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너무 아프다. 그동안 너무 걸어서 많이 다닌데다가 어제는 무거운 짐을 지고 뛰어다니고 걸어다니고 했더니 정강이 두쪽이랑 왼쪽 발목과 골반아래 부분이 너무 아프다.
01. Film Institutet
건물이 멋있고 안에 좋은 카페가 있다고 해서 이 곳에서 한나절을 보내기로 마음먹고 걸어갔다. 노트북도 챙겨서 나왔다. 호텔에서 걸어서 30여분 거리에 있는 곳인데, 가는 중간중간 쉬면서 걸어야지 생각했고 그렇게 했다. 스톡홀름은 사이즈가 큰 도시이다. 건물도 크고, 길도 넓고 길다. 사람들도 크다. 모든 것이 큰 느낌. 그래서 걷는 거리도 더 길게 느껴졌다. 생각해보면 함부르크나 덴마크에서는 대부분이 걸어서 20여분 거리 안에 있었다. 여기는 30분 안에 있는데 아마도 그게 그냥 도시 크기의 차이인지도 모르겠다. 호텔이 있는 시내 중심가를 나와 필름 인스티튯 건물로 걷는 길에는 나무나 잔디가 참 많았다. 도로 사이에 섬처럼 잔디밭을 구성해 놓고 산책하거나 걸어다닐 수 있게 해놨다. 가로수도 많았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도시 전반에서 약간 찌린내 같은 냄새가 난다. 누군가 노상방뇨를 해서 나는 그런 냄새같지는 않고, 아마도 특정한 나무나 풀이 내는 냄새같기도 하다. 아무래도 바다와 운하를 끼고 있는 도시이다보니 이런 냄새가 날 수도 있다고는 생각한다. 덴마크와 비교해서 어린 건물(지어진지 100년 미만으로 보이는)이 많이 보였다. 도시 전체 느낌이 커다란 현대 또는 근미래의 도시. 물론 오래된 유럽식의 건물도 간간히 있어서 유럽도시의 느낌은 가지고 있다. 색상도 참 예쁘다. 우체통을 파스텔 레몬색과 하늘색으로 칠해놨더라.
큰 분수를 보며 쉬는 동안 날아다니는 비둘기를 많이 봤다. 비둘기조차 많이 움직이고, 비행을 즐기며 행복해 보였다. 도시 자체가 휴가 기간이어서 한산한 듯 했다.
걷고 걸어서 찾아간 Film Institutet에는 딱히 볼 것이 없었다. 카페는 여름 휴가 중이고, 리셉션의 직원에게 티켓이 필요하냐고 물었더니, 그냥 둘러보면 되고 딱히 볼 것은 없을거라고 말했다. 진짜였다. 그래도 화장실을 무료로 쓸 수 있어서 좋았다. EU에서 데이터 로밍이 된다고 했지만 3G는 거의 안된다고 해도 좋을만큼 느리다. 그래서 딱히 주변에 갈 만한 곳을 찾지 못한 채 다시 시내 중심으로 걸었다. 점심 시간이 끝나가고 있어서 이제 슬슬 밥먹을 곳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02. SALUHALL
원래 가려고 했던 식당이 휴가기간이라 문을 닫았다. 근처를 헤매다가 SALUHALL이란 딱 봐도 푸드코트나 마켓 느낌의 건물을 발견해서 들어갔다.
코펜하겐에서 본 것처럼 여러 가게들이 모여있는 푸드코트 같은 공간. 신선한 해산물을 파는 가게도 있고 맛있어 보이는 것이 많았다. 쭉 둘러보고 나서 앉을 자리가 좀 있어 보이고, 손님이 적당히 많으면서 맛있어 보이는 가게에서 튀긴 대구 스테이크를 샀다. 오늘의 점심 메뉴여서 135크론을 냈다. 나쁘지 않은 가격이다. 정말 맛있었고, 또 야외 테라스에서 먹어서 기분도 좋았다.
스톡홀름에는 소문처럼 어린 아이와 다니는 아빠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 것도 보통 두세명의 아이를 동시에 데리고 다닌다. 유모차를 끌거나 손을 잡고서. 미디어에서 접하기도 했고, 독일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긴 하지만 여기서는 너무나 당연한 풍경이어서 또 놀라웠다.
03. 국립 도서관
밥먹은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공원이 있길래 걸어왔다. 입구에는 국립 도서관이 있길래 앞마당 그늘에서 좀 쉬었다. 면조와 메시지로 대화하다보니 갑자기 인터넷이 빨라진 느낌이 들었다. Edurom 와이파이가 연결되어 있었다. 너무 좋다! 가능하면 오래오래 유럽에서 학생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있으니 언제까지고 그럴 수는 없겠지만. 안에 구경도 할겸 들어왔는데 카페가 있어서 들어와 앉아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도서관 카페 치고 커피가 맛있다. 32크론. 적은 금액도 카드로 긁고 있기는 한데 환전 안하고 계속 이렇게 다닐까 생각중이다. 독일에서 사는 동안 현금만 쓰는 생활에 제법 익숙해 졌는데, 며칠 카드 긁고 다니다 보니 확실히 현금을 안쓰는 생활이 훨씬 쉽고 간편하다.
여기엔 4시까지만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