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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아빠 생신, 회갑

오늘은 아빠의 60번째 생신, 회갑날이었다.

가족끼리 조촐하게 갈비재워 놓은 것 구워 먹으며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어릴 땐 별로 그런 느낌 받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사는게 내 뜻대로만 되진 않는다는걸 종종 느끼는 포인트가 있다. 책도 읽어보고, 다큐멘터리나 강연도 찾아보고, 팟캐스트도 들어보게 된다. 남들은 어떻게 살았는지, 이런 시기를 어떻게 보냈는지 자꾸 벤치마킹하려고 하게 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아빠에게 묻게 된다.

너무 구체적인 질문이나 너무 나에게 꼭 맞춤된 질문은 피하고 싶다보니 이야기의 흐름속에 간간히 내가 듣고 싶은 질문을 던진다.

어떤 일을 하며 사는 것이 좋을까요. 보람있을까요. 행복할까요. 아빠가 해왔던 많은 일중에 가장 맘에 들었던 것은 뭐에요. 직장생활이 좋아요. 아님 자영업이 좋았나요. 

먹고사는 이야기에서부터 진로와 어떻게 살것인가에 대한 고민까지.

지난번에는 일의 종류를 떠나서 아빠가 그 일을 땀흘려 열심히 하고, 주변에서 잘한다 인정해줄 때 가장 보람있었다고 하셨다.

오늘은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키워드는 '기다림'이었다.

살면서 반드시 몇번씩은 삶이 좀 더 나아질 수 있는 적절한 기회가 도래하는데 아빠도 그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때를 참지 못하고 기다리지 못해 때가 오기 전에 그만둬버리거나 한다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기도 하다. 견디고, 버티는 힘의 중요성은 책이나 강연에서도 종종 들은 적 있다.

내가 바라는 그럴싸한 인생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의 때가 반드시 오긴 올거라고 믿는다. 그런데 그게 당장 오지 않아 너무 조급해져서 마음이 힘들었던게 아닐까. 

새로운 사람들을 자꾸 만나서 찾으려 했던 인연은 결국 체념하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나서야 나타났듯이 말이다. 

내가 바라는 그 타이밍이란 것은 아마도 쫓으려 하기보다 기다려야 하는 류의 것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인내하자.


회사근처에 떡담이란 곳에서 떡케이크와 통팥이 듬뿍 묻은 찰떡을 사갔는데 가족들이 매우 좋아했다.

아빠는 친구분꼐 선물로 받은 와인을 집에 가져가라며 주셨다.

원근이가 일본에서 뽑기로 뽑은 쵸파 핸드폰고리도 뺏어왔다.


원근이의 배타고 왕복 48시간이 걸린 일본여행이야기를 들었는데 너무 재밌었다.

배타고 하는 여행은 정말 사치스러운 여행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시설은 별로라고 한다.

하지만 거의 4-5시간을 기차타고 부산에 가서, 또 18시간을 배타고 일본까지 갔다고 한다.

멀미나고 잠자리도 별로고 힘들었지만 딱 한가지 좋았던건 배안에 큰 욕탕이 있는데 거기에 누워서 큰 창문밖으로 보이는 바다를 보던 것이라고 했다. 크~~ 낭만적이야!!

이거야 말로 시간을 아낌없이 쓰는 진정한 여행이다!

9월에 기대하고 있는 일본여행은 친구들과 함께 가기때문에 차마 배타고 왕복하자고는 말 못하겠지만 -_-;

언젠가 꼭 배를 타고 멀리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1900의 전설이 떠올라.

피아노가 있는 배라면 정말 멋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