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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연말까지 바쁘게 굴러가는 11월

어맛 책장에 고양이가

휴가를 다녀온 뒤로 면접을 하나 봤고, 주 3회 정도 헬스를 다니고 있고, 백신 맞으러 사무실도 다녀왔고, 주말마다 여기저기 놀러 다니거나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다. 운동을 시작한 덕분에 내 기준에서는 꽤 바쁜 일정들을 군말 없이 소화하고 있는 듯하다. 이번 주는 특히 바쁘다. 바쁜 한 주를 위한 마음다짐이라도 필요한 것 같아서 일기라도 써보려 한다.

 

사실 이 정도 일정은 한국에서 살던 때에 비하면 오히려 한가한 축에 속하는데도 이번 주에는 세 번이나 나를 평가받아야 하는 자리에 서게 되어서 더 마음의 부담이 큰 것 같다. 월요일에는 2차 면접을 봤고 3차도 보게 되어서 포트폴리오 발표 준비를 업무 전후 틈틈이 해야 한다. 화요일인 오늘은 새로운 부서장이 마침 독일에 방문 중이라 만나서 얼굴도장 찍으러 가야 한다. 이틀 연속 자기소개를 하고 첫인상을 좋게 남겨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부담이 된다. 내 이력서에 기반한 자기소개용 템플릿이야 그동안의 구직활동 덕분에 대충 머릿속에 있으니 이제는 매번 연습을 거듭하지는 않아도 된다는 것이 작은 위안이다. 옷은 뭘 입고 가야 할까? 이런 고민을 독일에서는 어지간하면 안 하기 때문에 새롭게 느껴진다. 수요일인 내일은 헬스장에서 체력테스트를 하기로 예약한 날이다. 4주간 운동을 했으니 어느 정도 성과가 있는지 체크하는 수준이어서 이건 긴장보다는 기대만 되는 일이지만 어쨌든 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별 것 아니네. 일단 집 밖을 나와 약속 시간에 맞춰 누군가를 만나는 일 자체가 부담스러운 나여서 더 거창하게 부담을 느끼고 있나 보다. 그리고 금-토-일에 걸쳐 손님들이 우리 집에 온다. 손님맞이도 어찌 보면 타인으로부터 나에 대한 캐주얼한 평가를 매 순간 맞이하는 이벤트다. 내 집의 청소 상태나 대접하는 음식, 그리고 기타 호스피털리티를 제공하며 손님이 쾌적함을 계속 느끼게 하도록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래선지 술도 잘 안 취한다. 이건 성격 탓을 해본다.

 

이번 주뿐 아니라 연말까지 약속이 없는 주말이 거의 없다. 전부 다 재밌게 놀기 위한 약속이기는 하지만 주말 하나를 소셜라이징에 쓰면 그다음 주말은 그냥 집에서 쉬고 싶은 나로서는 부담이다. 밀린 자기 계발, 읽고 있는 책, 하고 싶은 취미 생활 등이 밀려있다. 당장 안 해도 되는 것이어서 우선순위를 사람 만나는 것 뒤로 미루게 된다. 이 것은 마치 한국에서 내가 느끼던 고충과 비슷하다. 혼자 놀고 싶은데 때가 되면 만날 사람이 계속 있어서 혼자 놀 시간이 없는. 나랑은 전혀 다른 타입인 나그네의 탓도 있다. 누군가를 정기적으로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그래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는 타입인데 그것을 지난 학부 기간 중에 덜 해왔기 때문에. 아무튼 나와는 우선순위가 다르다. 물론 나도 막상 친구와 지인들을 만나면 너무 좋고 잘 놀지만 일 년에 한두 번 정도만 만나면 충분한 것 아닐까? 싶은 생각은 있다. 코비드 이후로 세상이 바뀐 줄 알았는데... 바쁜 연말을 보내고 나면 연시에는 좀 한가해지길 기대한다. 보고 싶은 시리즈도 너무 많고 읽고 있는 두꺼운 책도 마저 다 읽고 싶다. 포폴도 업데이트하고 테크니컬 라이팅 책을 사든 지 수업을 듣든지 배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