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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me and crying nut and history

특별히 누구팬이라 스스로를 지칭할 필요도 없을만큼 오랜기간 좋아한 밴드. 중딩때 처음 들은 조선펑크부터 1집 부터 7집까지. 인터파크 티켓사이트에 크라잉넛이란 글자가 보이면 일단 예매하고서 날짜와 장소를 확인할 정도.
그런 크라잉넛이 어제 팬을 위한 자신들의 '숨은 노래 찾기' 공연을 하고, 뒤풀이로 롸일롹에서 신청곡 위주의 애프터 공연까지 해줬다. 같이 술도 마시고 술도 사주고 ㅋㅋ 감동이었네. 오늘 저녁까지 술병나서 골골댔지만 정말 좋았다.
이 기획은 가장 성공한 팝저씨 ㅋㅋ 상면오빠의 아이디어란다.
100곡이 넘는 7집까지 앨범의 거의 모든곡을 따라부를 수 있는 팬을 가진 그들도 부럽고, 존경스럽고.
중학생 때부터 어른이 된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나의 취향 한구석이 있음에 감사한다.
오늘 출근해야 하는데도 아줌마팬 남편의 역할을 다해 끝까지 같이 있어준 면조에게도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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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엔 페이스북에 사진과 함께 자랑(?)한 내용.

계웅형이 SNS는 자랑질을 위해 존재하는 거래서 최근에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잘 이용중이다.


내 블로그는 다르다.

일기장, 기록장임.


내 행적은 위와같은 SNS, 사진, 누군가의 기억 등으로 기록이 남지만

내 생각은 내가 시간을 들여 언어로 바꿔 써놓지 않는 한 기록이 남지 않는다.

나를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누가 볼지 모르는 이 온라인 한켠에 글을 남기는 이유는

기록도 남기고 증거도 남기고, 남들에게 나에 대한 '인상'도 남기고 싶어서이다.

생각해보면 크라잉넛도 중학생 때부터 좋아했듯이 이 또한 중학생 때부터 시작했다.


초등학교 다닐 땐 그냥 얌전하고 그림 잘그리는 어린애였는데

중학생 떄 음악을 듣기 시작하면서 좀 달라진 것 같다.


처음엔 힙합으로 시작했다. 서태지, 듀스, 드렁큰타이거, 씨비매스, 허니패밀리, 진말페… 로 시작해서

피씨통신 힙합동호회를 통해 점차 외국 힙합까지 듣게 되었다.

유명한 에미넴부터 DMX, 2pac, 50cents, Ja rule, 웃긴 Vanilla ice…

가사는 알아 들을 수 없었지만 특유의 분노, 신랄함, 허세가 가득 담긴 신나는 비트와 플로우가 좋아서 정말 열심히 들었다.


사춘기였고 세상엔 뭐 하나 부조리하지 않은 것이 없어 보였다.

나 대신 좀 더 똑똑하고 좀 더 오래살고, 좀 더 용기있는 형, 누나들이 걸걸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음악에 푹 빠져 지냈었다.


그러다 라디오 들으면서 유희열, 윤상, 김기덕, 신해철이 소개해주는 다른 음악들을 만났는데

완전 신세계. 내가 듣던 힙합음악들과 약간 비슷하다고 느껴졌던 펑크에 푹 빠졌다.

그 때 아마 전세계적으로 좀 펑크붐이 불었던거 같기도 하다.

그 떈 이미 한국음악보다 미국이나 영국의 음악을 훨씬 많이 들었다.

그린데이, 오프스프링, 썸뽀리원, 블링크원에이리투, 위저, 또 섹스피스톨즈, 너바나…

아 정말 이미 없는 밴드부터 현재진행형인 팔팔한 밴드까지 좋은 노래가 너무너무 많았다.

좋은곡 하나 들으면 이거랑 비슷한거 수소문해서 소리바다, 안나오는건 냅스터에서 열심히 찾아 들었다.

그 때 외국 노래 검색하는데 이용하던 괜찮은 라임아이콘의 유틸이 있었는데 이름을 까먹었다.


그린데이가 막 외국의 연말 시상식 같은 같은 곳에서 공연하는걸 녹화해서 보고 또 봤었다.

아빠는 맨날 내가 멍때리면서 뭔가 생각하거나 보고 있으면 그런 나를 구경하면서 즐거워 했던 기억이 난다.


공연장에 한번 가고 싶었다. 힙합을 들을 때도 동대문에 밀리오레나 두타 앞에서 하는 공연 몇번 갔었다.

