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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강원도 고성, 당일치기 여행

다녀온지 2주정도 지났다.

광복절이 토요일이어서 정부에서는 침체된 경기에 국민들 돈좀 쓰라며 14일을 임시공휴일로 바꿔주었다. 게다가 고속도로 톨게이트 비용도 안받는다고. 마침 회사를 쉬게된 면조와 당일치기 여행을 떠올렸다.

숙박을 하며 관광객으로 놀기에는 (정부기 기대하는 만큼) 우리가 부자이질 못했다.


뜻밖의 연휴, 게다가 8월 하계 성수기. 바닷가는 당연지사 관광객으로 붐빌터였다. 하지만 우리는 붐비는걸 너무 싫어해서, 차라리 서해를 갈까, 산을갈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바다가 보고싶다. 바다는 역시 동해지!' 하며 동해중에서 그나마 사람 적을만한 곳을 생각해봤다.


속초보다도 더 북쪽으로 올라가야 하는 고성. 여기까지 서울에서 가려면 4-5시간을 잡아야 하기에 사람들이 덜 가지 않을까 기대했고, 화진포 해수욕장 등 나름 잘 갖춰진 해변도 있음을 확인 후 여기로 정했다.


전날 회사에서 스노클링 물안경을 빌렸다. 래쉬가드도 빌려주셨다. 고로 해수욕을 해야겠다 생각했다.


밥은 그 주변 가면 먹어보려고 했던 막국수 집이 있다. 거기서 한끼 먹고, 다른끼는 걍 배고플 때 나타나는 집에서 먹기로 했다.


이 모든 것 결정까지 약 15분정도 걸렸다.


둘 다 야근에 회식하고 늦게 들어와서, 원래 6시 전에 출발하려고 했는데 약간 늦잠자버려서 6시쯤 출발했다. 

그와중에 원두갈아서 보온병에 커피를 내렸다. 아니나 다를까, 고속도로는 해도 안뜬 새벽부터 막히고 있고, 김기사는 그냥 국도로 가라며 우리를 이리저리 꼬불꼬불한 길로 안내했다. 두시간 넘게 달리다가 배고파서 이름 기억 안나는 보리밥집으로 들어갔다.


젊었을 때 운동을 하셨을거라 예상되는 다부진 체격의 아주머니가 시원시원하게 서빙하시고, 보리밥을 시키면 청국장과 강된장과 콩비지가 나온다는 어마어마한 사실을 알려주셨다. 가격도 1인분에 7천원! 게다가 생각보다 무척 맛있었다. 동물성 재료는 단 하나도 안쓴 여러 종류의 밑반찬과 싱싱하고 푸짐한 쌈야채. 아침부터 몸에 좋은 고급스런 음식을 대접받은 기분이었다. 그 집 테이블 유리 아래 깔린 온갖 명함들에 기분이 복잡해지긴 했지만 싹싹 긁어 먹느라 잊음!


힘을 얻고 노래 고래고래 부르며 해수욕장까지 한번에 갔다. 총 4시간 반정도 걸렸으니 매우 양호하게 도착한 셈이다. 화진포 해수욕장 주차장이 넓직하니 좋더라. 주차장에 차를대고,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바다로~

사람이 꽤 있었지만 붐빈다는 느낌은 아니어서 좋았다.

십몇년만에 해수욕을 했다. ㅋㅋ 사실 바다는 보는것만 좋아하지 들어가고 싶지는 않아하는데, 스노클링 장비도 있겠다, 하늘도 파랗겠다, 파라솔도 하나 대여했겠다. 분위기가 날 떠밀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엄청 재밌었다. 면조랑 물속에 얼굴박고 둥둥 떠다니면서 파도를 탔다. 수영을 배운게 큰 보탬이 되었다. 영법을 쓴건 아니지만 그래도 떠내려 가도 구조되기 전까진 헤엄칠 수 있다는 자신감..!

아, 평영을 배우고 나니 개헤엄도 되더라. 신세경!


입술이 퍼래질만큼 신나게 놀다가, 파라솔로 돌아와서 몸에 모래덮고 낮잠도 잤다.

그야말로 허니버터잠. 완전 달콤하고 고소했다.

캘리포니아가 부럽지 않네.

푸른하늘 파란바다 고성 *_*


바다 들어가서 한번 더 파도 타고, 모래를 씻고, 차로 돌아왔다. 샤워실은 3000원.

뭔가 저런 간이시설 같은데서 물만 축이는 것보다 제대로된 목욕이 하고 싶어서, 옷만 갈아입고 나왔다.

이 때가 점심시간 전이었는데, 주차장 빠져나가니까 직원이 두번 물어봤다. 진짜 가시는거냐고.

