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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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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갈 집을 찾았다. 독일에서의 이사는 정말 어렵다. 특히 내가 원하는 일정 조건을 갖춘 집을 만나는 건 어렵다 못해 인간의 노력 이면의 신 또는 운의 영역이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음에 드는 조건의 집이 나와도 그 집에 방문예약 신청서를 보내고, 연락을 받아 약속을 잡고, 집을 보면서 인터뷰를 하고, 최종적으로 집주인이 나를 선택하기까지 많은 관문이 있다. 지원자로서 일종의 '결격사유'가 없는 편이 아무래도 인터뷰의 기회가 많이 올 것이다. 우리는 제법 큰 결격사유 중 하나인 '외국인'으로서 남들보다 약간 더 실패를 맛봐야 했다. 집을 사려다가 포기한 이유 나와 면조는 작년부터 immobilienscout24, immowelt, meinestadtde, ebay kleinanzeige, wg gesucht 등의 앱을 ..
폭우와 홍수 후 날씨가 다시 맑고 더워졌다. 지난번에 우울증과 뇌과학에 대한 책을 읽은 독후감(비슷한 거)을 쓰기도 했지만 한동안 많이 우울했다. 아무래도 8개월을 기다려 드디어 맞이한 여름인데도 날씨가 너무 춥고 계속 비가 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홍수도 심하게 나서 서북쪽 독일에선 사람들이 많이 실종되고 죽기도 했다. 오래된 대륙의 한 복판에 위치한 독일은 전쟁은 몇 차례 겪긴 했지만 자연재해는 별로 겪을 일이 없던 축복받은 자연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아마 이런 비참한 일이 발생할 정도의 홍수는 겪은 경험이 없었을 것이다. 5년간 살면서 태풍이 지나가는 경우를 매년 보긴 했지만 한국처럼 비가 종일 가차 없이 퍼붓는 장마와 관계된 태풍이 아닌 폭우를 동반한 심한 바람 정도였어서 나무가 쓰러지는 정도가 재해였다. 집이 물에 잠기고 차가 떠내려가고 ..
우울할 땐 뇌과학 그리고 에어팟 뇌과학 책이 읽고 싶어 져서 며칠 전부터 ‘우울할 땐 뇌과학’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이제 절반 좀 넘게 읽어서 책의 두 단락 중에서 첫 단락인 뇌의 각 부위별 신경이 담당하는 역할과 해당 기능의 활성도에 따른 우울증 증상 또는 상관관계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그리고 지금 읽고 있는 두 번째 단락에서는 각 부분의 신경을 자극하는 생활 습관과 그 원리를 설명한다.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그동안 내가 겪고 있는 것이 우울증 증상임을 확신했다. 정확히 시점을 알 수 없지만 대략적으로 판데믹 전후부터 나는 불확실한 일에 대해 최악의 경우의 수를 상상하는데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게 되었다. 그리고 판단이나 선택을 미루는 경우가 잦아졌다. 심한 무기력증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졌고, 급기야는 수면의 질도 안 좋아졌다..
시간을 들여 정성스럽게 살기 바질 페스토(페스토 제노베제)를 직접 만들어 먹기 시작하고서 나 자신이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왜냐하면 이전까진 페스토는 시판 고추장이나 간장을 사 먹는 것처럼 슈퍼마켓에서 사서 먹는 것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생바질 잎을 사더라도 보통은 샐러드나 피자 위에 뿌려 먹고 끝났었다. 사실 페스토를 만들기 위해서 생바질을 따로 산 적은 없다. 큰 발코니를 그냥 두기 아까워서 하나 둘 화분을 만들어 두고 만만한 허브 씨앗을 사다가 조금씩 심어봤고, 그중 가장 수확량이 많은 바질을 어떻게 다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만들어 먹기 시작한 것이다. 막상 레시피는 되게 간단한데 이걸 직접 만들 엄두를 내 볼 환경이 만들어지기까진 오랜 세월과 많은 변화가 필요했다. 작은 화분에서 바질을 키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