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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미루기의 천재, 핑계 구상의 천재

요즘 온갖 핑계로 모든 것을 죄 다 빠짐없이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루고 있다. 그리고 해야 할 일을 해야만 하는 그 시간에는 유투브,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등 현세의 악마와도 같은 이 빌어먹을 소셜 미디어 녀석들이 다 차지하고 있어. 그 것들이 결코 유해하고 무익하지만은 않아서 더더욱 악마같은 거야. 왜냐하면 처음 진입은 다 순수하고 건실한 마음으로 하거든.


미뤄서는 안되는 것 중에는 논문 쓰기, 독일어 공부하기, 영어 공부하기, 취직 위한 포폴, 코딩 공부 뭐 개괄적인 목적을 가진 자기개발이 있다. 이 외에도 여러가지 이미 맡고 있는 역할을 좀 해야하는데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들이 마음에 걸린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딸 역할. 벌써 부모님들께 전화나 연락 안 드린지도 몇 주 된 것 같아. 궁금해 하실텐데, 매번 전화로 말만 주고 받는게 마음이 안좋아서 미루게 된다. 딱히 할 말이 많지도 않고. 통화 품질이 썩 좋지도 않고. 핑계는 대자면 아주 말이 되게 그럴싸하게 늘어놓을 것이 많다.


그나마 덜 미루고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은 운동과 식이조절이다. 살을 빼는 것이 목적이 아니어서 훨씬 오래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목표가 없어서 더 열심히 하고 있다. 목적이 없다보니 하다가 좀 게으름 피워서 한 두번 나한테 실망해도, 그냥 털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좋은 징조다. 적어도 이러한 장기 과업을 실행 할 지력과 체력은 있는 모양이니까.


날씨가 추워졌다. 늘 이렇게 여름에서 가을로 전환되는 때에 밀려오는 죄책감에 우왕좌왕하게 되는 것 같다. 여름 동안은 아무래도 게으름을 실컷 피우고, 노는 것이 덜 가책이 된다. 아마 물리적으로도 삶을 유지하는 데에 쓰는 시간이 조금은 더 많지 않을까? 샤워를 더 자주한다거나 하니까... 그리고 when I suddenly notice that summer has gone and passed, the innocent can never last...... 노래 가사를 떠올리며 9월 말까지는 걍 잠들어 지낸 셈 치고 10월부터 정신차리고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어 버린다. 이게 다 그린데이 때문이야......


매우 이상한 사고의 흐름인 것 나도 앎. 그래 나 러비쉬야.... 차마 쓰레기라곤 아직 칭할 수 없다. 아무리 그래도 나 자신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