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사를 나왔다.
그야말로 Good, Bye였다.
이런 지극 정성의 대접을 받아보기는 난생 처음이다.
처음에 유학과 이민에 대한 결심을 할 때 마음에 걸리는 것중 가장 큰 부분은 회사였다.
가족들과는 아무래도 혈연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안심같은게 있는데 막상 회사는 그렇지가 않으니까.
게다가 좋은 환경, 좋은 사람들, 좋은 일이 주는 만족감은 내 현재의 삶에 정말 큰 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 재밌어질 것 같은 일들, 더 오래 오래 같이 일하고,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과 작별해야 함이 연초부터 참~~~ 아쉽고 걱정됐었다.
먹고 살 걱정보다 앞섰던걸 보면, 단순히 돈벌기 위한 직장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뭐 그 이상의 부담감이 있던 것도 아녔고. 아무튼 낄낄대며 정신없이 일하길 좋아하는 나로서는 최고의 환경이었다.
어릴 때 아빠가 해줬던 말중에,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라는 아주 쉽고 명확하지만 실행하기엔 운과 노력이 필요한 그런 삶의 경험을 3년내내 풀로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여기저기서 일은 참 많이 한 일복있는 나지만 그래도 사회생활을 시작한 곳은 핸섬피쉬인데, 참 여기가 아니었으면 큰일 날뻔 했다는 그런 생각조차 든다. 남이 듣기엔 좀 오바같겠지만, 틀린 소리는 아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작별을 했다.
결혼해서 친정을 떠나던 첫 날처럼, 아직은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크고 무거운 작별을 하나 했고,
이를 시작으로 이제 찬찬히 계속해서 모든 것들과 작별하고, 먼 훗날을 기약해야 한다.
아우 벌써부터 맘속을 후벼 파는 것 같은 통증이…
끝이 있어야 시작도 있는건데, 끝이 이렇게 아쉽다니 참 복받은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 정말이지
기분 좋다.
아쉬운데, 기분이 엄청 좋다.
이런 작별을 할 수 있다니 내 인생 진짜 끝내주는거 같다.
까라얀이 말러 9번을 지휘하다 피날레에서 탄성을 지른, 그 부분이 갑자기 생각나서 듣고 있는데,
내 삶에 빗대기엔 너무 고결하고 진지한 곡이긴 하지만 오늘따라 엄청 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