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Karo Fish
베를린 풍의 힙하고 예술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는 동네를 찾아가려고 오전에 체크아웃 후 바로 걷기 시작했다. 짐 싸기 전에 아침으로 크로와상과 주스를 마셔서 배는 든든했다. 하지만 시간도 꽤 지났고, 꽤 먼거리를 걷다보니 슬슬 출출해지는 찰나에 카로 피쉬를 발견했다. 트립 어드바이저나 구글 리뷰에서 엄청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가게다. 신선한 생선을 그릴에 구워 파는 곳인데, 가게 안에 들어가는 순간 맛집임을 알 수 있었다. 그다지 크지 않은 가게여서 내부에는 테이블이 4-5개, 밖에는 좀 더 많았다. 배가 아주 고픈건 아니었지만 여길 그냥 지나칠 수는 없어서 앉아서 주문했다. 5가지 생선을 조금씩 맛볼 수 있는 텔러로. 감자는 어떻게 주냐고 물어보길래 내사랑 브랏카토펠로. 맥주도 2.50밖에 안해서 한병 시켰다. 생각해보니 가격도 참 싼 곳이다. 점심 시간을 바로 앞두고 있어서 내가 갔을 때는 손님이 없었지만 음식을 기다리다보니 어느새 가게가 꽉 찼다. 4인석에 앉아있었기에 다른 혼자 오신 할아버지와 합석을 했다. 식전 빵과 샐러드도 참 맛있었다. 생선 나온 비주얼에 깜짝 놀랐다. 생선구이와 브랏카토펠 사이에 구운 파가 쪼로록 놓여 있었다.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구운 파! 당근과 콜라비 같은 것도 함께 구워져 있었다. 흰살생선 네가지, 바다연어 이렇게 다섯종류가 나왔다. 다 정말 맛있었다. 소스도 써전 아일랜드 소스처럼 생긴 것과 하얀 타르타르 소스가 나왔는데 둘 다 달착지근하고 맛있었다. 함부르크에서 먹은 식사중에 아마 처음으로 제대로 코스로 앉아서 먹은 것 같고, 정말정말 만족스럽게 먹었다. 가격도 참 쌌다. 맥주까지 15유로가 채 넘지 않았다. 팁을 드리려고 했는데 주인아주머니가 잘못 알아들으셨는지 그냥 정액을 거슬러주셨다. 너무 가게가 바빠서 그냥 나왔다. 흠. 여긴 언젠가 다시 올 것 같으니까 다음엔 넉넉히 내야지.
02. Sternschanze
이 곳이 바로 베를린 풍의 예술적인 동네라는 곳이다. 숙소에서 걸어서 50분정도 걸어가야 있는 동네이다. 좀 힘들까 싶은 순간에 생선요리를 맛있고 든든하게 먹어서 기분 좋게 도착했다. 가는 길부터 그래피티가 눈에 많이 띄더니, 본격적인 골목으로 접어드니까 가로수 사이사이 오래된 건물이 그래피티로 알록달록 덮여있는 멋진 동네였다. 이 곳에 있는 가게들도 독톡한 인테리어나 컨셉을 가지고 있었다. 점심시간이어서 가게마다 사람이 바글바글했는데, 그 와중에도 텅텅 빈 가게들도 있었다. 주로 장사가 잘 되는 가게들은 모던한 인테리어의 아시아 음식점들. 가격대는 대게 10-20유로 사이였다. 그야말로 외식 한끼 하는 가격. 반면에 샌드위치집 같은 곳들은 장사가 거의 안되는 것처럼 보였다. 카페도 특이한 곳이 많았는데, 어딜 가서 커피한잔 할까 여기저기 돌아디니며 고민했다. 어제부터 제대로 된 커피를 못 마시고 있기 때문에 이 한잔이 정말 맛있기를 바랐다. 그래서 결국 아무 곳도 들어가지 못하고, 오는 길에 본 커다란 쇼핑센터 한쪽에 있는 로스터리 카페로 가기로 했다. 역시 컨셉추얼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03. 커피 로스터라이
쇼핑몰의 이름을 잘 모르겠다. Sternschanze로 진입하기 전 인터섹션의 맞은편 코너에 있는 커다란 붉은벽돌 건물이다. 만하임에 있는 Q6Q7이나 프라하에서 본 비슷한 형식의 쇼핑몰처럼, 슈퍼마켓이나 요식업 위주로 이미 검증된 업체들이 입점해 있는 모던한 공간이다. 카페 안도 정말 멋졌다. 로스팅 기구들과 베이커리 진열대가 있었고, 한켠에는 콘티넨탈 브랙퍼스트를 먹을 수 있는 뷔페식 공간도 있었다. 복층으로 된 2층에는 좌석이 꽤 많았다. 복층인데도 두 개 층의 천장이 높았는데, 건물 전체 높이를 다 쓰는 것 같았다. 탁 트여서 공간이 정말 쾌적했다. 카푸치노를 시켰다. 평소에는 블랙커피만 마시지만 이상하게 오랜만에 괜찮은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는 나도 모르게 카푸치노를 시키게 된다. 조금 더 화려한 느낌이어서 그런가봐. 당연하게도 커피는 맛있었다. 작은 사이즈를 시켰는데, 큰 것을 시킬 것을 후회했다. 이미 세시간 넘게 돌아다녀서 다리가 많이 아팠기에 조금 쉬었다 가기로 했다. 하루종일 쓴 돈이나 지나다녔던 곳을 간단하게 메모했다.
