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ext Journal

일기를 쓰자

나의 일기를 기다리는 팬이 둘이나 있기에 삶은 아름다운 것이다. - F. 니체

 

일기를 못 쓰는동안 일, 병간호, 학교, 시댁행사, 추석, 외삼촌 방한 등이 지나갔고 나는 바빠 죽을뻔 했으나 여전히 살아있다. 오늘 저녁 6시까지 제출해야하는 중간과제도 우여곡절끝에 제출했어! 물론 어떻게 썼는지도 모를만큼 정신없는 와중이었다. 가족 중에 중환자가 있는 삶이란 참으로 어마어마한 것이다. 우리모두 건강관리하세. 오늘 하루종일 병실 구석에 앉아서 타이핑을 쳐댄 결과 모가지는 좀 아프다.

 

게다가 수포자가 되었다.

고등학생때는 수학포기자, 서른 먹어서는 수영포기자.

돈을 내놓고 이번달에 자유수영 딱 하루 다녀옴.

바쁜와중에 챙겨서 다닐 수가 없더라. 시간이 나는 날은 침대에 시체처럼 누워있고만 싶었어.

 

요즘 페이스북이 야심차게 내놓은 서비스중에 과거의 오늘을 되돌아 보게하는 기능이 있다.

나는 몇년째 꽤나 꾸준히 페이스북에 대고 쓸데없는 소리를 쓰고 있는데, 그래선지 이 기능이 참 재미있다.

오늘은 오년전 임근조와 연애하던 시절의 내 사진이 있었는데 어쩐지 귀여웠다.

스물다섯의 나는 귀여웠던 것이다! 물론 서른의 나도 마흔쯤 된 내가 본다면 귀여울지도.

오늘은 너무 쩔어있으니 사진을 찍거나 올리지는 않기로..

아무튼 예나 지금이나 나는 여전히 현실을 약간 빗겨나간 곳에서 사는 듯한 정신상태로 살고 있는 듯 하다.

인생은 멀리서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처럼 내 인생을 멀리서 볼 사람들에게 희극을 전하고 싶어 하는 듯한 글을 써대고 있다.

 

사실 이 일기장은 페북과는 달리 나름대로 진솔한 공간인데, (그렇다고 페북에 내숭을 떠는건 아니지만)

내가 하도 일기를 안써서 옛날 일기를 훑었다는 은아의 증언에 따르면 나는 십년전이나 지금이나 그닥 변화가 없는 것 같다.

여전히 과제를 하기 싫어하고...!(여전히 학교를 다닌다는 사실이 무서움의 포인트)

여전히 누워 자고 싶어한다. 눕고싶다. 하지만 여긴 병원. 나는 간병인.

아무튼 십년전에 분명히 희망에 가득찬 대학생으로서 이런저런 계획도 있고, 10년후의 나 따위에 대한 비젼도 있었던 것 같다. (수업에서 그런걸 쓰라고 종종 시켰었음)

십년전의 나는 십년후의 내가 이렇게 살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겠지. 아마 당시의 나는 그 의미에 대한 깊은 생각 없이 독신주의자였는데, 아무 생각없이 독신주의자가 되었던만큼 아무생각없이 결혼을 해버렸어.

그리고 영화에 꽂혀있을 때라서 분명 십년쯤 후의 나는 산전수전 겪은 젊은 영화인(바라건데 감독)이 되어 있을거라 꿈꿨겠지만 현실은 취미로 쓰던 시나리오 한편도 제대로 완료를 못한 상태의 디자이너 나부랭이.

예상과 비슷하기라도 한 구석이라면 아마도 여전히 '어른'의 삶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과 고양이의 집사가 되었다는 것 정도겠구나.

십년후의 나는 어떨까?

아이는 낳았을까? 장편 시나리오는 하나 완성 했을까? 독일어는 좀 하게 되었을까? 경영학을 배우고 있는데, 자영업이라도 하나 하고 있을까? 셋째, 넷째 고양이는 어떤 코트를 입고 있을까?

궁금하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꽤 알차게 살고 있으니까 나름대로 기대도 된다.

 

이 모든게 가능하려면.

건강해야 한다.

병원에서 쓰는 글이니까 아주 신빙성이 있음.

더이상 수영을 포기하지 말자!

하지만 이번주는 시험공부해야 하니까 이번주만 포기하자. ㅠ0 ㅠ

시험 끝나고 달리기라도 하자...

일기도 자주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