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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되고 싶은 사람은 언제 될 수 있을까

요즘 특별히 멋진 저녁노을과 익어가는 청보리밭을 보며 산책을 할 수 있다.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되고 싶지만 한 달에 두 번 정도 성공한다. 그 외에는 업무 때문에 일어나야 하는 최대한 늦은 시각에 아슬아슬하게 일어날 뿐이다. 일찍 일어나는 연습을 꾸준히 하던 때도 있었지만 일어나서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뭘 하면 좋을까 생각해야 하고, 그게 그렇게까지 매력적이지 않아서 습관으로 자리잡지 못했다. 괜찮다. 나는 늦게 일어나는 편이 건강에는 더 좋은 체질인 것 같으니까. 그래도 요즘은 빨리 가버리는 하루가 아깝다. 자유시간을 좀 더 확보하고 싶어서 일찍 일어나고 싶은 거다. 업무를 마친 평일 저녁에는 운동을 가거나 운동을 안 가는 날엔 장을 보고 요리를 한다. 오늘은 운동을 가는 날인데도 안 가버린 덕분에 시간이 조금 남아서 산책을 다녀왔고 이 글도 쓰고 있다.

 

글을 꾸준히 쓰고 많이 읽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하루 중에 가장 뇌를 활발하게 쓰고 있다고 생각하는 때가 글을 쓸 때이기 때문이다. 운동을 하며 온 몸의 관절과 근육을 피로할 만큼 쓰고 나면 개운한 기분이 드는 것처럼 머리도 쓰고 나면 좀 개운한 기분이 든다. 쓰고 싶은 글이 생기려면 꽤 읽기도 해야 한다. 그래서 둘 다 많이 하고 싶다. 가능하면 블로그나 글쓰기 플랫폼을 통해서 정기적인 발행도 하고 싶다. 연결되는 짤막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기도 하다. 그러려면 역시 시간이 필요하다. 쓸데없는데 흘려버리고 있는 시간을 조각모음하듯 모으고 싶다.

 

식물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되고싶다. 전보다는 많이 알게 되었지만 오늘 산책 중에 본 엄청나게 예쁜 꽃들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이름을 아는 꽃은 양귀비 정도. 다양한 푸른 톤 속에 존재감을 빛내는 들꽃들 너무 예쁘다. 내 정원도 그런 느낌의 구간을 만들고 싶은데 아는 바가 정말 하나도 없어서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나가서 걸으면 볼 수 있는 건데 굳이 내 정원에까지 소유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한 번에 한가지 일만 몰두해서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집중력 문제는 초등학교 생활기록부에도 나와있을 정도지만 그래도 한 번 몰두하면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해서 생리현상의 욕구조차 거의 느끼지 않고 하는 때가 있다. 이런 현상이 점점 드물게 나타난다. 물론 건강을 생각하면 자주 안나타는 편이 좋지만, 대학 다니며 과제하거나 할 때 이런 시간을 지나며 너무 즐거웠다. 창작을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 때 특히 엄청난 쾌감이 느껴졌다. 이 기분이 그립다. 그리고 뭔가 몰두해서 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래도 멋있어 보인다. 그래서 좀 더 그런 모습을 자주 갖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하지만 역시 지금 회사와 팀에서는 그러면 안 된다. 리액티브 한 올라운더가 되어야 한다. 아 나는 정말 회사생활과 안 맞아. 하지만 그나마 안락한 생활을 보장해 주는 사회의 하나뿐인 장치처럼 느껴져서 그만둘 수가 없다.

 

구체적으로 상상해보면 언젠가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