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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두드리지 않으면 열리지 않지만 두드리면 의외로 또 쉽게 열린다

결론은 두드리기 까지 마음을 다잡고, 만약 문이 열렸을 때 어떻게 미소짓고 뭐라고 대답해야 할 지 걱정하고 고민하는 시간까지가 힘든거지 사실 그 이후는 아무 것도 아니란 이야기.


요즘 특히 부모님세대와 대화 할 때 느끼는 점이다.

부모 자식간에는 비밀도 거리도 없는 것 처럼 다들 치장하지만 사실은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더 많다. 물어도 되는 것과 묻지 말아야 할 것이 엄연히 존재하고, 그 영역에 대해서는 다들 약속이나 한 듯 언급을 피하지.

그래도 이젠 물어야 한다.

엄마 아빠 수입이 한달에 어느 정도인지, 고정 지출은 어느정도인지, 대출이나 보험은 어떤 상황인지, 특별히 아픈 곳은 어디인지, 운동은 왜 안하는지 등등

물론 요즘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부모님 세대가 우리보다 좀 더 안정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부모님들은 항상 우리 부족한 자식의 부족한 면 때문에 부족하고 어렵게 살지 않을까 우릴 걱정하시긴 하지만, 그래도 물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다.

당장 능력이 안되어 아무 것도 할 수 없더라도 일단 알고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최민희가 다 커서 부모님 걱정을 다 하다니 기특하구나.


아무튼 내가 세상에 있게 한 장본인이고, 나의 유년기를 돌봐준 은인이고, 평생 피로 끈끈하게 묶여있는 가족은 특별한 이유를 찾지 않아도 내가 가장 먼저 신경써야 할 대상이 아닌가.

(사실 남편과는 달리, 내가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한건 아주 최근이다.)

부모님이 계신 이 땅을 떠나 멀리서 살아가기로 결정 했더라도, 이 사실에는 변함이 없고, 우리는 우리가 있는 곳에서 부모님께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 하나,

누군가 우리에게 도움을 주려고 한다면 그 것이 사기에 연류될 꿍꿍이가 아닌 이상 기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힘든 지금을 조금이라도 쉽게 빠져나가고, 탄력 받아 우리가 잘 지내고 있을 때 다른 힘든 사람을 돌보고 도움을 줄 수 있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정말이다. 큰 곳간을 가진 사람이 되고싶다.

괜히 사서 고생해야 한다는 어릴 때의 패기는 접을 줄 아는게 어른인 것 같다.

물론 나는 아직도 궁상을 즐거워 하는 어린애지만, 어른인 척 해야 할 때가 점점 많아진다.


명절 내내 힘들었다.

명절 전날 면조랑 간만에 삘받아서 두시간 반동안 (안하던) 운동을 한 탓이 가장 컸다. -_-;

엄청 장거리는 아니지만 왕복 5시간에 걸친 운전도 (내가 안했지만) 힘들었다.

결혼한지 삼년차인데도 시댁은 여전히 어려움이 존재하는 공간이고, 많지 않은 일거리도 힘겨웠다.

친정 또한 신경 쓰고 걱정할 일이 많아 마음이 힘들었다.

우리 집에 오니 오랜 시간 외로웠던 노릉과 요를이 내 마음을 녹여주었다.


우리집과 부모님 댁, 분리되어 있다.

빠르면 내년 초, 늦어도 내년 후반기, 곁에서 이 분들을 돌아 보고 같이 식사하고 잠을 자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분리되어 있는 공간감, 한정된 시간에 대한 지각이 우리의 사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 같다.

감사할 일이지, 아무나 아무 때나 가질 수 있는 감각이 아니다.

특히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이러한 감각이 살아있을 수 있는 지점이 생길 수 있다니 감사하다.

내 마음이 뭘 하고 싶은지에 더 귀를 기울이고, 사람에 대한 애정을 좀 더 부지런한 몸과 마음으로 표현해야겠다. 올 가을, 겨울은 게을러 지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