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준비를 하면서 썬크림을 바르다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파란 스웨터를 입고 안경을 쓰지 않은 짧은 머리를 한 무표정한 여성이 서있었다.
며칠 전 눈썹면도칼로 눈썹을 정리한 곳에 짧게 몇가닥이 자라 있었다.
쪽집게로 새로 난 눈썹털만 쓱쓱 뽑았다.
고등학생 일 때 나는 눈썹을 정리하는데에만 대략 20분은 썼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한달에 20분도 눈썹에 투자하지 않지만 전보다 훨씬 정돈된 상태로 살아간다.
지난 십몇년간 눈썹정리를 꾸준히 해온 턱에 더 빠른 방법을 계속 연습했기 때문일 것이다.
문득 십대일 때 나는 30대가 된 나를 어떻게 상상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구체적으로 30대가 된 나를 상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 의 이상적인 여성을 상상해 본 적은 있다.
그 때 상상한 모습을 떠올리려고 노력해봤다.
일단 자신을 대표할 직업이 있고,
정장 자켓이 잘 어울리고,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서 스스로 살고 있으며,
반려동물이 있고,
먹고 싶은 것을 일주일에 두번정도는 마음대로 사먹는 사람.
또, 외국어를 한두개 정도 할 수 있고,
취미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
군살이 빠져 날씬한 모습,
사사로운 것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대범한 성향.
차가운 도시여자 같은 외모지만 내사람들에겐 따뜻한 사람 -_-;;
외모도 상상했던 것 같은데, 짧은머리는 아니었던 듯 하다.
몇가지 포인트 빼고는 대체로 현재의 나와 닮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나 지금이나 일관적으로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는 지켜 나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 가치가 남들의 가치와 같다고 볼 수는 없어도.
어떤 책 제목인데, 지금 아는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 싶은 것이 몇개 떠올랐다.
눈썹 정리 방법 같은 사소한 것들이긴 하지만.
그런 것을 과거의 나에게 편지처럼 써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평행우주가 있다면 어린 내가 조금 도움을 받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날 때마다 블로그에 써보면 어떨까.
아마 게을러서 안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