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어떤 사람이 삶을 사는동안 경험했던 여행이 전부 관광이었다면 그 사람은 '여행=관광'으로 생각하고, 둘 사이의 차이점은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엄연히 말이 다르다.
따라붙는 동사가 다르다.
관광은 하는거고, 여행은 떠나는거다.
관광을 하러 간 사람과 여행을 떠난 사람의 태도 차이는 절대 '스타일'의 차이라고 할 수 없다.
아예 개념 자체가 다른거니까.
'관광'이 여행 스타일인 남편의 친구가 함께한 이번 대만여행에서 이걸 느꼈다.
싫었던 것은 아니다. 나에겐 타인과의 동행 또한 여행의 일부였으니까.
여행을 떠난다는 의미는 나에게 정말 크다.
난 좀처럼 떠나기 쉬운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니가..?'라며 의아하거나 우스워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난 나름대로의 책임감과 미련이 많아서 항상 괴로운 편이다.
쉬는 타이밍을 딱 정해놓지 않는 이상 잘 쉬지도 못한다.
쉬는 시간에 빨래나 청소를 한다.
이런 나에게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정말이지, 모든 할 일을 용기내어 내팽개치고 떠나는거다.
'할 거리'를 피해서 떠나는 나에게 '할 거리'가 줄줄이 늘어서 있는 관광은 끔찍할 수 밖에 없지.
내가 못알아듣는 언어를 쓰는, 내가 익숙치 않은 풍경을 지닌 곳,
여행지에서는 '나'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것도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이어서,
일부러 노력하지 않아도 '나'에 대해 많이 발견하는 시간이 되는 건지도 모른다.
아무튼 여행은 끝났다.
또다시 힘겨운 반복이 계속되는 레일위로 돌아왔다.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같이 남아있다.
짬짬히 약간 탁해졌지만 그래도 빛났던 여행의 기억을 담은 사진들을 정리한다.
이제 아주 아주 큰 일들을 하나씩 처리해야 한다.
도와주는 사람도 별로 없고, 도대체 이런 미친 젓을 나만 하고 있나? 싶을만큼 주변에 나같은 사람이나 사례조차 찾기 힘들다.
생각만큼 내 체력이나 지력이 따라주지도 않는다.
갈 길은 어마어마하게 멀다. 기름이 떨어져가는데 주유소는 보이지도 않는다.
요즈음의 내가 딱 이번 시나리오의 Act 2로 넘어가는 타이밍이다.
잘 써서 훌륭한 기승전결이 되어야 할텐데.
그래도 걱정하지 말아야지.
차가 길 한복판에 멈춰버리면, 차 지붕위에 누워서 밤하늘의 별이나 바라보자. 기분 좋겠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