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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탐식과 탐욕

영화 세븐에 보면 인간의 7가지 죄악에 대해 나온다.
탐식(Gluttony), 탐욕(Greed), 나태(Sloth), 음란(Lust), 교만(Pride), 시기(Envy), 그리고 분노(Wrath)

솔직히 말해서
나는 나태하고, 교만하고, 시기하고 또 분노하므로
이 중 4가지 죄를 평소에 아무렇지도 않게 범하는 파렴치한 인간이다.
(살해당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하지만 저 중에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싫어하는 죄악이 있다면,
바로 앞에 둘
탐식(Gluttony)과 탐욕(Greed)
이 둘만큼은 범하지 않으려고 매우 노력하고 살고 있고,
저 두가지 죄악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는 사람들을 슬슬 피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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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내력을 보면 대충 내 체질이 감이 오는데,
친가 외가를 통틀어 봤을 때 나는 절대로
먹는대로 살이 찌는 체질이다.
따라서 지금도 날씬한 편은 아니지만 지금의 기성복 사이즈 몸무게를 유지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꾸준히 스트레스 받으며 관리를 하고 있다.
내 자신이 이런 열등한(?) 체질을 가지다보니 자연스럽게 열등감이 생긴 탓인지
가끔씩 나도 모르게 발동하는 식탐을 너무나 증오하고, 또 억제하려고 노력한다.
깡마른 사람이 식탐을 부리면 그냥 '먹을 것을 좋아하나 보다' 라고 생각되는데,
내가(열등한 체질을 가진 주제에) 식탐을 부리는 것은 죄의 영역이라고 느껴지는게 사실은 이상하고 아이러니하다.

그래서 난 뷔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1인분의 한끼 식사량을 스스로 조절해야 하는 수고도 고되거니와
그 이상의 맛있는 음식을 참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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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한 1인분의 한끼 식사량을 넘어서 본인의 위가 소화시키지 못할 수준까지 먹어대는 추잡한 행위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필요나 능력 이상의 것을 독차지 하고 싶어서 동동거리는 태도도 아주 싫어한다.

필요 이상의 것을 남들이 차지하기 전에 자신이 독차지 해버리는 사재기하는 행위라든지,
디자인과 품질의 가치를 훨씬 웃도는 최신 유행의 브랜드 제품이라든지,
능력과 노력의 투자는 않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복권, 도박, 투기 같은 것들은 나와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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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누구나 저 중에 2-3가지 혹은 그 이상의 죄를 매일 짓고 살겠지.
내가 가까이 두고,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탐욕과 탐식의 죄는 가급적 덜 지었으면 좋겠다만
그게 내 뜻대로 될 리도 없고, 내 자신도 그들에게 있어 참을 수 없을만큼
나태하고, 교만하고, 시기하거나 분노하는 인간일지도 모른다.
나는 카톨릭신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남들과 신을 언짢게 만드는 죄는 가급적 덜 짓도록 노력해야겠지.
그리고 나의 죄를 눈감아 주는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좀 더 관대해져야 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