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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Stockholm 마지막날, 다시 Hamburg로 돌아간 밤과 다음날인 여행 마지막 날

전날 먹은 인도 음식이 양이 많아서 좀 늦게 잤다.

그래서 영화 Juno를 보고 잤다. 독일에 와서 다시 생각나서 보려고 하니 스웨덴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었는지 안나오더라. 좋은 영화였고, 계속 떠오르는 캐릭터와 음악이 깊은 여운을 주었다.


스웨덴에서의 마지막 날은 아침 기차를 타야해서 이른 아침에 일어나 조식을 먹었다.

이 호텔에서 정말 맛있게 먹었던 마스카포네 치즈와 베리쨈을 곁들인 팬케이크를 마지막으로 먹었다.

마지막이니 세장 먹을까 하다가, 그냥 두장만 먹었다. 가장 맛있는 적정량을 지커줘야 할 것 같았다.


방으로 돌아와 어제 싸다 만 짐을 마저싸고 체크아웃 후 서늘한 아침 거리를 이어폰 꼽고 걸었다.

킹스턴 루디스카 음악과 함께 걸으니 활기차고 청량한 아침이었다.


스톡홀름에서 함부르크까지 기차를 네번 갈아타고 갔다.

환승지에서 대기 시간이 아주 짧아서 연착이 있을 때마다 똥줄탔다.

그래도 스웨덴, 덴마크, 독일 삼국의 기차를 하루안에 다 타 봤다.

무거운 짐을 들고 뛰어다니니 온몸이 뻐근했다.

아침 9시에 기차를 타서, 저녁 8시가 넘어 함부르크에 도착했다.

기차 안에서 딱히 먹을만한 것도 없어서 티 한잔 사마시고, 코펜하겐에서 산 감자칩을 먹으며 갔다.

그래서 그런지 배에 가스가 엄청나게 차서 괴로웠다.


함부르크 역은 이제 익숙했다.


마감시간이 슬쩍 지나고 있었기 때문에 마땅히 테이크아웃 해 갈만한 저녁거리를 못찾아서 결국 다시 초밥을 샀다.

호텔이 생각보다 넓었다. 반호프 근처의 슬럼가에 자리한 호텔이었지만 그래도 아직 해가 떠 있어서 덜 무서웠다. 이 날은 너무 피곤해서 그랬는지 씻고 초밥먹고, 영화 한편 보려고 틀었다가 잠들었다.


다음날 너무 늦지 않은 시각에 깨서 준비하고, 11시에 체크아웃하고, 짐을 맡겨둔 후 데이터 충전을 위해 알디까지 걸었다. 여기서 북유럽 내내 나와 함께다닌 ja물병 판트를 반납했다. 코가 찡할 뻔 했다. 안녕! 그리고 다시 물을 샀다. 물은 소중하니까.



01. Public Coffee Roasters


아침을 딱히 먹지 않았지만 커피 생각이 간절해서 맛있어 보이는, 힙해 보이는, 하지만 내공이 출중해 보이고 철학 있어 보이는 커피집을 마구 서치하다가 발견한 이 곳으로 걸어갔다. 근처에 맛있어 보이는 가게가 많고 예쁜 좋은 골목에 위치하고 있었다. 역시 입점 또한 센스있을 줄 알았어! 에스프레소도 정말 맛있었다. 좋은 커피를 마시면 시공간이 고요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커피 최고. 그리고 쾌변에도 도움이 된다.



02. Zum Spätzle


근처에 있는 슈패쯜(독일식 수제비...랄까 수제비보다 좀 작은 올갱이만한 국수)집이 땡겨서 점심먹으러 들어갔다. 독일어로 질문하고, 주문하고 했더니 엄청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자우어크라우트랑 슈패쯜이랑 훈제 두부를 달달 볶은 엄청 맛있는 슈패쯜을 먹었다. 너무 맛있어서 양이 엄청 많은데, 싹싹 긁어서 다 먹었다. 양이 많은 것을 보니 독일에 돌아온 실감이 난다.



