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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ournal

Substantial accomplishment

일주일만에 일기를 쓴다.

토론토에 돌아오니 어쩐지 집에 온 기분이 되었다.

느긋하면서도 적당히 도시화된 풍경이 나로하여금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뉴욕은, 솔직히 말하자면 정말 거대했다. 내가 감당하기 힘들어 보이는 느낌의 도시였다.

시간이 지나고, 내가 변화함에 따라 언젠가 그런 곳이 나와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만, 지금으로선 나랑은 진짜 안어울리는 도시다. 비긴어게인 OST에서 키이라 나이틀리가 읖조린 말처럼, 난 그냥 지하철 기다리는 의자에 앉아있는, 옆에있는 내 가방에 의지한 나약한 동양여자애일 뿐이라는 느낌이었다. 화려한 오페라, 뉴욕필 공연을 볼 때 더 그런 느낌이 들었다. 너무 좋았는데, 쫙 빼입은 다른 관객들과 난 너무 달랐다. 만일 관광객의 신분이 아니었다면 꽤나 주눅들었을 것 같았다. 막상 또 공연을 마치고 하민이가 아는 오케스트라, 코러스의 단원이신 분들과 만났는데 이분들도 일을 마치고는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더라. 연회복을 벗은 그들의 모습은 또 더없이 소박했다. 아. 이래서 내공이 필요하다.


아무튼 토론토로 돌아오자마자 월요일 새벽부터 일어나 영어학원에 갔다. 단 2주짜리 학생이어서 이래저래 애매하다. 이 랭귀지 스쿨에 나와 함께 입학한 학생들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에서 1년까지 기간을 두고 어학연수를 한다. 전체 학생이 2000명이 넘는 큰 규모의 학원이다보니 시스템이 나름 잡혀있고, 라틴, 유럽, 아시아 각 곳의 학생 비율도 제법 균일하다. 옛날에는 비자 연장만을 위한 목적으로 가장 싸고 저렴한 학원만 찾았었는데, 그나마도 일 때문에 바빠서 잘 가지도 않았었다.


8년여의 공백기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레벨은 그 때보다 올라가 있었다. 아 물론 영어가 툭 튀어 나오는 발화점은 좀 올라갔지만, 그래도 IELTS 시험을 위한 공부와 프선생님의 무영과 덕분이었는지 (이 둘 외에는 한국에서 영어공부를 전혀 한 적이 없다 -_-) 문법도 나름대로 정돈되어있고, 발음도 지난 2주동안 들은 것이 있어서 그런지 한국에서 보다 잘된다. 그러니까, 2007년까지 내가 배운 영어는 체계따위 무시하고, 들리는 모든 것을 내 멋대로 받아들여 뿌옇게 부유하는 언어 찌꺼기들이었다면, 그 것이 지난 8년간 가라앉고 쌓여서 '실력'의 범주를 가늠할만한 침적물이 된 느낌이다.

고로 영어 실력이 늘었다기보다, 이전에는 갖고 있어도 쓸 수 없는 상태, 즉 뇌와 근육사이의 신경역할을 하는 것이 미처 형성되기 전의 상태였다고나 할까. 아 물론 그래서 지금 실력이 좋은건 아니고, 그 때 그 실력 그대로 늘지도 줄지도 않았다는 아주 다행인 상태일 뿐이다. 왠지 지난번 본 아이엘츠는 운빨 받아서 잘 봤던거 같다. ㅋㅋㅋ


아무튼 덕분에 IELTS 시험대비반, 즉 저마다의 목적을 가지고 꽤 진지하게 영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모인 반에 들어갈 수 있었다. 되게 뛰어난 학생들도 있고, 나랑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도 있다. 나는 이 반에서 참여는 잘 하지만 딱히 실력이 좋지는 않은 축에 속한다. 이런 적 되게 오랜만이다. ㅋㅋㅋ 대학에서는 내내 왠지 모를 우등생 컴플렉스 같은것이 있었어서, 스스로가 맘에 안든적이 엄청 많고, 늘 나자신을 채찍질했던거 같다. 그런데 지금은 매우 마음이 편한 상태 ~_~ 못하면 좀 어때 재밌으면 되지 뭐.


한주동안 혼자서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 목요일쯤에는 수정하나 할 것이 있어서 도서관에서 일했는데 엄청 기분좋았다. 토론토의 알아주는 Foodie인 John이 소개한 맛있는 집들을 탐험하기도 했다. 

Union Station에서 몬트리올 행 기차표를 샀다. Couch Surfing을 한번 다녀와 볼 생각이다. 멋진 도시라던데, 기대된다 몬트리올. 

영화도 봤다. 한국에서라면 어쩐지 돈아까워서 못들어갔을 VIP에서 봤다. 음식도 시켜먹고 서빙도 해주고 의자도 엄청 편하다. 본 영화는 gone girl. 어쩐지 80%이상 알아들었다. 농담 주고받는건 죽어도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영화는 진짜 재밌었다. 다 보고 나니 핀처 작품이네. =_=

어제는 온라인으로 버스 예약해서 프리미엄 아울렛에 다녀왔다. 선물할 것들을 좀 사려고 했는데 걍 우리것만 잔뜩.......음...샀다.


여튼 이래저래 즐거운 한 주였다. 다음주도 재밌을 것 같다. 그러고나면, 몬트리올, 다녀와서는, 귀국..!


하루하루, 한시간 한시간이 정말 meaningful하다.