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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일기를 아주 오랜만에 쓰네.

물론 비공개 욕지거리는 잔뜩 써놨지만.


쉬울줄 알았던 학점은행제가 생각보다 빡세서 나름대로 고생해서 끝내고,

그래도 학창시절 늘 기준만 지키던 그 점수 그대로 -_-; 대략 평균 88점정도를 받고 끝났다.


요즘에 생각하기를, 나는 일평생 거의 모든 부분에서 '어느 정도까지만' 하고 딱 그만뒀는데,

학생 때 공부도, 입시 때 미술실기도, 대학 때 대학생활도, 아르바이트 할 때 직무도, 어학원 다닐 때 말을 잘하고자 하는 노력도, 회사에서의 업무도 그런 편이었다.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쓰길 싫어했고, 밤을 새거나 하는 노력은 오로지 대학생 때 뿐이었다. 그러고보면 대학 3-4학년은 참 특별했네.

이번에 시험공부도 마찬가지로 '이만큼이면 되었다'라는 판단이 드는 정도만 공부했다.

이를테면 몰랐던 개념들을 이해하고, 외우지 않더라도 나중에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정도만 머릿속에 이미지로 남겨두자 하는 기분으로 디테일한 요소를 기억하거나 더 알아보고자 하는 노력은 1도 안했다.

그런데도 기말고사를 위해서는 마지막날 밤을 꼴딱 샐 만큼 집중력을 보였으니 만족한다.

(사실은 마지막 전날 밤인데, 왠지 막날에 접속자 몰릴 것 같다는 IT종사자의 선견지명으로 인해 전날 끝냈고, 마지막날 실제로 그 사고가 터졌다 ㅋㅋ)


아무튼 이 뭐든지 적당적당히 하는 것이 타성이 되어 내 삶 전반에, 그리고 나라는 사람을 평가하는 면면에 누를 끼치고 있지는 않나 하는 회개도 된다.

생각해보니 살 집을 구할 때나, 일자리를 구할 때나, 중고차를 살 때나, 항상 느끼게 되는 사회에서 설정된 가격, 스탠다드, 커트라인에 내가 2~5%정도 못미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들어 나름 열심히 모아둔 돈에 가능한 범위의 대출까지 받아서 그 돈을 예산삼아 살 집을 구하면, 항상 살만한 집은 그보다 1000만원에서 2000만원정도 비쌌다. 중고 자동차도 딱 내가 탈만한, 너무 위험하거나 후지지 않은 검소한 수준의 자동차를 사는데도 내가 모아둔 금액보다 시장 가격이 100만원은 훨씬 높게 형성되어 있어서 무리해야 했다. 회사도, 내 경우는 '이정도면 되었다' 싶은 곳에 지원해서 그 곳만 다녀봤지만, 지금 내가 이 상황에서 대기업 같은 곳을 가려고 한다면, 아마도 그들이 원하는 기준에 미묘하게 모자란 부분이 있는 것이다. 직장 부분은 사실 한번도 써본 적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학벌도, 경력도, 기술도, 외모도 자신만만할 수 있는 스펙이 나에겐 없다. 있다면 지능(...)정도? 하지만 증명할 방법이 없네.


한 분야에서 무리하지 않고도 문제없이 삶이 굴러갈만한 가이드라인을 세워 이를 지켜나갈 수 있음도 물론 쉬운 일은 아니고, 어쩌면 길고 긴 삶을 넓은 시야로 바라볼 때 더 필요한 덕목일 수도 있다. 사사오경에서 중용을 강조하는 부분도 이런 맥락일 테니까. 하지만 나름대로 비교적 자유롭고, 개방적인 영혼을 가지고 있으면서 단명해도 좋으니 밤낮을 잊고 몰두하여 이루고픈 무언가가 없...지는 않지만 희미한 지금의 상태가 너무나 불만족스럽다.


여행을 다닐 때는, 내일 피곤해서 쓰러지든지 말든지 오늘 가려고 한 곳에는 걷고 뛰어서 도달하고야 마는데, 아무리 걸어도 피곤이 덜하고, 아무리 적게자도 졸리지가 않다. 여행이 체질이라 그런지 아니면 누구나 그렇게 목적이 단순화되고 가시적인 상황이 되면 그렇게 되는지는 모르겠다.


지금은 그저 내일 피곤할지도 모르니까 오늘 잠이나 많이 자두자 하는 심정으로 침대위에서 잠이나 쿨쿨자면서 하루의 몇분의 일을 소비하는지 모르겠네. 물론 잠자는건 참 행복하고 몸도 안피곤하고 좋지만.


아무튼 지난주까지는 그래도 간만에 밤도 새고 하면서 머릿속에 뭔가를 집어넣느라 애썼고, 이번주에는 병을 얻어(....) 약빨면서 빌빌댔으니, 이번 주말부터는 뇌를 좀 흔들어 깨우고, 꽃도 보고, 운동도 하고, 영어공부도 하고, 아 뭐하나 자신있게 '아 2015년 4월이 없었으면 나는 지금쯤 ~~를 못했을거야'라고 말할만한 업적을 이뤄야겠다. 


꿈이 너무 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