03. Nord Coast


여기도 유명한 로스터리 커피 바. 진짜 힙하다는게 뭔지 보여주는 하나부터 열 까지 세련된 가게다. 강을 바라보고 있고, 야외 좌석도 멋지고, 일하는 사람들도 다 스타일이 좋다. 커피도 당연히 맛있었다. 잔도 직접 제작한 독특한 도기잔에 멋진 글자체로 Nord Coast라고 써있다. 맛있어서 커피멍 때리면서 다시 한나절을 게으르게 보냈다. 그러고보니 처음으로 야외에서 한 테이블 차지하고 오래 있었던 것 같다. 날은 따사로운데 바람은 시원해서 너무 좋았다.



04. MK & G


Museum of Art and Industry 에 갔다. 호텔에서 4분거리에 있는 미술관이다. 여행 내내 전시를 많이 봐서 갈까말까 하다가 갔는데 결과적으로 너무 다행인 선택이었다. 기획전 두개가 흥미로웠다. Food Revolution 5.0은 다양한 아티스트나 디자이너들이 식문화에 대해 고찰하고 만든 작품이 있었다. 채식주의 체험을 하며 다녔던 이번 여행의 썸머리로서 아주 훌륭한 알찬 전시를 즐겁게 관람했다. 낭비되는 음식이 너무나 많아서 충격받았고, 공장형 도축 시스템을 적나라하게 시각화한 작품에 감명받았다.

두번째 기획전은 Keith Haring의 포스터전시였는데, 작품이 정말 많았다. 키스 해링의 작품은 재치있지만 그렇게 많이 볼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었는데, 완전 오해였다. 그의 삶의 발자취에 따라 굵은 테마가 있었다. 그리고 클라이언트가 있는 사실상 디자인 작품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와닿았다. 광고주의 자세한 가이드라인을 밝혀둔 작품도 있어서 재밌었다. 특히 해링이 30대 초반에 에이즈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받았다. 그는 내 나이 쯤에 에이즈 진단을 받고 foundation도 건립하고, 꾸준히 aids에 대한 위험성, 환자에 대한 인식 개선을 알리는 포스터나 작품을 만들다가 죽었다. 나의 삶은 곧 끝나지만 예술은 더 오래 남아서 일할 것이다. 지금의 나는 예술을 위해는 어떤 것도 희생할 수 있다고 한 그의 이야기가 벽에 써있었다. 그림이 아닌 그 글귀를 오래오래 바라봤다.



호텔에서 짐을 찾고, 메인 역의 식당에서 저녁겸 토마토 스프와 감튀 시켜서 먹다가 절반씩 남겼다. 많이 먹으면 힘들어 질 것 같아서. 그런데 난 튀긴 감자 같은걸 먹으면 배에 가스가 차는건지, 기차안에서 가스가 차서 배가 아파서 혼났다.

이번에는 6시간 기차를 타는 거지만 한번만 갈아타면 되서 좋았다. 다행히 연착도 없었다. 새벽 1시 15분에 보름스에 도착했다. 반갑고 좋은 공기가 반겨줬다. 면조가 플랫폼으로 마중나와줬다. 반갑고 기뻤다. 집이다.



이동에 총 37시간을 쓰고, 무박 이틀, 함부르크 호텔 3박, 덴마크 호텔 3박, 스웨덴 호텔 4박 총 13일간의 여행이 이렇게 끝났다. 늘 환상으로 존재하던 '북유럽'이란 실체를 만났다는 것만으로 의미있던, 아름다운 디자인에 둘러쌓여 있을 수 있어서 행복했던, 오롯이 혼자서 어려운 것들을 처리해서 뿌듯했던 행복한 여행이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할 수 있도록 집에서 고양이들 봐주며 날 기다려준 면조가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