UMC가 너무 좋아서 구로공단 같은 멀고도 이상했던 동네에서 하는 공연도 보러 갔었다.

(위치는 사실 구로공단이 아닐 수도 있다. 여튼 엄청 멀고, 회색의 삭막한 동네였다. 강남일수도…)

그런데 펑크는 세상에! 바로 집근처 홍대입구에 클럽이 많다고 한다.

(사실 신촌 홍대에 힙합클럽도 많았는데 왠지 몰랐었고, 돈내야 해서 안갔던거 같기도 하다.)

알아보니 만원내외에 공연에 음료수도 주고 하는 곳들이 꽤 있더라.

이 때 부터 한국인디 엄청 듣고, 드럭가서 크라잉넛 공연도 보고 그랬다.

드럭은 다른 공연장들보다 좀 더 매니악해 보였는데, 술마시면서 공연하고 막 그랬다.

그 때 난 미성년자였어서 거의 못들어가거나 그랬는데 어느날 미성년자도 들어오라고 하더니

(아마도 평소와 다름없이) 똑같이 술마시면서 엉망진창 노래를 하는 크라잉넛을 보기도 했었다.


크라잉넛, 슈가도넛, 노브레인, 레이지본… 아 기억력이 나빠서 기억도 잘 안나.

고등학교때 특히 많이 갔는데 같이 잘 다녔던 알라랑 유란이가 좋아했던 내귀의 도청장치, 프리마켓 공연도 자주 봤다.

아무리 인디였다지만 크라잉넛 등은 클럽 공연 헤드라이너니 내게 많이 주류였고, 

그보다 더 인기도 팬도 적은 인디밴드 공연을 많이 봤는데 지금은 없어진 밴드도 많다.

여튼 그동안 듣던 노래들보다 쉽고, 바로 버스타고 가면 만날 수 있고, 맘만 먹으면 개인적으로도 만날 수 있는 일도 꽤 많았던 듯 하다. 나는 안그랬지만. 여튼 외국 노래만 듣던 내게 참 신세계였다.

쌈싸페 같은 페스티발 가서 넥스트나 싸이 등 티비에서도 볼 수 있는 공연도 보고 정말 신났다.


힙합 - 펑크 - 다음은 자연스럽게 롹.

한 때 오지오스본 목소리에 꽂혀서 미친듯이 듣고, 소위 아저씨 시대의 롹음악에 푹 빠졌다.

고스에서 소개해주는 딥퍼플, 퀸, 레드제플린, 블랙사바스 주로 많이 들었다.

그 때 라디오 고스트스테이션 들으면서 음악에 대해 엄청 많이 배웠다.

걍 낄낄대면서 듣기만 했을 뿐인데 음악의 흐름과 함께 나름의 세계의 현대사에 대한 이해도 좀 생겼다.

건즈앤로지즈, 엘튼존, 에릭클랩튼, 빌리조엘, 웸, 웻웻웻도 씨디사서 엄청 들었다.

롹은 옛날게 무조건 좋다는 고정관념이 생길 때 쯤 두둥! 라디오헤드!

그 때 라디오헤드 안듣는 사람 진짜 찾아보기 힘들었다. (물론 나랑 노는 애들이 대부분 음악 좋아하는 애들)

다같이 울부짖으며 크립 부르고 ㅋㅋ 진짜 챙피하지만 아름다운 추억이다.

오아시스, 유투, 블러 같은 블링블링 밴드부터 레이지 어게인스트 머신까지 들을게 넘치고 흘렀다.

그 땐 신보나오면 신나게 찾아듣고 그랬는데 그 음악들이 지금은 역사에 한 획이 된 앨범이고 그렇다.

신기방기하다.

물론 당시에는 이런 신보도 좋지만 역시 옜날 롹이 짱인줄 알았다.


대학생 되고부터는 좀 더 약하고 감성적인 음악도 많이 들었다.

벨엔 세바스찬으로 대표되는 음악들, 욜라뗑고, 카메라 옵스큐라 너무 사랑했고, 씨디가 닳아 없어질만큼 많이 들었다. 국내에 그런 인디밴드도 꽤 많아서 홍대에 공연도 보러 많이 갔는데 희소성이 있어선지 정말 좋았다. 요즘은 챔버락도 그렇고 달달한 음악하는 사람 진짜 많은데 그래서 그런가 그 때 만한 기분은 덜 나는듯.

