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고, 면조 도시락을 싸고, 하다보니 생각났는데
나는 고3 때 너무 긴장을 잘 하고 소심해서 수능날 진짜 너무너무 힘들었다.
과민성 위장+대장 질환 덕에 긴장하면 울렁거려 밥도 못먹고,
먹은 것도 없는데 배는 아프고 계속 설사해서
수능날은 화장실에 왔다리 갔다리 싸간 보리차만 연신 마시며
도시락은 열었으나 먹지 못하고 다시 닫아버렸다.
시험을 다 보고 묵직한 도시락을 들고 귀가하는데
시험도 시험이지만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못먹은게 이상하게 마음에 많이 걸렸던 기분이 떠오른다.
그래서 저녁에 집에가서 엄마가 차려놓은 밥대신 도시락을 까먹었다.
도시락을 싸준다는 의미는 정말 큰 것 같다.
자의로든 타이로든 그 도시락을 먹지 못했을 땐 어떻게든 죄책감이 들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