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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잘하고 있다.

인생의 행로를 한번 '남들이 덜 선택하는 길'쪽으로 가볼까 생각한 것이, 제작년 말.

작년 한 해 그 계획의 사전작업을 착실히 수행하였다. 그리고 여전히 그 사전작업이 진행중이다.

벌써 일년반정도 되어간다.

애초에 1년 반-2년정도 걸릴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고된 기간이다.


뭐가 가장 힘드냐면, 남들이 진행상황을 물어볼 때 대답할 말이 없다. ㅋㅋㅋ


대게 구체적으로 갈 학교 및 지역이 결정되었느냐, 언제 떠냐느냐 등을 물어보는데,

그걸 결정짓기 위해서 2년여의 긴긴 세월을 쓰고 있는거라는 것을 매번 반복해서 설명한다.

다시 생각해보니 준비기간+석사기간 합하면 대략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7년까지를 사용하는 셈이다.

(물론 이 사실은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 다들 눈이 휘둥그레 지면서 2세 계획부터 묻거든)

그러니까, 묻는 분들이 원하는 무언가의 '결과'가 나타나려면 아직 한참이나 남았다.

게다가 이후의 삶은 또, 누가 알겠는가? (묻는 사람들에게 되묻고 싶다, 그렇다면 당신은?)


그리고 남들에겐 결국 '남의 일'이므로 조만간 또 같은 질문을 받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 일일히 대답하기 귀찮다.

홈페이지 하나 만들어서 택배운송현황처럼 진행상황 공지해놓고 싶다.


아무튼 (남들이 보기에) 루즈하고, (남들이 보기에) 의미없고, (남들이 보기에) 시간낭비적인 요소가 많은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스스로 아무리 그렇지 않음을 잘 알고 있더라도 반복적인 대답을 하다보면 좀 지친다.

결국 질문을 하는 다수의 사람들이 듣고 싶은 대답의 요지는

아마도 '한창 나이에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고, 얼마나 대단한 삶을 살려고 하느냐?' 인 듯 한데,

이 또한 안타깝게도 나는 대단한 삶을 살려는게 아니라 그냥 비교대상의 일원에서 탈피하고 싶은거다.

그러니까, 내가 살고자 하는 삶을 비슷하게 살고 있거나 살려는 사람, 즉 비교대상이 적을 수록 좋은 선택을 하는 것이 나의 궁극적인 목표이기도 하다. (물론 언제나 그런 선택을 할 수는 없음은 알고 있다.)


예를들어 나는 한정된 기간안에 10가지 task가 주어졌을 때 평균적으로 7-8개까지는 정확히 잘 수행하고, 나머지 2-3개는 완벽하진 않지만 마무리는 맺는 수준으로 일처리를 하는 능력이 있다.

그 것을 감안해서 이 뜬금포, 밑도 끝도 없는, 맨땅에 헤딩하는 것 같은 계획을 세운거고, 지금까지 지쳐 포기하지 않기 위해 무던히 애쓰고 있다. 솔직히 말해 너무 바빠서 내가 한달동안 보는 시험 개수와, 일주일동안 머리속에 집어넣는 지식의 양을 증명하는 수고를 좀 아끼고 싶은 마음이다.


반면 이러한 시기를 버티는 힘은 아무래도 캐나다에서의 '될대로 되라' 생활경험이 도움이 된다. ㅋㅋㅋ

그 때에도 다들 휘둥그레진 눈으로, 너는 어떻게 그 어린나이에 아무데에도 소속되지 않고, 남들처럼 살지 않고 있니? 라는 취지의 질문들을 했다. 음, 그리고 그 때 결과적으로 나의 목표는 달성실패했기에 아마 지금 좀 더 계획을 보완할 수 있었던거 같다. 아무튼 사는데에 정답은 없고, 삶의 경로를 어떻게 그려갈지는 '남들이 어떻게 살고 있냐'가 아니라 '내가 얼마나 할 수 있는 놈인가'가 파악되어야 한다는걸 뼈저리게 깨닫는 경험이었다.


암튼,

잘하고 있다.

걱정하지 말고, 조급하지 말자.

무리해서 해봤자 안되는건 어차피 안되는거고, 될건 해낼 수 있는 힘이 아직 내게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사실 요즘 제일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진짜 이슈는

애 언제낳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아오, 건강검진해서 몇살 전까지만 가지면 된다는 소견서좀 받고싶다. 최대한 미루게.

애가 태어나서 사람구실 할 때까지 돌보는 3-4년의 공백기를 어느 시점에 둬야할지 나도 의문이다.

공백기를 공백기로 안두고, 다른 것과 병행하려 해도 체력이나 시간분배적 측면에서 그게 될까도 의문이고.

솔직히 이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와 남편, 그리고 나아가 사회의 문제인데도 항상 '나의 희생정신'이 가장 큰 원인으로 손꼽히는게 정말 맘에 안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