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아직도 직장인의 마인드, 기본 사양인 백수의 마인드를 학생의 마인드로 완전히 전환하지 못했다. 게다가 문과공부는 생각보다 더 많은 공부양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바꿔말하면 그동안 경제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도 없이 잘도 살아온 것 ^^
요즘 하는 공부는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지만, 내가 막연히 감으로 알던 이른바 무학의 통찰을 전문용어와 처음 그 주장을 한 사람의 이름 및 이론을 통해 내 머릿속에서 공식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기분이다.
그래서 재미도 있지만 아무래도 책상앞에 오랜시간 집중하며 앉아있는 버릇도 없거니와 특유의 게으른 천성을 이기는 것이 쉽지가 않다. 그러다 보니 쓸데없이 나는 아무래도 훌륭한 사람은 무리겠고, 적당히 재밌는 사람으로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 싶은 변명이 계속 떠오른다.
월요일에는 오전내내 청소를 한다. 이불 빨래도 하고 바닥 물걸레질도 하고, 바쁜 주중이나 주말에 하기 힘든 일을 해논다. 얼마전에 화장실 청소를 하면서 깨달았는데, 집밖에서 일을 할 때 '빨리 끝내고 집에 돌아가거 싶어서'가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밖에 나가서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면 능률이 훨씬 좋다.
춥지만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시키고, 구석구석 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로 바닥을 박박 닦는다. 그러면 어느새 내려간 집안 온도로 인해 가동되는 보일러, 열이 올라오는 바닥에 금방 물기가 말라서 보송보송한 바닥, 상쾌한 공기에 기분이 정말 좋아진다. 그래서 월요일엔 외출하기가 너무 싫다. ㅎㅎ
일도 한다. 올해 안에 마무리해야 할 프로젝트가 하나 있다. 덕분에 크리스마스나 신년 연하장을 예쁘게 디자인 헤보려는 욕심은 접어버렸다.
공부를 해야 한다. 대학에서 4년간 디자인 전공을 하면서 디자이너, 기획자 및 개발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를 배웠듯이 이제는 자신의 일을 만들고, 내 일을 도와줄 사람들과 돈, 일, 경제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언어를 배워야 한다. 빨리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같이 일을 벌리고, 처리하고, 수습하고, 완성하고 싶어서 근질근질하다. 그러기 위해서 말이 잘통하는 재미있는 사람이 되고싶기 때문에 언어를 배워야 한다. 이 것이 내가 공부를 하고자 하는 이유고, 목적이다.
연말이다.
뭔가를 마무리하고 뭔가를 새로 시작해야만 할 것 같은 타이밍이다.
연말에도 연초에도, 연중에도 난 여전한데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