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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쇼핑 할 것이 없어

연말이고, 박싱데이고, 시어머니가 독일에 있는 동안 생일도 아무 것도 못 챙겨줘서 미안하다고 용돈도 많이 주셔서 돈도 있다. 쇼핑을 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틈틈히 아마존이나 회사 복지 할인 사이트들을 보고 있다. 그런데 사고 싶은게 뭔지 도무지 모르겠어. 부족함이 없이 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없는건 많지만, 필요한건 다 있는 듯 하고, 또 써보지 않은 물건을 삼으로 인해서 생활이 바뀌거나 시간을 써야 한다거나 하는게 좀 부담스럽다. 자리를 차지하는건 또 그 때문에 싫고.


아침에 청소기를 돌리면서 내가 뭐가 가지고 싶은지 또 생각해 봤는데, 일단 다이슨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써 본 입장에서 다이슨이 완벽한 청소기가 아니라는건 안다. 무겁고, 배터리 수명도 짧고. 그런데 다이슨이 있을 때와 없을 때 뭔가 흘리는 것을 먹거나, 가루같은게 많이 떨어지는 작업을 하거나, 아니면 고양이랑 쇼파나 각종 천 위에서 놀거나 할 때 심적인 부담이 훨씬 덜 했다. 청소기하면 딱 하루 써본 로봇청소기도 생각나는데, 아주 비싸고 스마트한 로봇청소기가 아닌 이상 의미 없다는걸 배웠다. 그렇게 비싼 가전제품을 현재의 내가 사고 싶은지는 잘 모르겠다. 차라리 그만큼 지출을 할 거면 식기세척기가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주방이 작아서 둘 곳이 없다.


써보고 싶고, 갖고 싶던 바디제품이나 화장품은 이번에 면세점을 통해 다 잘 샀다. 그 외에 사보고 싶은 약간의 고가 제품 중에 딥티크 제품군이 있는데, 이건 매장에 가서 직접 향을 맡고 사고 싶다. 언젠가 새로운 도시를 여행 할 때 하면 될 것 같다.


독일에서 살아서 그런가, 치장하는 것에는 원래 별로 없던 관심이 더 없어졌다. 옷은 기능적인 것으로 잘 골라서 단순한 디자인으로 고르면 어지간히 지나다니는 독일인들보다 이미 훨씬 잘 입고 있는 기분이 든다. -_- 한국처럼 미친듯이 추운 것도 아니니까 구스다운 자켓도 필요 없다. 코트도 현재 잘 입고 있는 것 하나, 많이 낡은 것 하나가 있는데 괜찮은 조합이다. 편하고 싶을때와 차려입고 싶을 때를 위한 것이 둘 다 있으니까. 


가방도 딱히 필요 없다. 사실 지금 매고 다니는 백팩이 7-8년 된 것 같은데, 아직도 튼튼하고 편하고, 디자인도 질리지 않아서 바꿀 필요를 못 느끼겠다. 차려입을 때 드는 백도 작은 것 하나, 큰 것 하나가 있다. 그 이상은 필요 없다. 사실 백팩 말고는 잘 들지도 않는다. 신발은 운동화를 한번 바꿀 타이밍이 곧 올 것 같다. 아마도 그냥 지금 신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아디다스 스니커를 살 것 같다. 편하고, 어디에나 어울리고, 흠잡을 것이 없는 신발이다.


인테리어 용품에는 관심이 좀 있는데, 세탁바구니를 좀 바꾸고 싶다. 그런데 예쁘고, 자리 많이 안차지하고, 빨래 많이 들어가는걸 아직 못 발견했다. 그 외에는.... 캣타워 정도?


아. 도대체 쇼핑 할 것이 없어 낙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