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힙스터란 거의 젠트리피케이션을 몰고 다니며 인스타그램에 #ootd 류의 태그를 달며 자기 전시를 하지 않고는 사족을 못 쓰는 소비지향의 민폐족으로 이미지가 바뀐 것 같기는 하지만, 여전히 나는 힙스터가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이란 그 어드매를 동경하고 있다.
애초에 내가 집중한 힙스터의 특징 중 하나는 메인 스트림에서 벗어난 것을 추구하는 것인데, 왜냐하면 메인 스트림이란게 내게 있어 성수기에 구지 유명 관광지를 찾아가는 것 처럼 너무나 피곤하고 빡세고 비싸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런 취향으로 굳어진 것은 내가 돈이 없고, 몸이 약하고, 몸을 움직이는 것 보다는 공상 하는 것을 즐기던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보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남들이 다 좋은 줄 아는 것을 그 사람들 틈에 끼여서 즐길 여력이 없었다. 그러다가 한 십여년 전에 접한 hip 하다는 형용사가 가지는 마치 서브컬쳐도 cool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주는 한 줄기 빛 같은 그런 느낌이 마냥 좋았다.
넷플릭스 길위의 셰프들을 보다가 예전엔 지저분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먹던 스트릿푸드가 힙한 것이라 설명하는 해설을 들으며 또다시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길거리 음식을 원래 좋아한다. 특히 해외 여행을 할 때 그 도전적인 기분이 좋다. 찡그리고 웃으며 호객하는 상인들에게 No thanks 라고 말하는 친절한 관광객들 앞에서 보란 듯이 사먹고 싶어지고 막 그런다. 길거리 음식은 장점이 많다. 일단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지 않으니 리스크가 적다. 또 조리 도구, 재료 보관 상태, 회전율, 요리사의 컨디션 등이 의외로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괜찮은 가게와 그렇지 않은 가게를 판단하기도 사실 더 쉽다. 메뉴 주문도 오히려 쉽다. 먹고 있는 사람이 있는 가게를 고르면 되고, 그 사람이 먹는 것을 손으로 가리키거나 이것 저것 찔러보면 된다. 조리사와 1대 1로 대화가 되는 혜택을 담뿍 누릴 수 있다. 그러다 내 눈썰미가 부족해서 실패하더라도, 유명 레스토랑에서 어렵게 테이블 잡고 생각보다 높게 책정된 가격에 기죽으며 주문 할 필요가 없으니 마음이 편하다. 힙스터가 길거리 음식을 좋아하게 되는건 어찌 보면 자연스럽고 당연한거다. 그러다가 미쉘린 스타를 받는다거나 미디어에 나와 유명해진 스트릿 푸드 가게가 있다면 그 집에서는 안먹으면 그만이다. 다른 맛있을 것 같은 집을 찾으면 된다. 나는 내 감과 촉을 믿는다.
넷플릭스를 보며 남편에게 사실 내 꿈은 힙스터임을 다시 고백했다. 물론 남편은 알고 있다. 그리고 아마 불가능 할 것이라고 말한다. 동의 했다. 일단 나는 게으르고, 돈이 많지 않다. 경험에 돈을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예산은 늘 한정되어 있다. 그리고 남편 생각에는 힙스터는 인싸의 기질이 있어야 하는데, 나는 사람들을 만나기를 싫어하지 않냐고 했다. 틀리다. 나는 사람들을 만나기를 좋아한다. 대신 한달에 한두번이면 족하다. 6월에 대학원 친구들과 5박 6일 여행을 가는데 5박 6일이나 다른 사람이랑 같이 생활해야 한다는 사실에 매우 끔찍해 하고 있다. 내향적이고 게으른 성격이 만나 내가 되었다. 출세는 그른 것 같다. 힙스터의 필수조건인 경제력을 언제쯤 획득할지 모르니까 아마도 먼 꿈일 것이다. 하지만 비주류를 선택해서 즐기고, 메인 스트림을 따라가지 않아도 전혀 아쉽지 않을 수 있는 그 마음가짐만은 타고 났다. 재능이 없지는 않다!
패션... 이건 내가 좀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그런데 독일로 건너오면서 강제로 실행한 미니멀리즘 짐싸기 덕분에 옷이 몇 벌 없이 살게 되었고,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는 격으로 탈코의 삶까지 살고 있다. 그러다보니 멋드러진 아웃핏을 위해 이 편함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반드시 있을 것이다. 멋있으면서도 편한 옷. 당연히 싸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이제 관심을 가지고 찾아봐야겠다. 이제는 쇼핑하는 것도 귀찮고 피곤해져서 (한국만큼 쉽지 않다.) 아이템 하나를 사면 정말 좋고 오래가는 것으로 사야만 한다. 하지만 쇼핑을 하지 않고, 관심도 적어지다 보니 좋은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가 뭐인지도 모른다. 이건 좀 안좋은 것 같다. 핀터레스트라도 좀 보고 그래야지.
오늘은 운동도 하려다가 말았고, 요리는 근사하게 해서 먹었고, 책도 두어장 읽다 잠들어 버렸고, 뭐 그다지 생산적이지는 않은 하루를 보냈다. 그렇지만 괜찮다. 내일은 월요일이니까, 쉬는게 더 중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