부지런한 해수욕커들 ㅋ


근처 모텔같은데 대실을 해서 샤워도 제대로 하고, 에어컨 틀고 한숨 더 자고 일어나서 맥주마시면서 무도보고 싶었는데... 우리의 야무진 꿈은 박살났다. 일다 빈 방이 없고, 주말 성수기 가격을 받아서 매우 비싸다. 대실같은건 안해준대. ㅠ ㅠ 그리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금욜이라 무도도 안한다.


그래서 울며겨자먹기로, (사실 겨자를 웃으며 먹었다. 막국수가 열라 맛있었거든)

주변에 찜질방이 없나 검색하다가 발견한 ㅇㅇㅇㅇ리조트의 온천 찜질방! 대박이다. 찜질방인데 온천물! 게다가 골프 리조트 안에 있어서 시설도 좋아 보였다. 짭짤히 절여진 몸을 이끌고 고고!


인당 만원이었나 만이천원이었나 했는데, 돈낼땐 꽤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들어가서 생각이 바꼈다.

뭐 이런 쓸고퀄(쓸데없이 고퀄리티) 찜질방이 다있지?? 게다가 온천물. 피부속으로 퍼져라 게르마늄이여...

게다가 여름 임시연휴 첫날 점심시간에 골프장 딸린 리조트에 목욕하러 오는 사람이 별로 없기에, 매우 한산하고, 쾌적하고, 깨끗했다. 그리고 찜질방은... 나 처음에 호텔 복도인줄 알았다. 더 걸어가야 찜질방 나오나 하고 계속 걸어감. 대리석 인테리어에 고급진 라탄+원목 썬배드... 푹신한 쇼파도 당연히 있고... 천국?

맘에드는 의자에 하나씩 다 앉아보고, 한숨 자러 산소방으로 갔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좋은 온도. 히노끼 나무의 피톤치트향... 후-하- 심호흡 후 약 50분간의 기억이 전혀 없다.

나와서 뭐라도 사마셔야겠다 생각했으나, 안타깝게도 모두 휴업중. 자판기마저 1000원짜리만 받는데 나에겐 만원뿐 ㅠ ㅠ 물만 마시다가 지루해져서 나가기로 했다.

한 두시간 머물다 가는데 피로가 싹 풀리고 다음날이 된 기분이었어.


나오니까 갈 곳이 없었다.

저녁도 뭐먹을지 못정했고.

맛있는건 먹고싶은데 돈은 별로 없어~

그와중에 까까가 가족여행을 속초로 오고있다는 것을 트위터에서 봤다.

급만남을 계획했다.


그 전에 고성 가는길에 뇌리에 박힌 현수막이 있었는데, '명란젓 2근반 13000원'이란 거였다. 어머 저건 사야해!!! 라며 면조가 유턴하려는걸 간신히 붙잡고 달랬는데, 지금은 그걸 사러갈 타이밍!


그걸 사고나서 까까를 만나기로 했다. 그동안 까까네는 저녁을 먹고 숙소를 잡을 예정.

명란젓 사러가는 길에 우리차가 100,000km를 찍었다.

사실은 이번 여행은 우리 캡틴 십만키로 기념 여행이었던 것이다.

둘이서 동영상 찍고 축하의 휘슬을 불었다.

며칠전부터 차에는 파티 휘슬이랑 파티 꼬깔모자가 준비되어 있었다.


... 그렇게 놀다보니 약속시간에 한참 늦게 됨. 명란젓 사고, 배고파서 밥먹을 곳 찾는데 고성의 최대 단점....! 음식점이 없어!! 오픈한 음식점이 별로 없었다.

가다가 발견한 삼계탕 집에서 반계탕을 사먹고, (믿을수 없는 가격 육처넌!) 서둘러 까까네 숙소 근처로 갔다.

그 주변에 커피한잔 할 만한 곳이 없으면 그냥 편의점가서 마실거 사다가 해변 걸어다닐 예정이었는데,

카페는 있고 편의점은 없었다.


파도소리가 철썩대는 해변가 앞 숙소에서 까까가 걸어 나오는데,

내가 건대입구에 온건지 속초에 온건지 순간 헛갈림.


아무튼 매우 반가웠다. ㅎㅎㅎ 동해까지 달려와서도 만나다니.


이래저래 폭풍 수다를 떨다가, 만담을 하다가, 미친듯이 웃다가 헤어졌다.

까까와 대화의 특징 = 매우 즐거우며 유익한데 기억이 잘 안난다.


그렇게 밤 열한시경 속초와 고성 사이에 어드메에서 출발.

집에는 새벽 두시 반 넘어 도착했다.

면조가 미친듯이 밟는 동안 난 노래를 부르거나 잠을 잤다.


즐거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