모호하고 이지적(이라고 생각한)인 시규어로스, 마이블러디발렌타인, 모과이, 레드하우스페인터즈 등도 엄청 좋아했다.


캐나다에서는 영국인 영어선생님 영향으로 프란츠 퍼디난드, 도브스, 같은 영국느낌 팍팍나는 뮤지션 노래 많이 듣다가 친한 친구가 퀸을 엄청 좋아해서 또 신나게 롹을 원없이 들었다.

용기내서 혼자 doves 북미 투어 때 토론토 공연을 보러갔는데 그 때 토론토에 있는 영국형들 다 본듯.

마리화나 냄새가 진동하고 온몸 구석구석 피어싱한 형들 틈에서 마틴신고 까치발 들고 열심히 귀기울여 음악 들었다. 생각해보니 나 대단했네. ㅋㅋㅋ

그 후에 토론토의 몇 없는 클럽 공연들 보러 다녔다. 펄잼 트리븃 밴드가 고정적으로 나오는 피터인지 케빈인지 하는 아저씨가 경영하는 클럽엔 꽤 자주가고 친구도 데려가고 그랬다.

장님인데 기타를 끝내주게 잘치는 아저씨가 주인이었는데 이름이 전혀 기억이 안난다. 아………

기타를 가야금처럼 눕혀놓고 연주하는데 진짜 멋졌다.

자주 들락날락하던 배더스트쪽 중고레코드샵에서 구한 킨 공연실황 씨디랑 마룬파이브, 스팅 씨디도 귀에 딱지가 않도록 많이 들었다.

킨은 외로운 타지생활에 정말 많은 위로가 되었어서 지금도 너무 좋아한다.

그러고보니 이 셋은 내한공연도 꽤 자주해서 몇번 보러가고 그랬네.


캐나다에서 입문(?)한 음악은 재즈다.

잘 알고 지내던 분들이 재즈를 좋아해서 페스티벌도 같이 가고 그랬는데 그 때 미남 피아니스트 마이클 캐쉬해머 트리오 공연을 보고 반해버렸다.

어쩜 피아노를 그렇게 깔끔하게 치는지… 게다가 곡 제목도 하나같이 토론토의 서정적인 명소(?) 등에서 영감을 얻은 것들이라 애정 팍팍 생기고 너무 좋았다.

정말 듣고 있으면 심코 호수에 내리는 눈이 떠오르는 그런 곡들.

재즈는 이전까지의 음악처럼 푹 빠져 듣거나 하진 않았지만 후에 마커스밀러 같은 베이시스트,

오스카피터슨, 마이클 캐쉬해머 같은 피아니스트 좋아서 많이 들었다.

한국 와서는 책도 보고 공부도 좀 해서 옛날거도 많이 찾아 들었던거 같다.

아직도 매년 자라섬 재즈 페스티발을 찾을만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푹 빠져지내거나 하진 않는다.


토론토 떠나기 전에 학교 가려고 모아둔 돈을 탈탈 털어 남미여행을 했는데

이 때 돌아다니며 그냥 듣게되는 음악들이 너무 좋아서 다녀와서 세계음악도 많이 찾아 들었다.


다시 한국으로 와서 레코드샵에서 알바하며 학교에 다녔다.

알바치고 꽤 힘든 일이었고 시급도 많은 편도 아니었는데 음악 듣는게 좋고, 같이 일하는 언니가 데이터베이스 수준의 음악지식을 가지고 있어서 막 이것 저것 물어보고 하는게 좋아서 오래 일했다.

이미 중고레코드 샵까지 들르면서 씨디를 찾아 듣는 사람은 드물어진 때라 손님들 만나는 것이 참 좋았다.

이 땐 좀 국내외적으로 인기있는 음악에 대해 잘 알게되고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사장님이 일본어도 잘하고 일본을 자주 왔다갔다 하며 물량을 구해오던 터라 일본음악도 많이 듣게 되었는데

스피츠, 후미도, 하바드같은 밴드는 아직도 좋아한다.

월급에서 까가며 씨디도 많이 사고, 내가 가진 씨디와도 많이 바꾸고 하면서 음악 많이 들었다.

음악을 많이 들어야만 하는 환경이었어서 정말 행복했다.


과제도 많아지고 슬슬 졸업준비도 해야하는 때가 와서 알바를 그만두고 학교에서 거의 살다시피 할 때는

같은 작업실 쓰는 친구들이 추천해주는 일렉트로닉도 많이 들었다.

