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ext Journal

집이 카페를 대신할 수 없는 이유

왜 카페에서 공부나 일을 하면 집중이 잘 되고, 효율이 좋을까? 이에 대한 연구도 여기저기서 진행하고 있을 정도니까 나만 느끼는 것은 아닌 듯 하다. 나는 칸막이가 있는 공용책상을 끔찍이 싫어하기 때문에 독서실이나 도서관의 열람실(도대체 무엇을 ‘열람’하는 곳인지는 모르겠지만)은 가지 않는다. 도서관 자료실의 넓직한 공용책상은 집중이 잘 되는 편인데, 도서관 책을 읽는 용도 외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규칙이므로 그 곳에서 공부나 일을 할 수는 없다. 결국 집과 카페가 나에게 남은 선택지이다.


집에서는 여러가지 이유로 공부를 시작하기도 어렵고, 집중력을 유지하기는 더 어렵다. 일단 가족과 고양이가 있고, 냉난방을 마음껏 하기에는 관리비가 신경쓰인다. 남이 타주는 커피가 더 맛있다든지 카페안의 백색소음이 집중력을 높여준다든지 하는 ‘기분 탓’에 기인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또 이유는 잘 알 수 없지만, 서재의 책상보다는 식탁에서 하는 편이 약간 더 집중이 잘 된다. 청개구리라서 그런가보다.


최대한 집안을 카페처럼 꾸며볼까? 그러면 어떻게 될까? 음료도 여러가지를 갖추고, 에어컨도 시원하게 빵빵 틀고, 잔잔하게 들릴 듯 말듯 음악도 틀어논다. 카페의 백색소음을 대신해줄 가전기기들의 소음과 바깥에서 들려오는 길거리의 소음도 있다. 완벽하다. 책상에 앉으니 고양이가 따라와서 내 발치에 눕는다. 발가락으로 살살 쓰다듬는다. 귀여운 소리를 낸다. 문득 고양이 화장실 청소를 안한 것이 떠오른다. 화장실 모래를 청소하고 손을 씻는다. 싱크대에 안씻은 그릇이 눈에 띈다. 설거지를 한다. 목이 말라서 음료를 준비한다. 얼음을 드리퍼에 가득 담아서 직접 갈은 원두가루 위에 정성스럽게 물을 붓는다. 커피향이 좋다. 마음이 여유롭고 행복하다. 아니 행복하려고 이러는게 아니잖아! 나는 해야 할 공부가 있어! …될 리가 없다.


집이 절대 카페를 대신할 수 없는 몇가지 이유를 생각해 봤다. 일단 집안의 물건들은 전부 내가 마음대로 건드릴 수 있는 것들이다. 공간도 내 마음대로 청소하거나 어지르거나, 덥거나 시원하게 온도를 조절 할 수 있다. 결국 이 공간을 깨끗하고 쾌적하게 유지해야 하는 책임이 직원이 아닌 나에게 있으므로 지금 당장 내가 해야 할 다른일이 있다는 사실에 집중하지 못한다. 또 다른 큰 중요한 차이점은 집은 카페와 달리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마음속으로 커피 한잔을 샀을 때 카페에 머무를 수 있는 최대 시간을 3시간으로 한정짓고 있다. 누구도 정해주거나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3시간 이상 머무를 경우에는 배를 채울 간식이나 다른 음료를 더 주문하고는 한다. 그래서인지 카페에 가서 일을 하기로 결심했을 때에는 대게 2시간정도 집중해서 쉬지 않고 무언가를 하게 된다. 시작과 끝에 30분정도 워밍업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면 3시간이 채워진다. 그래서 2시간 단위 모듈로 일이나 공부하는 양을 계획할 수 있다. 예를들면 한과목 시험공부를 할 때 문제풀이 2시간, 오답 정리 및 몰랐던 것 복습하기 2시간, 이런식으로 2시간 배수로 잘라서 계획한다. 그리고 2시간안에 모든 문제를 풀리라 마음먹으면 어떻게든 시간안에 풀게 된다. 정해두지 않으면 하루안에 다 못푸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결국 그 날 3시간동안 공부할 만큼의 짐만 챙겨서 카페에 가서 목표한 만큼만 하고 돌아오는 것이 가장 능률적으로 시간을 사용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카페는 돈이 든다.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매일매일 카페로 출퇴근을 하려면 쌓이는 금액이 만만치 않다. 3시간만에 그날의 모든 일과를 끝내면 다행이지만 보통은 턱없이 부족해서 또다른 3시간이 필요해지는데, 그러려면 중간에 배를 채우러 식당에 가거나 집에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시야에 들어오는 장면이 단순하고, 딱 목표한 시간동안 계획한 일만 할 수 있게 적은 물건만을 가지고 들어가서 정해진 시간만 이용하고 나와야 하는 무료인 공간을 만들 수는 없을까? 작은 창문이 하나 있고 책상과 의자만 들어가는 방에 다른 것은 아무 것도 두지 않는거다. 평소에는 청소만 해두고 사용하지 않다가 집중할 일이 있을 때만 예약제로 이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 도무지 답은 나오지 않지만 창고방 같은 곳을 개조한 공간에서 집중해서 뭔가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머리속으로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