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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Hamburg 첫날

01. 야간열차를 타고 함부르크로


야간열차를 타고 밤 새 함부르크로 달려왔다.

11시 45분쯤 출발한 기차가 5시 40분에 함부르크에 도착할 때까지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다.
기차 안이 너무 밝았다.

기차는 중간중간 서고, 사람들이 내리고 탔다.

야간기차를 혼자 타고 오기로 한건 정말이지 잘못 생각한 것 같다고 후회했다.

기차안에는 배낭여행을 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았다.

배낭여행객들은 그 불편한 가운데에서도 잘 자는 것 같아 부러웠다.

다들 담요, 배게로 쓸 수 있는 방석, 수면안대, 피트니스매트 같은걸 가지고 다니더라.

나는 저런 완전한 배낭여행은 한 적이 없다. 별로 하고 싶지는 않다.

잠을 못잔 덕택에 해가 뜨는 것을 기차안에서 봤다.

요즘은 새벽 다섯시만 되어도 하늘이 밝아지기 시작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 시각에 깨어나 있어본 적이 엄청나게 오래되었다.



02. 함부르크 메인역


프랑크푸르트보다는 덜 큰 것 같지만 간만에 보는 커다란 기차역이다. 

안에 가게도 많고 활기차다.

잠깐 밖에 나갔다가, 얼어 죽을 것 같아서 다시 역으로 돌아왔다.

뭐라도 좀 먹고 화장실가서 반바지를 긴바지로 갈아입고 나가야 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새벽 6시도 전에 연 곳은 24시간 영업하는 맥도날드 뿐이다. 

기차 타기 전에도 배고파서 만하임에서 맥도날드 피시오필레 사먹었는데,

기왕 이렇게 된거 독일와서 처음으로 맥모닝 세트를 먹어보기로 했다. 

처음 보는 메뉴인 맥토스트듀오를 시켰다. 

께사디야처럼 반 접은 또띠아 사이에 치즈랑 햄이 껴있을 뿐인 아주 간단하고 손바닥만한 것이 나왔다.

그래도 배고파서 맛있게 먹었다. 

커피가 들어가니까 피로가 좀 가시는 기분이었다.



03. Google Hamburg


너무 이른시각이라 체크인은 못하고, 숙소에 짐만 맡기고 나왔다.

그래도 독일어를 약간 할 줄 알게 되어서 부탁도 할 수 있으니 뿌듯했다.

배가 고파지기 전까지 최대한 항구까지 이동해서 커피랑 아침을 먹을 계획으로 무작정 걸었다.

Altstadt를 지나서, Neustadt의 상업지구를 정처없이 휘젓고 다녔다.

빵집 말고는 가게들이 아직 열지 않은 시각, 출근하는 사람들 구경하거나 따라 가거나 했다.

멋진 건물이 너무 많아서 짧은 거리인데 이리저리 빙빙 돌아서 Google 건물을 찾아갔다.

단순히 어떻게 생겼나 궁금해서였다.

현관의 로고가 없었다면 그냥 일반회사 건물이라 생각될 정도로 커다란 특징은 없었다.

하지만 건물 1층의 SMUG매장도 있고, 동네 자체가 상업지구여서 세련되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건물들도 다양한 양식이 섞여 거리 분위기가 진짜 독특했다.

좋은 자제로, 튼튼하고 멋지게 잘 지어지고, 잘 보존된 오래된 건물이 풍기는 위풍당당함.



04. Speicherstadt (Warehouse district)


물류창고가 항구로 흐르는 강을 따라 쭉 펼쳐진 함부르크의 대표적인 정경.

내가 찾아간 목적은 이 곳에 위치한 카페로스터리에서 커피 마시려고.

그런데 다리도 건너기 전부터 커피볶는 냄새가 풍겨온다.

지도를 안보고, 냄새만 따라가서 찾았다. 

하지만 오픈시간까지 두시간이 넘게 남았기에 좀 더 주변을 산책하기로 했다.

여객선, 요트가 잔뜩 정박해 있는 항구가 여기저기 많다.

화물선도 다닌다.

걷다가 힘들면 벤치에 앉아서 강물 보면서 멍때리고 쉬면서 쉬엄쉬엄 산책했다.

강따라 달리는 사람을 눈으로 쫓는게 재밌었다.



05. Elbphilharmonie Hamburg


파도같기도 하고, 돛을 잔뜩 핀 위풍당당한 배 같기도 한 건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처럼 도시의 아이콘이 된 건물이다.

처음 완공되었을 때 동영상 보고 엄청 감탄했는데,

막상 아래에서 보니까 규모가 워낙 커서 버드아이뷰로 본 영상이 더 멋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물 중간쯤 높이(약 10층 정도)에 건물을 빙 둘러 전망대처럼 오픈된 공간이 있어서 사람들이 걸어다니면서 사진찍고 있었다.

올라갈까 하다가, 티켓을 사서 입장해야 함을 깨닫고는, 

항구쪽 뷰를 좀 더 높은 곳에서 보는 의미말고는 없을 것 같아서 들어가진 않았다.

대신 앞에 조성되어 있는 공원에서 앉아서 또 멍하니 항구를 바라보았다.

