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잠들고 싶다
내내 소처럼 꿈만 꾸다가
고운 사랑의 씨앗 하나 품은 채
다음 세상으로
떠나고 싶다.
내가 너의 어둠을 밝혀줄 수 있다면
빛 하나 가진 작은 별이 되어도 좋겠네
너 가는 곳마다 함께 다니며,
너의 길을 비추겠네
내가 너의 아픔을 만져줄 수 있다면
이름없는 들의 꽃이 되어도 좋겠네
음 눈물이 고인 너의 눈 속에,
슬픈 춤으로 흔들리겠네
그럴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내 가난한 살과 영혼을 모두 주고 싶네
내가 너의 기쁨이 될 수 있다면
노래 고운 한 마리 새가 되어도 좋겠네
너의 새벽을 날아다니며,
내 가진 시를 들려주겠네
그럴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이토록 더운 사랑 하나로 네 가슴에 묻히고 싶네
그럴 수 있다면, 아아 그럴 수 있다면
네 삶의 끝자리를 지키고 싶네
내 사람이여, 내 사람이여
너무 멀리 서 있는 내 사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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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탓인지 감성 폭발하는 밤이라 김광석 노래를 고래고래 틀어놓고 쓴다.
학교도 잘 다니고 있고, 비자 신청도 마쳤다.
무사히 마쳤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일단 할 수 있는건 했다.
제발 언제나처럼 우리에게 뜻밖의 행운이 함께하길!
독일에 온지 아직 두달밖에 안됐나 싶을만큼 정말정말정말정말 많은 일이 그간 있었다.
독일에와서 너무나 고마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가끔은 도대체 우리한테 왜이렇게 잘해주지?? 의아할 정도다.
면조와 진지하게 농담을 했다. 우리가 잘생겼나??
웃기지도 않고 사실도 아니다.
내 예상과 달리 세상엔 말도 못하게 선하고 좋은 사람들이 널려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한국에서는 그다지 누군가에게 도움을 구하고 산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누군가를 곤란하거나 귀찮게 해야 하는 데에 따르는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한 용기가 필요하고,
그러다보니 어지간한 일은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어른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나는 여권 없이는 술도 못사는 꼬맹이로 오해받는 뉴비인거다.
그러다보니 원래 나답지 않게 누군가 붙잡고 다짜고짜 말을 걸거나 도움을 구한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기꺼이 선의를 베푸는 이 곳 사람들은
사실은 말하지 않으면 알아서 도와주진 않는다.
나름대로 매일매일 용기를 내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 지금 엄청난 혼란의 시대인 것 같다.
그와중에 이 조용하고 작은 마을에서 내일의 걱정은 읽어야 할 텍스트와 숙제 뿐인 삶이 마음 편하게 느껴지긴 한다.
그렇다고 실제로 마음이 편한건 아니다.
어른이 되어야만 누릴 수 있는 자유 때문에 기억이 나는 아주 어린시절부터 언제나 난 어른이 되기를 갈망했다.
지금도 결코 어린시절이 그립지는 않다.
다만 가끔 좀 아무 생각없이 눈앞에 기어가는 개미가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그런 삶을 며칠만 살아보고 싶다.
사람 아이라기보다, 고양이 같은 그런 삶.
그렇지만 우리집 고양이들의 삶은 너무 귀여워서 내가 매일 귀찮게 하므로 별로일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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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네 바퀴로 가는 자전거
물 속으로 나는 비행기 하늘로 나는 돛단배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 위로 오늘도 애드벌룬 떠 있건만
포수에게 잡혀온 잉어만이 한숨을 내쉰다
남자처럼 머리 깎은 여자 여자처럼 머리 긴 남자
가방 없이 학교 가는 아이 비 오는 날 신문 파는 애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 위로 오늘도 애드벌룬 떠 있건만
태공에게 잡혀온 참새만이 긴 숨을 내쉰다
한여름에 털장갑 장수 한겨울에 수영복 장수
번개 소리에 기절하는 남자 천둥 소리에 하품하는 여자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 위로 오늘도 애드벌룬 떠 있건만
독사에게 잡혀온 땅꾼만이 긴 혀를 내두른다
독사에게 잡혀온 땅꾼만이 긴 혀를 내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