LCD sound systems 같은 하드한것 부터 베니바네시, 누자베스, 하바드, 토와테이 등등

멍때리고 오랜시간 집중해서 작업할 때 듣기에 괜찮아서 많이 들었지만 씨디를 사거나 할 만큼 좋아하진 않았다. 4학년 되어서 현재 남편인 면조를 만나 같이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도 가고 그랬는데, 둘 다 이 페스티벌, 그리고 음악때문에 친해졌지만 사실은 일렉트로닉은 아직도 별로라고 생각한다.

면조와는 신기할 만큼 음악취향이 많이 겹쳐서 참 좋았는데, 더킬러스, 트래비스 같이 내가 푹 빠졌던 밴드들과 비슷한 시대에 비슷한 음악을 했지만 빠뜨리고 잘 안들었던 밴드들을 면조가 무척 좋아했고, 서로 추천해주고 하면서 신나게 또 음악을 들었다.

면조는 듣기만 했던 나와는 달리 직접 연주도 하고 했어서 음악 듣는 방식이 나와 많이 다르게 분석적이어서 신기했다.

면조로서는 음악을 한 적도 없는 여자애가 이렇게 광범위하게 꾸준히 들어왔고 많이 안다는게 신기했을 것 같다.


음악을 좋아하고 같은 전공을 하는 남자친구가 있다보니 거의 1년에 330일 정도를 붙어다녔고, 같이 우연히 들어가게 된 '카페 에스프레소'에서 클래식에 처음 빠지게 된다.

처음 둘이 같이 카페에 간날 사장님이 들려주신 음악이 정확히 기억난다.

바그너의 신들의 황혼 중 지그프리트의 장례식.

그 끝내주는 웅장함에 둘 다 압도당해 길고 긴 음악을 숨죽이고 들었고, 그대로 클래식에 빠져버렸다.

우리가 좋아하자 다음 들려주신 곡은 까라인드루의 비통한 음악 몇곡이었다.

그 후 꾸준히 감상회도 가고, 우리가 스스로 찾아 서울시향 공연 같은것도 보고 하다보니 지금까지 클래식을 정말 많이 듣고 있다.

영국락 이후로 꽤 오랜만에 푹 빠진 음악인 것이다.


클래식도 클래식이지만 사장님은 씨디를 이만장 가까이 가지고 계시는 수집가에 머리도 엄청 좋으셔서 막 대충 모르는거 설명하면 딱 맞는 음악을 찾아다 들려주시는 신기한 분이다.

덕분에 세계음악부터 클래식이 된 락까지 정말 많은 음악을 카페에서 들었다.

학교 졸업하고 프리랜싱을 2년 가까이 하면서 이 카페에 계속 들락거렸고, 알바도 하고,

음악 정말 많이 농축적으로 들었다. 진짜 행복했다.


회사에 취직하고부터는 음악을 많이 안듣게 되었다.

이제 2년 반정도 다녔는데 이 긴 시간동안 새로 알게되어 푹 빠져 들은건 버스커버스커 정도?

새로운 음악을 찾아든는 노력도 안한지 정말 오래 되었다.

좋아하는 밴드나 가수의 신보가 나오면 버릇처럼 씨디를 사모으긴 하는데 

전처럼 모든 트랙을 외울만큼 반복해서 듣지도 않는다.

핫트랙스나 중고레코드샵에서 몇시간씩 씨디들 훑어보며 시간을 보내지도 않는다.

그 떄나 지금이나 똑같은 24시간 7일, 1년을 살면서 

왜 음악들을 시간이 안난다는 핑계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굉장히 허하고 영혼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마치 암흑기를 보내고 있는 기분이다.


반면 사회에 성공적인 안착을 하는 중인지는 모른다.

어차피 나는 사회인으로 살아야 하고, 사는데 돈은 꼭 필요한 것이다.

직장생활은 아주 많은 퍼센테이지의 사람들이 자의든 타의든 선택해서 하고 있는 것인 만큼 

해볼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직장생활을 하고 어른 흉내를 내면서 부터 잃어버린게 많은 기분이 드는건 사실이다.

그래서 더 집착스럽게 중학생 때부터 좋아해온 그들을, 음악을 소중하게 여기는지도 모른다.

여전히 음악을 하고 있는 여전히 자유로운 그 모습을 숭배하게 된다.


나는 앞으로 어떤 음악을 듣고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내가 걷는 걸음 걸음에 자연스럽게 거기에 어울리는 음악이 찾아왔다고 믿는다.

앞으로도 쭉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뭔가 수정이 필요하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