강 건너편에 컨테이너를 실은 배가 정박되어 있고, 

그 옆에 있는 크레인이 커다란 자석같은 것을 달고 천천히 움직이면서 

컨테이너를 하나씩 옮기는 것을 구경했다. 신기했다.



06. Speicherstadt Kaffeeroesterei


커피 하우스, 굉장히 넓은 내부에는 커피 바, 많은 테이블, 

그리고 꽤 넓은 부분을 차지한 로스팅 룸이 전부 오픈된 공간안에 있었다. 

입구 옆으로는 숍도 있어서 원두나 커피용품을 팔고 있었다.

힙스터들이 찾는 호주스타일 카페는 아니고, 고즈넉한 분위기의 로스팅하우스다.

커피를 계속해서 부지런히 볶고 있어서 로스팅하는 탄 듯한 구수한 냄새와 소리가 시끄럽게 들린다.

가족끼리 온 여행객들이 손님의 대부분이다.

부암동의 클럽에스프레소나 강릉의 보헤미안이 생각나는 공간이었다.

규모가 조금 더 크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느낌.

커피맛은 좋았다. 먹고싶은 원두를 골라서 에스프레소 아니면 프렌치프레스로 마실 수 있다.

과테말라를 프렌치 프레스로 마시면서, 아침메뉴를 시켰다.

크로와상 두개(맛있었다!)와 과일샐러드, 그리고 버터, 쨈, 꿀이 나오는 구성.

여기 아침메뉴엔 항상 버터, 쨈, 꿀을 같이 주는데, 크로와상은 그냥 먹는게 맛있어서 다 남겼다. 아깝.

옆 자리의 엄마 아빠와 함께 온 소녀 둘이 내가 먹는 과일샐러드를 계속 쳐다봤다.

커피는 약간 기름지지만 맛있었다. 

그런데 가게 안에 로스팅 냄새가 진동해서 내가 마시는 커피향이 어땠는지는 잘 기억이 안난다.



07. Deichstrasse


굉장히 짧은 골목인데, 예쁘고 고즈넉한 건물이 줄지어 있고, 예쁜 가게들이 1층에 입점해 있다.

가로수 사이에 벤치처럼 걸터 앉을 수 있는 석조 구조물이 있어서 사람들이 쉬는 모습이 보기좋았다.

골목을 빠져나오는 위치에 있는 Manufaktum이란 장인의 제품들을 파는 가게를 구경했는데 황홀했다.

소재와 내구성, 그리고 디자인과 품질이 아주 좋은 제품들을 모아 파는 멀티숍 같은 곳이었다.

일본의 Classika 같은 느낌이라 생각했더니, 실제로 일본 제품이나 일본과 협업 기획한 코너가 많이 보였다.

부엌용품은 프랑스제가 괜찮은게 많아 보였고, 

투박하지만 기능성이 돋보이는 독일제품들도 단연 주인공처럼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도달하기엔 너무나 먼 별처럼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이케아에서 몇단계를 더 거쳐야 저런 제품들로 가득찬 주방이나 집안을 가질 수 있을까?



08. Chilehaus


1920년대의 인상주의 건물. 직사각형으로 뻥 뚤린 중앙 호프를 가지고 있고, 

그를 둘러싼 와인색 오피스 건물이 계단형식으로 지어져 있는데 정말 감각적이고 멋지다.

안에도 살짝 들어가봤는데, 문, 계단, 층과 층 사이 계단이 만나는 곳 공간 등 구석구석 다 멋졌다.



09. 호텔 체크인 후 잠깐 낮잠


너무 힘들어서.



10. 아주 큰 SATURN


자고 일어나서 밥먹으러 나왔다가, 

리뷰가 너무 좋아서 들어간 베트남음식점 Quan Do에서 먹은 쌀국수에 실망하고,

한두방울씩 떨어지는 비에 의기소침해져서, 관광은 관두고 그냥 거리산책이나 하기로 했다.

Thalia에서 책들 구경하고,

대빵 큰 Saturn을 발견해서 안에서 잠시 놀았다.

아키하바라의 전자상가처럼 매니아들이 모이는 건물인건지,

게임파는 층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덕후들이 진지하게 게임하거나 고르고 있었고,

4층에 있는 커다란 레코드샵에서는 독특한 외향의 사람을 많이 봤다.

60대 이상되어 보이는 어떤 할아버지는 얼굴에 60개이상의 은 피어싱을 촘촘히 박아넣고, 

귀에는 씨디만한 피어싱을 양쪽으로 달고서 귀를 팔랑대며 다니셨다.

슬립낫 티셔츠를 입고서...

내가 좋아하는 밴드들은 이상하게 전부 pop/rock 섹션이 아닌, alternative 섹션에 있었다.

독일오기 전부터 좋아했던 Allin Coen band는 아무리 찾아도 못찾겠었어 포기했다.

바이닐(LP)가 꽤 큰 섹션으로 분류되어 팔리고 있었다. 신기했다.

유명하고 오래된 앨범들(너바나, 에릭클립튼 같은 것들)은 엄청 싸게 팔고 있었다. (4,99나 6,99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