶어하는 이유

유투브에서 추천영상으로 뜨길래 무심코 클릭했다.

https://youtu.be/8B2esiq24Hg

여기에서 다섯가지 이유를 말하는데 요약하자면

1. 따뜻해서

2. 무엇보다도 편하니까(침대, 이불에서 자는게)

3. 집사랑 자는 편이 안전하다고 느껴서

4. 걍 침대가 자기 잠자리라고 생각하고 있고, 집사는 옆에 같이 재워주는 것임

5. 집사를 사랑하니까. 고양이도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은 고양이만큼 괜찮은 녀석이라고 생각한다고 함. ㅋㅋ

라고 한다. 다 맞는 소리 같다. 순서조차도.


토요일이다. 아침에 눈을 떠서 노릉이랑 한시간 넘게 게으름 피우다가 침대에서 나왔다. 그러던 와중에 저 영상도 봤다. 아침의 노릉은 나만큼 게을러서 내가 자기 뱃살에 볼따구를 비비던 자기 꼬리를 베고 눕건 '으냐-'소리만 내고 저지하지 않는다. 물론 도가 지나치게 귀찮게 굴면 급 짜증내면서 공격적으로 대응한다. 그래도 나를 다치게 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추운 날 아침 이불 속 안에서 뒹굴대는 느낌은 천국에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거기에 보들보들 따뜻한 고양이까지 있으니 진짜 이승에 있는 느낌이 아니다. 앗, 그러나 현실로 돌아오게 만드는건 노릉이 방구 꼈을 때. 요즘은 내가 양치질도 잘 해줘서 입에서 나던 사료 냄새도 심하지 않다보니 상대적으로 아주 약한 방구냄새가 강렬하게 느껴져. 내가 늦잠을 잔 것을 보니 이제 이 곳 시계에 완전히 적응했나보다. 어제까지는 알람을 맞춰둔 7시에 잘 일어났었다. 아니면 어제 운동도 하고, 청소기도 돌리고, 뮐러(큰 드럭스토어)도 다녀오고, 논문도 두페이지나 쓰고 해서 피곤했는지도 모른다.


남편이 없으니 심심하기도 해서 아침에 차 마실 때 마다 일기를 쓰고 있다. 어제 새로 사온 알나투라 차이티를 마시는 중인데 기본에 충실하고 맛있네. 교보 갔을 때 베스트셀러 코너를 지나가다 본 책 표지에 의하면, 아침에 글 쓰는 것이 좋다더라. 좋은 점은 있다. 기억 하고 싶은 것을 언어로 써내려가기 위해 여러 번 더 떠올리게 된다. 조금 더 곱씹고 하루를 살아가게 되는 느낌. 하지만 다 기분 탓일 수도 있다.


어떤 우연인지 아마존에서 받은 택배를 뜯어보니 미국에 사는 매니저가 독일 아마존을 통해서 보낸 '하루 6분'이라는 일종의 다이어리가 들어있었다. 하루에 감사했던 것, 행복하게 했던 것을 적어내려가는 일기장 같은건데 보는 순간 '이런 무시무시한 테스크를 선물하다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설명이 독일어로 되어 있어서 총 4페이지 뿐이었지만 꽤 오랫동안 읽었다. 뭔가 나에 대해 잘못 판단한 선물이거나, 사실 파악 할 기회도 없었으니까 매니저가 이런걸 좋아하는게 아닐까 싶다. 아무튼 선물 받은거니까 난생 처음 이런 것을 한번 써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지금 내가 일기 쓰고 있는 것과 크게 봐서는 똑같은 행위가 아닐까.


이 짧은 일기를 쓰는데도 한시간 가량이 걸렸다. 중간중간 방에서 싸우는 고양이들을 구경하러 다녀왔기 때문이다. 어쨌든 제목이 고양이이 관련이기 때문에 기승전 고양이로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