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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Copenhagen 셋째날,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01. Design museum Denmark


오후에 면조의 전 직장 동료인 송님을 만나기로 했기에 오전에는 비를 피해 뮤지엄에 가기로 했다. 학생은 입장이 무료여서 기뻤다. 전형적인 북유럽인처럼 생긴 멋진 아저씨가 학생이라고 하니까, you are the most welcomed라고 하셨다. 진짜 멋진 환영이었다. 한시간 반 정도 둘러보다가 잠시 인사하러 갔다와서 다시 구경할 참이었다. 그런데 전시 내용이 너무 좋았다. 특별전에서는 일본의 디자인과, 일본에서 영향받은 덴마크의 디자인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너무너무 좋았다. 좋아하는 두 스타일의 만남. 핀율이 일본의 미학에 영감받아 만든 검고 낮은 거실 쇼파와 테이블은 정말 멋졌다. 부자가 된다면 꼭 핀율의 의자를 사야지. 전시장 자체도 정말 멋졌다. 중간 중간 테이블과 의자가 있고(전부 훌륭한 디자이너의 작품),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책자들이 놓여 있었다. 보트투어를 한다고 하셔서 끝나고 뵙기로 약속을 미뤘기 때문에 시간이 두어시간 더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좋은 의자에 앉아서 스칸디나비안의 아이를 위한 디자인에 대한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다. 1900년부터 시작하는 길고 긴 '아이를 위한 디자인'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었다. 가구, 티비 프로그램, 동화책, 놀이터, 아키텍쳐와 인테리어 디자인의 발전 등등 멋진 내용이었다. 긴 역사와, 깊은 통찰이 바탕된 배려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감동적이었다. 책을 읽는 동안 여러 사람들이 같은 테이블의 의자에 앉아 쉬다 떠났다. 그 중에 어떤 한국인 여자애도 있었는데, 남자친구로 추정되는 사람과 오랫동안 통화를 했다. 혼자 여행을 온 것 같았는데 견디기 어려울만큼 외로운건지 아이같은 목소리를 내며 한참을 징징대서 좀 짜증났다. 모국어라 집중하지 않아도 너무나 잘 알아들을 수 있어서 괴로웠다. 상설전의 전시도 끝내주게 멋졌다. 패션쪽은 관심이 적어서 슬쩍씩 보고 지나갔는데, 패션쪽을 지나니 의자를 주로 한 가구와 주방용품 같은 생활제품들이 나왔다. 황홀했다. 어려운 디자이너들의 이름을 모두 기억할 수는 없었지만 정말 황홀한 작품이 많았다. 인간이 아름다움을 느끼는 비율이나 색상등을 완벽히 체화한 뒤에 마음껏 가지고 노는 무림 고수들의 수다를 듣는것처럼 재밌었다. 다 보고 나오니 약속 시간이 다가와서 핀으로 된 입장권을 반납함에 넣고 나갔다. 언젠가 다시 오고 싶은 뮤지엄이다.



02. 장대비, 카페


비가 장대처럼 쏟아져서 우산이 소용이 없었다. 배가 내리는 항구까지 열심히 걸어갔다. 물론 중간에 헤매기도 해서 조금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다행히 약속시간에는 늦지 않았다. 쌩뚱맞은 해외의 도시에서 아는 얼굴을 만나니 반가웠다. IPS라는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고 하셨다. 그 곳 학생들과 함께 2시간의 자유시간동안 카페에서 차를 마시기로 했다. 전부 한국인 아니면 일본인이었다. 아시안이 대부분이라 정말 신기하고 반가웠다. 다양한 출신, 연령, 목적의 사람들이었다. 딱히 전공이 정해져 있지 않은 교육과정이라서 더 그런 것 같았다. 호텔 근처에서 커피를 마셨는데 10 크론밖에 안했는데 호텔 로비인 멋진 공간에서 맛있는 필터 커피를 마셨다. 덕분에 호텔로 와서 젖은 옷과 양말을 갈아입고 조금 쉴 수 있어서 좋았다.



03. Christiana, Morgenstedet


크리스티아나는 히피들의 공간이라고 유명한 곳이다. 과연 흥겨운 바이브의 공간이었다. 마약상이 많다는 메인 거리를 살짝 피해서 다녔다. 동쪽의 물가로 정말 큰 공원같은 공간이 있는데, 호수가 바로 옆이고, 섬도 보였다. 별장같은 집들이 있고, 물가에는 사람들이 많이 앉아서 그야말로 칠-하고 있었다. 위드를 피우면서. 허헛. 진짜 느긋한 풍경이었다. 뭔가 다 던져버리고 싶을 때 와서 물멍 때리면서 시샤같은거 피우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Morgenstedet은 대충 보니 Morning CIty, Morgenstadt같다. ㅎㅎ 뿌리가 같은 언어들이라 재미있다. 진성 히피같은 주인아저씨가 운영하는 것 같다. 베지테리언 레스토랑인데, 그날의 메뉴를 팔았다. 쌀이랑 삶은 야채랑 스윗사워 소스를 부어주는 메뉴가 있길래 시켰다. 아침먹고나서 커피 한잔 말고는 먹은게 없어서 배가 많이 고팠다. 음식이 엄청나게 맛있다기 보다는 순하고 건강한 자연주의 맛이었다. 간도 엄청 약하게 되어 있고, 테이블에 간장 같은게 있었는데, 싱거운게 좋아서 재료 자체의 맛을 느끼면서 맛있게 먹었다. 쇼케이스 안에 있는 후무스가 맛있어 보여서 테이크아웃으로 하나 사왔다.



04. Irma


여기저기 자주 보이는 슈퍼마켓. 덴마크에서 가본 세가지 슈퍼마켓 중에서 가장 규모가 있고, 잘 정돈되어 있고, 컬렉션이 다양하고 깔끔한 곳이었다. Oekologisk Knaekbroed란 딱딱한 과자같은 빵과 샐러드를 사왔다. 통곡물 과자빵은 후무스에 찍어먹으니 진짜 맛있었다. 샐러드도 팔라펠과 쿠스쿠스가 들어간 미들 이스턴풍 샐러드인데 정말 맛있었다. 비건들이 즐기는 삶이 이런 맛이구나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샐러드용 포크를 깜빡하고 안사와서, 츄리닝 차림으로 세븐일레븐 가서 치아푸딩 사오면서 스푼 받아와서 그걸로 먹었다. 생활력이 갈수록 발전한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