04. Dockland office building
항구에 위치한 이 곳은 있던 커피숍에서 45분정도 또 걸어가야 있는 곳이다. 가는 길이 정말 다채로웠다. 비틀즈가 주제(?)인 듯한 골목에는 온갖 섹스샵과 업소들이 있었다. 대낮이라 다 문은 닫혀 있었지만 약간 무서웠다. 그런 골목에서 나는 냄새가 싫다. Dockland office 빌딩은 정말 멋졌다. 위풍당당했다. 경사진 건축면을 따라서 계단이 있고, 그 위를 자유롭게 오르내릴 수 있었다. 뜨거운 날씨였지만 올라가봤다. 공짜로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내려와서 호텔까지 짐을 찾으러 가는 길은 정말 고되었다. 또다시 무서운 길을 지나가야 했다. 길을 잘못 접어 들었을 때 20여명의 흑형들이 영화 포스터처럼 건들거리는 자세로 띄엄띄엄 앉아있는 길목에 들어갔었다. 지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에 가장 앞에 앉아있던 사람이 나보고 고개를 까닥이며 인사해서, 바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심장이 엄청 빨리 뛰었다. 뒤에서 웅성이는 소리가 들렸다. 조금 미안하기도 했다. 그래도 무서웠다. 목이 마르고 커피가 간절해져서 트립 어드바이저에서 리뷰가 좋은 카페를 찾아갔다. 독일에서 보기 힘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팔고 있었는데, 맛이 없었다. 양도 너무 많았다. 반절정도 마시면서 걷다가 보이는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날이 더웠다. 땀이 났다. 샤워도 못하고 야간 열차를 타야 할텐데 걱정이 많이 되었다. 그래도 별 다른 수가 없었다. 호텔 근처에 다다렀을 때 너무 힘이 들었다. 시간도 아직 좀 이르다고 생각했다. 짐을 찾는 순간부터 무거운 것을 들고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카페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좀 모던한 커피바로. 다행히 이 곳은 화장실도 있고, 맛있는 당근 주스도 파는 아주 깔끔한 공간이었다. 클로징 시간이 오후 6:30이라는게 흠이었지만. 그래도 좀 쉬고 나와서 호텔로 갈 수 있었다. 친절한 리셉션 아저씨가 짐을 전해 주며 안전히 돌아가라고 하셨다. 고마웠어요.
05. 기차 시간까지 방황
기차 시간까지 대략 4시간 반을 때워야 했다. 시내의 스타벅스로 갔다. 10시까지는 오픈하겠거니 생각해서 그런지 마감시간 20:30을 10시 30분으로 착각했다. 어쩐지 2층의 너른 공간에 사람이 거의 없었고, 그마저도 하나 둘 짐을 챙겨서 나가더라. 모든 사람이 사라졌을 시점에 시계를 봤더니 저녁 8:30분이었다. 기분이 묘해져서 구글맵으로 해당 지점의 영업시간을 보니 20:30이었다. 역시 슬픈 예감은 틀리질 않고, 바보같은 기대감은 맞지를 않아! 어차피 화장실도 공짜가 아니어서 50센트 주고 가야 하는 곳이었기에 편안한 쇼파를 뒤로하고 과감히 나왔다. 안나오면 쫓겨났겠지. 무거운 짐을 매고 여기저기 헤매고 다녔으나 별 수확은 없었다. 결국 그냥 기차역 맥도날드로 가기로 했다. 24시간 오픈하는 매장이 거기 뿐이어서. 스타벅스에서 샌드위치를 사먹은 까닭에 배는 별로 안고팠는데 혹시나 쫓겨날까봐 빅맥세트를 시켰다. 도대체 왜 시켰을까? 맛있어 보였나보다. 조금 친절했던 점원 아저씨가 행사중인 코카콜라 컵을 챙겨주셨다. 아니 도대체 왜! 안그래도 무거운데! 하지만 이 컵은 남은 여행 내내 요긴하게 잘 써먹게 된다. 겨우겨우 세시간을 어떻게 버티고 기차를 타러 나왔다. 진짜 미친듯이 피곤했다. 배가 불러서 햄버거는 안먹고 기차에 들고 탔다. 새벽에 배고플 때 먹어야지.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이 생각보다 엄청 많았다. 좌석을 예매했는데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몰라서 그냥 아무데나 앉은 것 같다. 피곤해서 만사가 귀찮았다. 그런데 다행이 코펜하겐까지 자리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다. 함부르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