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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자다가 깼다.

감기가 너무 심하다.

목도 너무 아프고, 간질간질하고, 기침도 너무 심하고,

설상가상 코도 막히고 오랜만에 보는 누리끼리한 콧물도 나오고 ㅠㅠ

아아 너무 힘들다.

낮에 여의도에 다녀오자마자 뻗었는데 잠깐만 누워있는다는 것이 기절,

산책다녀온 몽이가 낑낑대는 소리에 애매한 시각에 깨버렸다.


이번 봄은 정말 몸과 마음이 힘들다.

지난 겨울은 마음만 힘들었고 몸은 편했다.

귀중한 교훈을 얻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남을 도우며, 내가 조금 희생하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도 한다.

아 진짜 인간답게 살기란 멀쩡한 건강상태로도 힘든것이다!


평소엔 친구같기도, 오빠같기도, 동생같기도 한 남편은

내가 아프면 철저히 남편 역할을 수행해준다.

뭐 특별한 것을 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걱정해주고 쉴 수 있게 배려해준다.

너무 고맙다. 내일부터 더 잘해줘야지.....

평소에 둘이 있을 때 가장 로맨틱한 순간은

같이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질질 짜고 있는 서로를 발견할 때다.

처음엔 매우 뻘쭘하다가도 이내 '나랑 똑같은 놈이랑 결혼했구만' 하는 생각에 안도감이 밀려온다.


책을 또 읽고 있다.

올해 들어 책을 다섯권째 읽고 있는거다.

생각보다 괜찮은 속도다.

원래 올 해 안에 여섯권을 읽는 것이 목표였는데, 끝까지 다 읽은 것이 벌써 세권이나 된다.

한권은 읽던 중에 도서관 반납기한이 되어서 반납해버렸다.

다음주에 도서관에 갈 때 다시 빌려 올 것이다.

보다가 만 것은 우디알렌이 쓴 단편소설집이다.

너무재밌어서 낄낄대며 읽고 있던중이었지만 단편이다보니 한꼭지를 다 읽어버려서

뒷편에 대한 갈증이 아직 없다. 시간이 나면 천천히 도서관 가서 다시 빌려와야지.

현재 읽고 있는 책은 교보에서 사온 유시민교수의 '어떻게 살 것인가' 이다.

난 보통 저자가 아는 사람이 아니면 책을 잘 읽지 않는데

유시민 교수는 말을 하든 글을 쓰든 이해하기 쉬운 단어와 문장으로

비교적 복잡한 것까지도 잘 설명하는 것을 알고 있어서 기회가 될 때마다

그의 저서를 읽고 싶다고 생각만 하고 있다.

부자의 경제학, 가난한자의 경제학 이후 제대로된 단행본은 이번이 두번째다.

크게 재미있는 내용은 아님에도 쭉쭉 읽힌다. 정말 대단한 문단가!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혼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훌륭한 분의 도움을 받고 있다.

캐나다에 있을 때 너무 말이 안통해서 답답한 마음에 책방가서 캠브릿지 비기너 그래머 어쩌구 사와서

혼자서 일주일만에 안의 내용을 독파한 이후 아마도 난생 두번째의 자발적 영어공부일거다.

언어는 공부해서 될 게 아니라 훈련을 해야한다는 생각 탓에 게으름만 피우고 공부는 한 적이 없다.

덕분에 문법도 비기너 수준이고, 단어도 너무 모른다.

그래도 가끔 필요할 땐 잘 떠드는 것 같아서 미루고 또 미루고만 있었다.

남편과 같이 시작했는데 둘 다 비슷한 수준인데 남편이 겁은 더 없다. ㅋㅋㅋ

어느나라를 가든 저런 철판이면 정말 든든하다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주말마다 건축 강의를 듣고있다.

이 것은 순수한 관심에서 시작되어 자발적으로 신청해서 듣는 유료 워크샵.

아아.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공부는 다 때가 있다더니 지금이 그 때인가보다.

갈증이 있을 때 듣는 수업, 하는 공부는 그 행복감이 이루 말로 할 수 없다.

대학 2, 3학년 때도 그랬다. 오랜 고생과 휴학 후 한국에 돌아와서 처음 듣는 수업은

마치 포도당 수액처럼 온몸 혈관 구석구석까지 퍼지는 기분이었다.

공부는 다 때가 있다.

나중에 자식이 생기면 하기 싫을 땐 하지 말라고 협박해야지. (...)


이젠 하고 싶은 것은 2개월 이상 미루지 말고 해버려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건 사실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다.

나는 매우 소박한 사람이고, 소박한 내가 원하는 것쯤은 어렵지 않게 해볼 수도 있는 능력정도는 된다.

항상 최선의 선택은 못하는 나지만 후회는 나중에 하면 된다.

그런데 나중에가서 후회할 만큼 기억력이 뛰어나지도 않다.

재미났던 것만 기억나지 힘들었던 디테일은 다 까먹는 나이다.


추운 봄이 왔다.

남편은 버드나무에 털이 났다고 했다.

정말 주중에도 앙상하던 나뭇가지에 주말내 연둣빛 털이 보송보송 나와있다.

요를레이의 털은 여전히 부드럽고 보송보송하다.

이 얼마나 행복하기에 좋은 환경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