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커플의 가족들(독일인 가족, 루마니아인 가족)이 만나 식사를 하는 자리에 어쩌다 초대를 받아서 함께 크리스마스 점심을 먹게 되었다. 어른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한국에서는 해가 넘어가는 때에 뭘 하냐고, 특별히 복을 불러오는 행위가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별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정말 한국 문화에 대해 아는게 없다. 떡국을 먹는다는 것, 떡국을 먹어야 비로소 한 살 더 먹는다는 것을 설명했다. 그랬더니 그들은 그 한 살이 그냥 나이 한 살이 아니라 건강하고 알찬 한 해로 이해한 것 같다. 좋은 해석이라 생각해서 그럴 수도 있다고 했다.
유럽에는 온갖 미신적 행동들이 있다고 들었다. 루마니아, 이탈리아 같은 라틴어 문화권에서는 새 빨간 속옷을 입어야 한다고 한다. 빨간 속옷을 입고, 그 위에 겉옷도 새 옷이면 좋다고 한다. 하다 못해 양말이라도. 주머니에는 현찰을 가지고, 31일 밤부터 레스토랑이나 바, 디스코에서 새해 아침까지 논다고 한다. 새해 음식은 생선을 주로 먹는데 생선처럼 날렵하게 나쁜 일들을 피해가는 의미라고 했다. 그리고 새해 첫 날에 집에 방문하는 첫 방문객은 꼭 남자여야 해서, 혹시나 여자인 사람이 방문 할 경우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 방문객은 사전에 조율되어서는 안되고 꼭 우연히 들러야 한다고. 독일인 아주머니와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질색팔색했다. 난 그래서 DHL 배달원이 다 남잔가부다 라고 했다.
독일에도 되게 이상한 것들이 많았다. 25일부터 31일까지 씻지 않아야 새해에 행운이 깃든다는 풍습을 듣고 아연실색했다. 내가 행운이 올 지언정 질병도 같이 올 것 같다고 하자 다들 눈이 동그래져서 나보고 혹시 오늘 씻었냐고 물었다. 당연하지!라고 했더니 다들 나보고 큰일났다고, 행운이 안 올거라고 놀렸다. 이봐들. 독일인 아저씨는 새해 식사로는 꼭 대구 요리를 먹었다고 회상하셨다. 생선을 먹는 다는 점에서 동유럽이랑 비슷하네. 그 외에도 이 것 저것 해야 할 것들을 설명해주셨는데 까먹었다. 가슴털에 관련된 것도 있었는데. -_-;;
아무튼 그렇게 생각보다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선물을(주로 초콜렛을) 산더미처럼 받아서 돌아왔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쿠키 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