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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독일에서 둘이 같이 보내는 첫 연말

간만에 해가 떠서 산책중. 매우 춥다.

올 해는 네 번째로 맞는 독일 이주 후의 연말이다. 그리고 처음으로 남편과 나 둘 다 독일에서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보내고 있다. 작년까지는 둘 중 하나는 한국에 있었다. 올 해는 나는 휴가가 더 이상 남지 않아서 연말에 일하기로 했고, 사무실에 가봤자 아무도 없으니까 그냥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면조는 학교가 크리스마스 휴일을 맞는 기간이라 둘 다 집에서 고양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 오늘은 올해 마지막 주말 일요일인데 정말 조용하고 느긋하게 보내고 있다. 이제는 어느 정도 독일에 적응을 했는지, 일요일에 상점들이 열지 않는 게 더 이상 불만이 아니라 정말로 오롯이 쉬는 날을 갖게 된 것 같아 마음이 편하다. 일요일에 집 밖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산책 정도다. 그래서 오늘은 산책을 했다.

 

둘 다 따로 자취를 하다가 간만에 긴 시간을 같이 살다 보니 엄청나게 많이 먹고 있다. 다른 학생들과 하우스 쉐어를 하는 남편은 그쪽 집이 너무나 더럽고 마트도 멀기 때문에 요리를 거의 안 해 먹는다고 한다. 나도 평소에는 주말 저녁에 잔뜩 만들어둔 카레나 볼로네제 소스 같은걸 냉장실에 저장해 두고 그것을 전자렌지에 덥히는 방식으로 주중에는 가까스로 끼니만 때우면서 지낸다. 오래간만에 요리를 할 수 있어서 기쁜 면조는 예나 지금이나 손이 매우 커서 양을 잔뜩 만들고 그걸 또 다 먹어 치운다. 그러다 보니 나도 덩달아 과식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잔뜩 먹고 소화가 잘 안되어 움직이다가 졸려서 자는 것을 반복하다 보니 먹는 양이 늘었고, 그래서 살도 오동통하게 오른 것 같다. 또, 크리스마스 전후로 그동안 드물던 약속이 조금 있었고, 이래저래 밥을 제대로 먹을 일이 많았다. 아마도 연말까지는 쭉 같은 패턴일 것 같고, 면조가 프라이징으로 돌아간 뒤에야 내 평소 패턴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다.

 

운동도 최소한으로만 하고 있다. 원래 주 3회는 근력 운동을 했는데, 약속이나 이런저런 방해로 인해 일주일에 두 번도 제대로 하기가 힘들다. 그리고 아무래도 배가 너무 부른 상태에서는 운동을 할 수 없으니...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어차피 끝이 있는 시기이니까 그냥 이 때만 실컷 즐길 수 있는 게으름으로 받아들이기로 했고, 그랬더니 마음이 무겁지는 않다.

 

대신 잠을 많이 많이 자고 있다. 늦잠은 기본으로 실컷 자고, 시간 있고 졸리면 낮잠도 잔다. 오늘은 어제랑 그제 잠을 너무 많이 자서 낮에 전혀 졸리지가 않아서 이렇게 일기를 쓰고 있다. 잠을 많이 자는 것은 좌우지간 좋은 점이 많은 것 같다. 얼굴에 하나 둘 씩 늘 올라와 있더 뾰루지들도 다 들어갔고, 로션을 덜 발라도 얼굴이 덜 땅긴다. 늘 뭉쳐있던 어깨랑 뒷목도 좀 덜 아픈 것 같다. 잠은 정말 좋아. 잘 수 있으면 최대한 자 두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오늘까지는 게으르게 보내고 남은 이틀은 집정리와 청소를 하고, 일 년 치 가계부랑 각종 서류를 정산하고 정리하면서 보낼 생각이다. 그리고 아쉽지만 출근도 해야 한다. 아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